[5급 공채 일행 수석 합격기]내 길의 끝은 ‘불합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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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 공채 일행 수석 합격기]내 길의 끝은 ‘불합격’이 아니었다
  • 김내리
  • 승인 2017.11.22 21:00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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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내리·2017 행정고시 일행 수석
용화여고·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I. 들어가는 글

합격수기를 어떻게 작성해야할지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수험생이 100명이라면 100가지의 공부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 저는 치밀한 계획·엄청난 양의 공부 등 남들과 차별화되는 점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만으로 4년, 햇수로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거북이처럼 천천히 한 발, 한 발 성장해왔습니다. 따라서 저의 지난 3년간의 실패과정을 읽어보시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향으로 활용하시거나, 저런 사람도 최종합격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분명 해낼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가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Ⅱ. 공부방법

1. 시기별 공부방법

저는 다이어리에 모든 계획을 기록하고 확인하며 공부하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지난 5년간의 고시생활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따라서 기억에 의존해서 써 나가야하기에 오래 전 일의 경우 내용이 간혹 미진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어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수험기간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드리기 위해 번외로 재학생 시절의 경험도 추가적으로 기재하였습니다.

(0) 2009년 7월 : 번외

아직 재학생이던 2009년에 주변에서 5급 공채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아 휩쓸리듯 신림동에 들어와 경제학 1순환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경제학과목이라고는 학교 교양인 경제학입문 밖에 수강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학원의 1순환을 듣고 높은 난이도로 인해 큰 충격에 빠져 5급 공채는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한 달 만에 신림동을 탈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미분도 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학 1순환을 수강하였기 때문에 굉장히 자명한 결과였다고 생각됩니다. 이후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인턴을 거쳐 사기업에 취직하였습니다. 2013년에 사기업을 그만두고 5급 공채에 도전하게 되었을 때에는 단순한 휩쓸림이 아니라 진중하게 저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본 후였기 때문에 공부가 어렵다는 이유로 신림동에서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1) 2013년 5월∼2014년 6월(초시)

회사를 그만두고 신림동에 입성하자, 저의 1차를 항상 책임져준 친구인 경진이가 경제학 예비순환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어 인강으로 경제학 예비순환을 수강하였습니다. 또한 1차에서 낙방하면 2차 경험조차 하지 못하므로 1차를 만만히 보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충고해주어 6월부터는 학원의 자료해석과 상황판단 기본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이후 1순환을 실강으로 수강하였고 2순환은 경제학, 행정법까지만 수강하였습니다. 동시에 1차과목 강의는 심화강의, 핵심강의, 계산특강, 추석특강 등 열리는 모든 강의를 전부 수강하였습니다. 12월 1일이 되어서는 2차 공부는 전부 접어두고 하루에 언자상 한 세트를 매일 푸는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2014년에는 1차가 늦어 3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시험을 2주정도 남겨놓고 경진이가 먼저 기출분석을 도와주겠다며 제안하였고 2주간 철저하게 기출문제를 분석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84.16이라는 점수로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1차에서 낙방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제가 PSAT형 인간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미 6월부터 PSAT을 철저하게 대비해 반년 이상 준비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1차에서 합격한 후에는 3순환 강의를 선택과목까지 전부 수강하였습니다. 따로 스터디에 참여하진 않았고 오로지 혼자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며 공부했습니다.

