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100시간 목표로 걸어 다닐 때도 인강 들으며 공부”
“2차 가장 어려웠던 감사, 암기 과정 녹음해 듣고 기출 집중”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내 수험생활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단 하루도 후회가 없습니다.”
수험기간 1년 8개월, ‘초시 동차’로 공인회계사 수석을 차지한 김나현 씨가 말하는 합격의 비결이다. 장기간의 수험생활이 필요한 시험을 준비해 본 수험생이라면 김 씨의 대답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단 하루도 후회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말이다.
당연히 김 씨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특별히 머리가 좋다고 느껴본 적도 없고, 남들과 다른 공부법이 있지도 않다.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고 잠들 때마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은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것이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수험생활은 지독하게 외롭고 괴로운 게 정상이다. 수험생활 중 편안함을 찾지 말고 모든 순간 본인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는 김 씨의 수험생활이 얼마나 치열하고 뜨거웠을지 궁금증이 일었다.
김 씨는 대구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해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이며 응용통계학과도 복수 전공하고 있다.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는 지난 2022년 2학기 후반 학기를 병행하며 기본강의를 들으며 시작해 작년 1월부터는 휴학을 하고 본가인 대구에서 홀로 본격적인 수험에 돌입했다. 기본강의를 듣기 시작한 때부터 헤아려도 약 1년 8개월 만에 공인회계사시험에, 그것도 수석으로 합격한 것이다.
처음 도전을 결심한 계기는 전문자격증을 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과생이지만 수학이나 숫자를 좋아하는 편이라 큰 고민 없이 여러 전문자격증 중에서 공인회계사시험을 선택했다”고.
“노는 것도 아주 좋아하지만 혼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좋아해서 고시 공부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고시 생활은 생각과 정말 많이 달라서 힘들기는 했다”는 그의 말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궁금증을 풀 차례다. 수험생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수석 합격자의 공부 방법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기본적인 생활 패턴은 6시에 일어나서 12시 30분쯤 취침했는데 눈 떠 있는 시간에는 다 공부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혼자 공부를 했기에 식사는 늘 어머니께서 싸 주신 건강한 도시락이나 콩떡으로 해결했고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양치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샤워를 하거나 걸어 다니는 시간에도 필기가 필요 없는 인강을 듣거나 세법 녹음을 들으면서 자투리 시간을 챙겼다.
그가 공부했던 집 근처 도서관은 7시에 개방하고 24시에 마감했는데 일요일을 빼고는 늘 1등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마감 노래를 들으면서 꼴찌로 나왔다. 김 씨는 “목표 주 공부시간을 100시간으로 설정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평균 15~16시간을 공부했으며 일요일은 100시간 중 부족한 시간을 채우고 저녁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 시간은 열품타 앱으로 측정했는데 확인해 보니 평균 100시간을 못 지킨 주는 거의 없다. 특별한 일이 있다면 그 전주에 휴식 시간을 줄여 미리 공부를 해두는 등의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말로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은 일정인데 김 씨는 그 엄청난 일을 해냈다.
그는 1차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2차 대비용 연습서도 열심히 봤다. 1차 기간에 회계, 세법, 재무관리 연습서는 전수로 5번 이상 풀었고 원가관리도 필수 문제로 3번은 풀었다. 9월까지 연습서를 봤는데 그 덕에 ‘회세잼원’이라는 메인 과목들의 계산문제를 쉽고 빠르게 풀 수 있었다.
경제학은 7월부터 객관식을 공부했고 그 외 과목들은 기본강의는 상반기에 들은 후 9월부터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갔다. 객관식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하루에 모든 과목을 다 보려고 노력했다.
1차 과목 중에 가장 어려웠던 과목을 묻자 김 씨는 “경영학을 가장 힘들어했는데 현재 많이 축소된 상태라 이를 제외하면 세법 말문제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세법 말문제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다른 여러 수험생과 같이 단권화를 해서 최대한 반복해서 봤고 끝까지 외워지지 않는 강제 적용기간이나 신청일자 등은 2~3장으로 정리해 시험장에 가져갔다.
