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고] 재판운영의 현실과 새정부에 기대하는 법관증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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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 기고] 재판운영의 현실과 새정부에 기대하는 법관증원 문제
  • 이시윤
  • 승인 2017.05.17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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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윤 대륙아주 고문변호사
前 감사원장, 헌법재판관

법률저널이 1998년 5월에 창간하여 괄목할 만한 실적을 쌓으며 많은 독자들의 애호 속에서 19주년을 맞게 된 것을 축하드리는 바이다. 법률분야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정진하는 수험생들의 등불이 되어 꾸준한 격려와 정보제공에 진력하는 법률저널 임직원들의 그 동안의 노고를 크게 치하하고 싶다. 킨들 등 e-book의 성장이 벽에 부딪힌 이제 지면(paper)의 발전에 큰 장애가 없어지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법률저널이 창간 19돌 기념일을 맞는 이 달은 마침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새 정부가 들어선 때이다. 그러므로 새 정부의 사법분야 당면과제를 우선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재판부의 구성실태를 본다. 1심부터 보면, 소송목적의 값 2억원을 기준으로 그 초과는 합의부 사건, 그 이하는 단독사건이 된다. 2억원 이하의 단독사건 중 2억원 내지 1억원 초과는 고액단독사건, 1억원에서 3천만원 초과까지 중액단독사건, 3천만원 이하의 소액단독사건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2억원 초과의 사건이 많지 아니하다. 특히 서울권 아닌 지방이 그러하다. 따라서 1심은 주로 단독제 운영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단독사건은 원래는 2심을 지방법원 항소부의 관할이었다가, 고등법원 관할로 바꾸었다가 다시 2016년에 이르러 지법항소부로 환원하는 등 ‘왔다갔다’이다. 문제는 소액단독사건을 3천만원 이하로 상향조정한 것인데, 1심의 대부분 사건이 소액사건이 되어 이를 1회 심리의 원칙, 판결이유의 생략, 상고제한 등 절차권 보장이 취약한 약식의 간이절차로 운영하는 결과가 된다. 30년 경력의 법관을 소액단독에 배치한다지만 세계 유례없는 높은 상한의 소액인상 때문에 법무부는 반대 입장이었고 대한변호사협회의 항의성명까지 나온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2심인 고등법원은 15년 이상 경력의 배석판사(보직명은 고법판사)로 구성하는 대등재판부의 운영이다. 재판장도 사건의 5분의 1은 주심이 되어야 하는 형편이므로 소송지휘에 바빠 배석판사와 충실한 합의결론이 어려워진다. 더구나 일주일에 두 번 변론기일을 잡아 법정에 들어가 심리해야 사건수의 현상유지가 가능한 형편이라면 재판장이 제대로 합의해 줄 무슨 여유가 있겠는가. 고등법원의 절반 정도 되는 대등재판부 3인제 합의는 3인 단독판사의 물리적 결합이 되기 쉽다.

3심인 대법원은 사건이 연간 41,000건에 이르도록 폭주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몇 건 안되는 전원합의체사건을 제외하고는 4인 소부합의제이나 그 합의가 유명무실인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4인제 소부의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합의에 대법관당 80건씩 320건이 처리되는 현실에서 사건 내용의 브리핑에도 바쁜 형편이라니 제대로 된 토의 없이, 주심 의사대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더구나 심리불속행제도에 의하여 상고민사사건의 70% 가까이가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상고기각으로 끝내기 때문에 상고인은 망연자실하게 된다.

합의제 재판은 ‘6개의 눈은 두 개의 눈보다 더 많이 본다’고 하며 중지를 모으는 장점이 있다. 단독제는 스피드는 있지만 독선에 흐를 수 있고 비민주적이다. 미국의 경우에 1심이 판사 혼자 하는 단독판사제인 것 같으나 민형사 배심원과의 사실상 합의제이고, 항소심은 3인제의 실질적 합의로 소수의견이 나온다. 위에서 본 바대로 우리는 1,2,3심이 거의가 단독제 운영이다 싶은, 주심법관 위주의 재판의 1인 독재체재이다. 이러한 변칙적이고 제도본지에 벗어나는 재판운영은 어느나라보다도 법관과부족(독일 2만명 대 우리는 7분의 1 수준인 3천명에 미달) 때문에 생기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재판의 선진화의 큰 장애이며 국민과는 친화력 없는 재판이 된다.

로스쿨 변호사가 인구 5천만인 이 나라에서 인구 1억 2천 5백명인 일본과 같이 연간 1,500명씩 배출되며 대풍을 이뤄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조선일보 2016.9.29.)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새내기 변호사가 증가일로에 있고 부득이 자기 집에 간판을 거는 젊은 변호사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인구비 변호사 수가 일본을 벌써 넘어섰으니 그럴만하다.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이 늘어만 간다. 법관의 대기근과는 크게 대조가 된다.

일자리의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운 새 정부, ‘일자리’ 대통령은 어느 곳보다도 일자리가 필요불가결한 곳이 법원임을 헤아려야 한다. 그리하여 현재의 법관보다 1,2,3심 공히 대폭증원하며 재판다운 재판 즉 ‘나라다운 나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공약실천을 바란다. 일자리의 창출에서 Court Firtst를 실천하길 바란다. 그것이 앞서 말한 유휴 젊은 법조인에게 활로를 활짝 열어주어 그들로 하여금 신명나게 하는 길일 것이다.

부연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법률저널사가 그간의 경륜을 토대로 법률전문섹션을 독립시켜 법의 대중화 내지는 보편화에의 기여를 내년 초로 예정한다고 들었다. 실로 반가운 소식이다. 쉽게 이해하여 Legal Mind를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이맹희 vs 이건희의 상속유류분 사건에서 인지대만 1,2심 합하여 144억원이 들었고 변호사비까지 합하여 엄청나게 진 빚 때문에 이맹희 씨 사망 후 그 상속인들이 조건 없는 빚의 상속이 아닌 적극재산을 상속받은 한도 내에서 빚을 상속하기로 하는 한정상속을 택했다는 이야기, 폴라로이드(즉석사진인화) vs 코닥 사건에서 화해(settlement)로 평화공존책을 모색하지 않고 오기로 끝까지 판결로 승부를 보기로 했기 때문에 20년 가까이 끌려가면서 변호사 좋은 일만 하다가, 패소한 코닥은 물론 승소한 폴라로이드도 진이 빠져 공멸했다는 이야기 등등. 재미나게 스토리가 이어질 수 있을 국내적, 국제적 소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소재들을 소개할 용의가 있으며, 새로 기획하는 섹션을 통하여 보다 더 큰 성장을 기대하며 창간 축하에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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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글 2017-05-17 17:22:13
잘봤어요. 술술잘읽어지게 글잼있게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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