첫 2차시험에서 행정학, 정치학, 정보체계론은 10페이지를 작성했지만 행정법은 2문까지만 작성했는데 9페이지가 채워졌고, 경제학은 4페이지 정도 작성하였습니다. 결과는 행정법, 경제학 과락이었고 합격선과는 평균 14점 정도 차이로 낙방하였습니다.(평균48.29, 합격선62.44)
 

(2) 2014년 7월∼2015년 11월(재시)

2014년 2차가 끝나고 안잼의 조언으로 학교 고시반인 경우회에 지원서를 내고 시험을 보아 입실하였습니다. 경우회에 입실시험을 본 것은 지금 돌아보아도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쉽지 않은 고시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입실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도 8월과 9월 초반은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만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자 퍼뜩 정신이 들어 경제학과 행정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시반에서 공부한 9∼11월에는 신림동이 아닌 본가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냈습니다. 학교까지 걸어서 40분정도의 거리에 본가가 위치해있었는데 일부러 버스를 타지 않고 운동 삼아 걸어 다녔었습니다. 이 시기가 가장 2차 공부에 빠져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집에서 보통 오전 6시 50분 정도에 나와서 귀가하는 시각은 오전 1시 정도였습니다. 고시반의 제 자리에 앉아있던 시간은 보통 오전 7시 30분부터 오전 12시 20분 정도까지였습니다. 이 때 처음으로 스톱워치로 순공시간을 재기 시작했는데, 17시간 정도 고시반에 재실해있었지만 실제 순공시간은 9.5-11.5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버리는 시간이 많다는 것도 이 때 처음 깨달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며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이 때 처음 해보았습니다. 고시반에 조금 늦게 도착하거나 일찍 집에 가는 날은 어김없이 순공시간이 10시간도 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 ‘나는 원래 효율이 엄청나게 낮은 인간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항상 고시반에 17시간 가까이 재실해 있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야만 간신히 평균10시간 정도의 공부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루에 수면시간이 4-5시간으로 너무 적었기 때문에 2달 정도 이런 생활을 하고 나서는 3박 4일정도 원인불명의 고열에 시달리며 앓아누웠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시간표로는 장기전을 견뎌낼 수 없다는 점도 이 때 배웠습니다.

이 때 2달간 했던 공부는 경제학의 경우 미시는 이준구 교수님, 거시는 정운찬·김영식 교수님의 교과서를 1회독하였고 학원의 1순환을 인강으로 다시 수강했습니다. 행정법은 홍정선,박균성, 정하중 교수님의 교과서를 동시에 펼쳐놓고 세 권의 내용을 비교해가며 1회독을 하였습니다. 이 때 새로 깨닫는 내용들은 쟁점정리에 가필해두었습니다.

12월 1일부터는 다시 PSAT을 한 세트씩 매일 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에는 다시 신림동에 방을 구하고 생활했는데, 스터디를 구성하지 않고 혼자 매일 한 세트를 풀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오전에 언어, 자료를 풀고 오후에 상황을 푼 후 리뷰를 하고 저녁부터는 2차 공부를 하는 것이었지만 혼자 생활을 하다보니 아침에 일찍 나오지 못하고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상황까지 풀고 리뷰를 하면 저녁 8-9시가 되었고, 결국 2차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다시 세달 정도 1차만 준비한 셈이 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스터디를 구성해서 강제성을 부여했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2차 공부를 1차 기간에 아예 놓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모의고사 강의를 수강하였고 프리테스터를 제안받아 문제를 검토하는 일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때 출제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 달간 준비한 두 번째 1차 시험 역시 시험 2주 전에 경진이와 함께 기출분석을 하였고 평균 84.16으로 여유 있게 합격하였습니다.

1차 이후 고시반 친구들이 신림동에 입주해 3순환 기간에 스터디가 구성되었습니다. 3순환 과목은 실강을 수강한 정치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강으로 수강하였습니다.