2차시험을 준비할 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차시험을 준비하면서 연습서를 꼼꼼히 보면서 실력을 끌어올린 덕을 크게 봤다. 김 씨는 “연습서는 문제가 크고 호흡이 긴 편인데 나는 반드시 강의를 듣기 전에 문제를 먼저 풀어봤다. 문제를 읽지도 않고 강의를 듣는 것은 가장 잘못된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답지를 너무 쉽게 보는 것도 추천드리지 않는다”며 “답이 틀렸다면 최소한 20분 정도는 고민해 봐야 실력이 오르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 씨는 특히 연계회계나 원가관리처럼 구조가 중요한 과목들은 처음 개념을 배울 때 완전히 구조를 분해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연결회계에서 내부거래의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제거하는 분개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분개를 각각 작성한 후 직접 제거해 봤다”며 “맹목적으로 답지 풀이를 공식처럼 외우기 보다는 왜 그런 공식이 나오는지 원리를 이해해야 변형문제도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차 공부는 1차시험을 치르고 이틀 후 바로 시작했다. 감사를 제외한 4과목의 연습서는 많이 봤기에 4월 중순까지 1.5회독 정도 했고 5월부터는 gs 모의고사나 실전문제, 기출문제집을 중심으로 풀었다. 감사는 1차 전에 A 동차강의와 B 유예강의를 들어뒀기에 본격적으로 교재 암기를 시작했고 A 유예강의는 결제해 두고 휴식을 취할 때 들었다. 이후에는 gs와 기출문제를 풀었다.
감사는 김 씨에게 가장 벽이 높은 과목이었다. 그래서 교재를 통으로 외우려고 노력했고 암기하는 과정을 녹음해 자투리 시간에 계속 들었다. 그는 “gs 등수가 갈수록 하락해 많이 불안했지만 그럴수록 기출문제에 더욱 집중해 출제 패턴을 확인하고 어설프게 알고 있는 내용이 있는지 경계하고자 끊임없이 백지 테스트를 수행했다”고 전했다.
답안작성에 있어서는 가독성과 논리적 서술에 중점을 뒀다. 그는 “최대한 답이 깔끔하게 잘 보이게 작성했고 풀이 과정을 논리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르는 문제나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답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백지를 내지 않는 연습’에도 공을 들였다.
누가 봐도 후회가 남을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치열했던 시간이었지만 단점도 있었다. 그는 “공부할 때 건강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운동을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에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행히 수험을 시작하기 전 매일 3시간씩 운동을 하면서 비축해 둔 체력으로 후회 없는 수험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수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차시험이 끝난 직후였다. 김 씨가 많이 좋아하고 또 존경했던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던 것. 장례식을 치르며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장례식 다음날부터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김 씨는 “수험생활 중 슬럼프나 힘든 일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수험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는 것 같다”며 “외할아버지께서 지켜보실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고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히려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하고 열정적으로 보내는 계기로 삼았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그의 이 같은 마음가짐과 수험생활의 경험은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도 담겼다. 김 씨는 “힘들고 외로운 게 정상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리지 말고 매 순간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버텨내세요”라며 뜨겁게 응원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붓고도,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이룬 지금도, 그는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공인회계사시험 초시 동차 수석 합격이 인생 최고의 업적이 되지 않도록 항상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는 그가 또 어떤 커다란 성과를 이뤄낼지 기대된다.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다. 그가 오늘의 기쁨을 누리기까지 도전의 여정을 지켜보고 응원해 준 이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그가 걸어갈 새로운 여정에서도 함께 할 고마운 이들에게 진심이 가득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이번 결과는 저 혼자만의 성취가 아니라고 느낍니다. 항상 저 자신보다 저를 더 믿어주고 묵묵히 지켜봐 주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아주 어릴 때부터 무조건적인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친척분들께 이 글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과 응원을 보내주는 우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동기들, 선후배님들, 늘 기다려주고 챙겨주는 경명여중, 대구외고 동창들,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수많은 선생님들과 은인들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