스터디는 50점 답안 스터디가 주를 이루었고, 각 과목별 기출 스터디도 구성되었습니다. 저는 실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행정법 기출 스터디에만 참여하고 타 과목 기출 스터디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의 경우는 기출문제의 zip 교재를 혼자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50점 답안 스터디조차 미리 해설을 보고 준비해 가지 않으면 작성하기 어려웠습니다. 3개월간 PSAT에만 몰입했기 때문입니다. 초시에는 2차 시험장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PSAT에 몰두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재시에서도 마찬가지로 2차 과목을 버려둔 것은 패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는 학교 교수님들께서 해주시는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강평을 들었습니다. 제가 100점 모의고사는 무리라며 도전하지 않으려 했을 때 옆에서 저를 붙잡고 답안연습을 강제로 시켜준 중석, 성우에게 지금도 감사합니다. 초시 때에는 시험장에서 처음으로 100점을 써보았었는데, 재시 때에는 이 친구들 덕분에 미리 100점짜리 호흡을 연습하고 시험장에 갈 수 있었습니다. 100점 답안은 2∼3일에 한 번씩 작성하였습니다.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저는 50점 답안 작성도 힘든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리 해당주제를 읽어가거나, 오픈북으로 답안을 작성하기도 하는 등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끝까지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답안작성을 하고 이를 돌려보는 것은 두렵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용을 아는 것과 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에 주변에 실력자가 있다면 그 분들과 함께 답안 작성 연습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두 번째 2차시험이 지나가고 신림동에서 방을 빼 다시 본가로 돌아왔습니다. 행정법은 10점정도 작성한 후에 답안지를 교체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경제학에서 표준편차를 구하지 못해 2문을 거의 통째로 날렸기 때문에 전혀 합격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2015년에도 8월까지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냈고, 9월에 다시 고시반 통학을 하면서 학원의 경제학 1순환을 다시 수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준구 교수님의 미시경제학과 정운찬·김영식 교수님의 거시경제론을 1회독씩 하였습니다. 또 고시반 내에서 박정훈 교수님의 사례집 스터디를 구성해 이틀에 한 번씩 6-70점 정도를 작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국제경제학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해 국제경제학 예비순환을 결제하고 2강정도 수강한 상태에서 뜻밖에 2차 합격 문자를 받고 학교에서 구성해주는 면접스터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준비하는 면접에 어려움도 많이 겪고 힘든 2주를 보냈지만 결과는 3차 면접 탈락이었습니다. 최종발표가 난 후 성적을 확인하니 합격선과 0.08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평균 62.00, 합격선 61.92) 성적이 부족하여 탈락한 것임에도 그 충격은 굉장히 컸고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6년에도 2차 탈락을 하게 됩니다.
 

(3) 2015년 11월∼2016년 10월(삼시)

면접에서 탈락한 친구들과 신림동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4명이 모여 3순환 개강 전까지 모든 과목을 1회독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같은 독서실에 등록하고 스터디를 매일 함께 했습니다. 경제학은 연습책을 하루에 20문제가량씩 풀면서 서로 모르는 것을 질문했고 기출문제도 최근 10개년 정도의 행시·입시를 풀어보았습니다. 행정법은 지난 5개년 정도의 행시, 사시, 입시 기출을 풀어보았습니다. 박정훈 교수님의 사례집도 함께 풀어보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행정학은 2순환이 기출 목차를 잡아주는 순환이라고 들어서 이를 인강으로 수강하였고, 정치학은 단행본을 시간을 정해 놓고 함께 읽었습니다.(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현대정치과정의 동학 등) 다 함께 2차시험 답안지도 열람하러 다녀왔습니다.

2015년과 유사하게 학교 교수님 모의고사를 풀어보았고, 이미 기출은 3순환이 시작하기 전에 모두 풀어보았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따로 풀어보진 않았습니다. 3순환을 인강으로 수강하면서 하루하루를 흘려보냈고 공부시간을 재지는 않았지만 하루 평균 5-6시간 정도 밖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6년의 공부는 오히려 2015년보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2015년의 2차점수와 소수점까지 동일한 62.00으로 낙방이었습니다.(합격선 62.96) 이 때 제가 느낀 것은 ‘내가 1년을 허송세월 하는 동안 다른 모든 사람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보다 앞서나갔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2015년과 소수점까지 동일한 점수였는데, 2015년에는 3차 면접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2016년에는 면접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시에 비교적 빠른 2차 합격 경험을 한 것이 제게 독으로 작용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2차 발표 후 이렇게 울어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 울었습니다.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이면서, 모든 사람이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간신히 얻는 자리를 어영부영 따낼 생각했다는 사실이 분했습니다. 경제학 1문을 풀지 못했으면서도 2차를 합격하지 않을까? 라며 기대하고, 아주 당연한 결과인 2차 불합격이 슬프다며 울고 있는 제 모습이 분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 끝에 처음 회사를 그만두고 5급 공채에 입문하면서 어머니께 한 약속인, 딱 세 번만 시험에 응시하겠다는 약속을 어겨야했습니다.
 

(4) 2016년 10월∼2017년 11월 (최종합격)

2차 불합격 후 며칠 간 헤매다가 마음을 추스르고 신림동에 방을 구했습니다. 예년과 달리 혹시나 하는 기대감 때문에 8, 9월에 전혀 공부를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기에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계속해서 제 발목을 잡는 것은 경제학임이 자명했기 때문에 더 이상 경제학을 두려워하며 피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1차를 오랜만에 준비해야했고 헌법도 도입되었기에 마음은 더욱 급해졌습니다. 당장 국제경제학이 1순위라고 생각해 학원의 국제경제학 예비순환을 인강으로 혼자 수강하였습니다. 목표는 매일 복습을 하며 진도를 나가는 것이었지만 국제경제학은 정말 충격적으로 어려웠습니다. 2차 합격 경험도 있고 수험생활도 만으로 3년 햇수로 4년차임에도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서 2009년 신림동에서 도망쳤던 때의 기분이 들었습니다. 1회부터 이미 PPC가 등장하기 때문에 미시·거시경제학이 전부 머릿속에 들어있는 상태여야 제대로 된 수강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해 국제경제학은 미뤄두고 경제학 1순환을 다시 인강으로 수강했고 동시에 헌법도 인강으로 기본강의를 수강했습니다. 경제학 1순환은 이미 4번째 수강하는 것이기에 2배속으로 들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1순환을 빠르게 마치고 임봉욱 교수님의 예제가 있는 미시경제학을 1회독 하였습니다. 거시경제학은 정운찬·김영식 교수님의 교과서를 다시 보았습니다.

개념 이해뿐만 아니라 문제 풀이의 중요성도 느꼈기 때문에 저녁에는 600제 step2를 푸는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격일로 진행되는 스터디였는데 20문제는 각자 풀어오고, 만나서는 2시간을 잡고 앞의 1시간은 함께 문제를 최대한 풀고, 나머지 1시간은 서로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강사의 연습책의 경우에는 16년에 풀면서 표시해두었던 헷갈리는 문제나 꼭 알아둬야 하는 문제(제가 생각했을 때 많은 함의를 담고 있거나 해당 파트를 이해하는 주요한 문제들)를 다시 한 번 훑어보았습니다. 이렇게 미시와 거시를 제대로 한 번 정리한 후에야 국제경제학 예비순환을 다시 수강하였습니다. 이제야 조금 국제경제학이 이해되는 듯 했지만 여전히 뜬구름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1순환을 수강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국제경제학 예비순환을 수강하면서는 헌법 핵심강의도 함께 수강하였습니다. 이렇게 폭풍같이 공부를 하면서 점점 날씨가 추워지고 12월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학을 잡지 못하면, 내가 경제학에 잡혀서 질식할 것이라는 생각에 두렵고 힘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올해에는 12월 1일부터 PSAT을 대비하지 않고 모강이 시작할 즈음부터 스터디에 참여하여 언자상 한 세트씩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그 이전에 프리테스터로 참여했기 때문에 전혀 1차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모의고사 강의를 실강으로 수강했습니다. 스터디는 오전에 헌법 언어 자료를 풀고 오후에 상황을 푸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다만 저는 언어보다 자료해석이 심각하게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언어대신 자료를 하루에 2회차씩 풀었습니다. 자료해석 폼이 너무나 떨어진 게 느껴져서 불안해하며 기본서도 앞의 이론부분은 전부 다시 보았습니다. 올해 1차 기간의 다른 점이라면 2월이 되기 전까지는 저녁 시간에 2차 과목을 보았다는 점입니다. 12월, 1월에 국제경제학 1순환을 수강하면서 1차준비를 함께 병행했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1차 준비였기 때문에 많이 긴장했지만 평균 90점으로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3순환이 시작되었고, 저는 제 페이스대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3순환에는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은 강의를 수강하지 않았고, 정치학, 정보체계론만 인강을 수강하였습니다. 이번에는 고시반 친구들과 하는 스터디에도 최소한만 참여하였습니다. 고시반 친구들은 보통 하루의 시작이 오전 8시였는데 저는 아침잠이 많아 그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평균 9시 30분, 늦어도 10시에는 독서실에 앉는 걸 목표로 혼자 공부했습니다. 특히 지원이의 도움으로 독서실이 문을 닫는 12시 30분 이후에도, 스터디룸으로 활용하던 원룸에서 공부를 더 하고 갈 수 있었습니다. 6월이 되면서부터는 새벽2-3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14년 가을과는 달리 독서실에 14시간만 있어도 공부 시간이 10시간 가까이 확보되었습니다. 물론 저조한 날은 7시간 정도 밖에 공부를 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7시간 정도밖에 공부를 하지 못한 날은 확실히 체력소모가 적었기 때문에 그 다음날 더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공부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았습니다. 3월부터 순환과목과 상관없이 매일 1시간씩 정하중 교수님의 행정법 교과서를 각론파트부터 정독하였고 새로 이해한 내용이나 답안지에 사용하고 싶은 문구들은 쟁점정리에 옮겨 적어 두었습니다.

경제학 3순환 기간에 미시경제학은 안잼의 추천에 따라 임봉욱 교수님의 예제가 있는 미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연습을 함께 보았고, 거시경제학은 채영햄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맨큐의 거시경제학 교과서를 보았습니다. 모든 연습문제는 다 풀면서 진도를 나갔고 주요한 개념 및 추후 답안지에 사용될 것 같은 문구는 트리니티에 옮겨 적어두거나, 작은 메모장에 해당 개념이 설명된 페이지를 적어두어서 나중에 찾을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후 시간에 경제학 모의고사 50점 답안을 작성하였습니다.

행정법 3순환 기간의 경우 이전에 본 적이 없던 워크북을 정독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주교재라고 할 수 있는 쟁점정리에 추가적으로 워크북 내용을 가필하였습니다. 이미 쟁점정리는 4년째 저의 주교재였기 때문에 교수님의 사례집, 학교모의고사, 교과서 내용들이 가필되어있었고 여기에 추가로 워크북 내용까지 덧붙여서 나름 저만의 서브처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행정법 50점 답안을 쓰고 나서 집에 갔습니다. 저는 행정법의 경우 쟁점정리를 거의 전부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했는데, 강의를 통해 이해가 된 상태에서 완벽한 암기를 추구한 덕분에 매년 행정법에서 낮지 않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4년 : 과락, 2015년 : 57점, 2016년 : 57점, 2017년 71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해도 분명 중요하나 이해한 후에는 반드시 암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정학 3순환 기간에는 재미있는 행정학 신판과 새행정학2.0을 1회독 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큐모지리 서브 2015를 2017로 업데이트 시켰습니다. 답안은 오후에 50점 답안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정치학 3순환은 처음으로 실강을 듣지 않고 인강을 수강했습니다. 답안은 매일 50점씩 작성하였습니다. 정보체계론은 인강으로 수강했고, 6월이 되어서는 경제학 답안지 특강을 수강했습니다. 저는 시험 전에 경제학 100점을 전범위로 작성할 만큼 공부가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도 답안지 특강을 듣지 못했던 것이지만, 올해는 6월이 되자 전범위 100점 모의고사를 작성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2차 기간에는 처음으로 가까운 서울대학교가 아닌, 한양대학교에서 시험을 봐야 해서 권, 민수와 택시를 타고 5일간 함께 했습니다.(서울대학교에서 시험을 본 3년간 카풀해주신 창옥오빠에게 감사드립니다.) 5일의 시험 기간 중 중요한 것은 오늘 시험 본 내용에서 실수했거나 빠뜨린 내용을 기억해 내 되새김질 하면서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고시촌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쉰 후에는 바로 다음 날 시험 과목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른 친구들과 답을 맞춰보거나 목차를 비교해 보는 것은 멘탈이 약하신 분들이라면 지양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2차 결과를 기다리면서 집 근처 사찰에 방문해 108배를 하며 정신 수양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 하였는가? 후회가 없는가?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몇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해도 ‘너무나 최선을 다 하였기에 더 이상 후회가 없으며 따라서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떻게 해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라며 아쉬워 할 인간이었고 어떻게 해도 ‘후회가 남아 더 해보고 싶어’ 라고 말할 인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닫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물론 불안감이나 기대감 등의 감정이 사라졌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더 이상 시험에 매달리며 가족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납득되었을 뿐입니다.

다행히 2차 합격 문자가 오고, 연세대학교 면접스터디에 참여하여 면접을 준비하였습니다. 고시센터에서 대부분의 계획과 일정을 세워주고 이를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2015년에 고통스럽게 인생을 반추하며 경험을 정리해두었기에 이번에는 그나마 준비가 수월하였습니다. 시험을 도와준 연세대학교 합격생, 유예생 분들께 감사드리며 웅채님, 윤경에게 감사드립니다.

면접 후 최종합격 발표까지 2주간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2차와 달리 면접의 경우 순간순간의 대처가 미숙했던 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11월 7일 최종 합격자 명단에 제 수험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추가적인 내용

(1) 서브·단권화의 경우, 시험 전 날 전 범위를 훑어볼 수 있도록 어떠한 형태로든 준비를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저는 경제학의 경우 트리니티를 잘라 삼공펀치를 뚫어 단권화를 시도하였는데, 트리니티 완성하기 자료는 최종합격한 올해에도 거시만 간신히 완성하고, 미시는 완성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주요내용에 별도로 플래그를 해서 그 내용은 확인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과서를 파고드는 방식의 공부를 하였는데, 반드시 문제풀이를 병행하시길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행정법은 쟁점정리를 활용하였고, 행정학, 정보체계론은 이큐모지리 서브를 활용하였으며 정치학은 3순환 교재인 요약서를 활용하였습니다.(2차 점수는 행정법 71.00, 행정학 64.66, 경제학 94.33, 정치학 73.66, 정보체계론 33.00 으로 평균 74.81점입니다)

(2) 여가·문화생활 등은 고시생활을 버텨내는 원동력이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는 스스로 충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어떤 때는 고시반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기도 했고 어떤 때는 데이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깥에서 사람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음 날 허무한 기분이 들고 오히려 더 쓸쓸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혼자 롤챔스를 보는 것을 더 선호하였습니다. 롤챔스는 보통 토요일 밤 10∼11시부터 4시간 정도 그 주에 있었던 경기를 골라서 보되 맛있는 야식을 먹으며 경기시청을 했습니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는 보통 4∼6주에 한 번씩 했습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4년이나 견뎌준 강냉이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3) 공부시간의 경우에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재시, 삼시 때에는 주변에 잘하는 친구들이 모두 아침 일찍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어 스터디를 따라갔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야행성에 가까워서 오전보다는 오후가, 오후보다는 저녁이, 저녁보다는 새벽이 공부가 잘 되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기상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를 버리고 오전 10시에 공부를 시작하되, 새벽1-2시까지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수면시간은 적어도 6-7시간은 확보하였습니다.

(4) 최대한 본인이 편한 방식으로 공부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주변에 독서실에 다니거나 신림동에 오지 않고 오로지 집에서 공부해서 최종합격 하신 분도 계십니다. 즉 반드시 신림동에서 실강을 듣고 모의고사를 채점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저는 소음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어서 독서실을 고르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었는데, 제가 공부하던 2017년 여름까지만 해도 ○○독서실 7층이 굉장히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분명 소음에 둔감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제 스스로가 소음에 예민한 사람인 것을 알고 일부러 조용한 독서실을 찾아 갔었고, 책장 넘기는 소리조차 하루에 몇 번 나지 않는 정말 조용한 곳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5) 면접에서 탈락하신 분들에게는 한 번 더 시험을 보기로 결심하셨다면 그 결심대로 곧게 밀고 나가셔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2016년에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심적으로 방황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였습니다. 결심을 하기 까지는 머뭇거리시더라도, 결심을 세운 후에는 반드시 지켜나가시길 바라며 내년의 즐거운 연말을 상상하며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5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합격해도 의미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주변 친구들은 이제 다 합격하거나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갔는데 나 혼자만 2013년 여름에 멈춰있는 것 같다는 생각, 면접에서 왜 우수를 받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 등으로 하루하루가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불합격이 내 길의 끝에 있으면 어쩌나’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꼭 자기 자신을 철저히 믿으시길 바랍니다. 나만이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또 공부를 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Ⅲ. 나가는 말

수기를 적다보니 제 수험생활이 길었다는 것이 새삼 실감납니다. 그리고 합격에 도달하게 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과연 수기를 읽으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도 들지만 최소한 시행착오라도 줄이실 수 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하에서는 감사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수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물심양면 지난 긴 세월 저를 돌봐주신 어머니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또 누나 걱정 많이 하며 마음으로 응원해준 동생과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시고 기도해주셨던 외삼촌,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와 친척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8년간 딱 두 번 다툰 소중한 남자친구 강냉이, 먼 마카오에서 있는 힘껏 응원해준 아름다운 이정아에게도 감사합니다.

고시의 시작을 함께 했기에 합격도 같이 하고 싶었던 소중한 친구 안잼은 내년에 꼭 최종합격하리라고 믿습니다. 또 지난 인터뷰에서 미처 적지 못했던 파인애플의 개미, 큥, 나병, 륫, 빡대, 찡타, 투스, 조가, 둘리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대들이 있어서 긴 수험기간 동안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또 고된 고시생활을 함께한 성겸, 재우, 홍건, 용기에게도 감사합니다.

스터디를 함께 한 민주, 재권, 다경, 연진, 주현, 수민, 정은, 예섭, 주영, 구영, 문규, 성현, 중석, 찬호, 채영, 권님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도와주신 유예생, 합격생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최후의 스터디’ 멤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솔, 은지, 윤식, 성혁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꼭 최종합격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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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다! 2018-01-02 23:46:40
스스로에게 진실된 수험기간 이셨던 것 같습니다. 초심자 입장에서는 감탄스럽고, 존경스러우면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치던, 수험기간동안 성장하셨던 자기확신의 길을 결코 놓지 않는, 국가의 안녕을 위하는 공직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롤챔ㅁ스 2017-12-15 02:42:08
내 안식처도 롤챔스인데
공감 꾸욱!

천사 2017-12-04 17: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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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17-11-27 08:35:15
정말 최선을 다 하였는가? 후회가 없는가?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몇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해도 ‘너무나 최선을 다 하였기에 더 이상 후회가 없으며 따라서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떻게 해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라며 아쉬워 할 인간이었고 어떻게 해도 '후회가 남아 더 해보고 싶어’ 라고 말할 인간이었습니다...그 순간엔 최선이었으나 돌아보면 최선이 아니었다는 생각이들죠. 공감합니다

법일방 2017-11-23 15:28:35
기억을 더듬어 수기 상세히 적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훌륭한 공직자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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