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급 공채 73년 만에 첫 ‘시각장애인’ 합격자 탄생…교육행정 수석 강민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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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급 공채 73년 만에 첫 ‘시각장애인’ 합격자 탄생…교육행정 수석 강민영씨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1.11.22 21:04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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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2021년 5급 공채 교육행정 수석/서울맹학교 졸‧서울대 교육학부 4학년 재학
강민영‧2021년 5급 공채 교육행정 수석/서울맹학교 졸‧서울대 교육학부 4학년 재학

 

“수석 비결, 공부 리듬 잃지 않고 매일 꾸준하게 공부한 것”

“교육평등 실현 통해 사회 다양성 증진에 이바지하고 싶어”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5급 공채(구. 행정고시) 사상 최초로 중증 시각장애인(과거 등급 기준 1급)이 최종 합격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점자 교재로만 읽어야 하는 중증 시각장애인의 5급 공채 합격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1949년 제정된 고등고시령에 따라 ‘행정과’ 시험이 시작된 이래 73년 만에 처음이다. 주인공은 서울대 교육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강민영씨(26).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해 도전했으나 시각장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거푸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뒤 올해 1차시험 합격에 이어 2차시험마저 넘고 마지막 관문인 3차 면접까지 통과하면서 ‘3전3기’로 최종 합격의 영예를 안으며 공직자 등용을 눈앞에 두게 됐다.

선천성 시각장애로 전맹인 강 씨가 책을 읽는 것은 보조자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상태여서 점자 교재를 구하는 것부터 시험에 응시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 도사린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 낸 수석합격이라 기쁨이 더 컸다.

올해 5급 공채 사상 처음으로 최종 합격에다 교육행정 수석의 타이틀까지 거머쥔 강 씨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차 시험이 끝난 뒤 경제학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한 것 같아 합격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2차 합격만으로도 기뻤던 기억이 난다”라며 “그래서 수석합격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2년 넘는 시간 동안의 제 공부가 결실을 보아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한 그에게서 수줍은 듯 맑은 표정의 인사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5급 공채는 비장애인도 합격하는 데 평균 3년이나 걸릴 정도로 ‘낙타 바늘귀 통과’만큼이나 어려운 시험이다. 때문에 장애인으로서 도전한다는 게 가히 상상하기 어렵다. 그에게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

강 씨는 오랜 시간 동안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받으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 경험을 살려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특성이 있는 학습자들이 더욱 균등하고 열린사회에서 교육받는 데 일조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5급 공채에 지원하게 되었다”며 “특히 행정사무관은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제가 만든 정책을 통해 교육 평등의 실현에 도움이 되고자 도전하게 되었다”고 남다른 도전의 계기를 전했다.

이번 시험 응시에 불편함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시험시간 연장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보다 오랜 시간 동안 시험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시험 응시가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인사혁신처 관계자분들께서 1차 시험부터 3차 시험까지 점자 문제지 제공 등 제가 시험을 치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여러 가지로 지원해 주셔서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5급 공채에 도전을 결심했지만, 그에게 가장 큰 난관은 공부에 필요한 점자 교재 준비였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교재 제작을 도와주지만, 제작에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마냥 거기만 의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교재와 자료 대부분은 부모님께서 스캔하고 편집하는 방식으로 준비해주셨다. 모의고사 문제지와 일부 교재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스캔하고 편집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점자 교재로 준비해야 하는 그로서는 무엇보다 PSAT 공부에 어려움이 컸다. 그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올해는 언어논리 80점, 자료해석 85점, 상황판단 82.5점 등 평균 82.5점의 고득점으로 첫 관문을 통과했다. 합격선보다 무려 7.5점이나 높았다.

그의 PSAT 공부 방법을 보면, 처음에는 시험 3개월 전부터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2019년 1차 시험에 불합격한 뒤 7월부터 과목별로 기본강의를 수강하였고, 기출문제 및 강사의 모강 등 여러 문제를 풀면서 자신에게 맞는 풀이 방법을 지속해서 고민했다고 했다.

지난해는 1차 시험에 불합격한 후 8월부터 또다시 피셋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전과 유사한 방식을 취하되 ‘논리퀴즈 매뉴얼’과 ‘강화약화 매뉴얼’을 통해 부족했던 언어논리 영역을 보완했다. 상황판단 퀴즈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퀴즈 관련 도서를 꾸준히 보는 방식으로 공부한 끝에 올해 평균 82.5점이라는 높은 성적으로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강민영 씨의 1차 성적표
강민영 씨의 1차 성적표

2차 공부 방법은 우선 행정법과 행정학의 경우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여 기본 내용을 이해한 후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등의 답안을 작성하고 주요 내용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경제학은 휴학한 학기에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선배의 멘토링을 받은 뒤 스스로 여러 문제를 접해보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교육학과 교육심리학은 여러 교재 및 교육부 정책 관련 자료를 보면서 공부했고, 별도의 스터디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번 2차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경제학을 꼽았다. 내용이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식 전개나 그래프 이해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 강 씨는 2차 시험이 끝난 뒤 경제학을 잘 치르지 못한 것 같아 합격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경제학 점수는 60.33점으로 높았다.

경제학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자 그는 “여러 강사의 자료를 보며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노력했다”며 “또한 1차 시험 2주일 전까지도 경제학을 하루에 최소 30분은 공부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3순환 기간 이후에도 경제학을 매일 공부하여 경제학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강민영 씨의 2차 성적표
강민영 씨의 2차 성적표

답안작성과 관련해서는 그는 학원 실강을 듣기 어려워 스스로 많은 답안을 써보고 해설과 비교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다고 했다. 교육학과 교육심리학을 제외하고는 답안특강 또는 합격생 첨삭을 통해 답안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또한, 교육학과 교육심리학의 경우 기출문제 답안을 스스로 작성한 뒤 단행본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면서 내용을 스스로 첨삭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특히 경제학의 경우 작성한 수식의 첨삭을 도와준 합격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여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 계신 점역사가 역점역을 도와줘서 답안작성 능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작장애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석까지 차지한 비결을 묻자 강 씨는 공부 리듬을 잃지 않고 매일 꾸준하게 공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시험은 공부량에 따라 답안지에 쓸 수 있는 내용의 풍부성이 달라지는데, 저는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공부시간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공부하였고, 올해 3순환 기간에는 하루에 12∼13시간 정도 공부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A4용지 1페이지 문서는 점자로 변환하면 4~5페이지 분량이다. 그래서 그는 자료를 점자파일로 변환하여 '한소네'라고 불리는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공부했다.
일반적으로 A4용지 1페이지 문서는 점자로 변환하면 4~5페이지 분량이다. 그래서 그는 자료를 점자파일로 변환하여 '한소네'라고 불리는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공부했다.

그는 모든 시험 단계마다 도사린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종 합격까지 다다랐지만, 그래도 그에게 도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1차 준비였다.

그는 첫 1차 시험 전까지 언어논리 영역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언어논리 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언어논리 영역의 학습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LEET나 입법고시 등 어려운 지문을 지속해서 접하고 매일 일정 시간 동안 독해 연습을 했고, 논리 부분에 대한 심화학습을 하면서 이를 극복했다.

또한, 자료해석 영역의 경우 그래프를 활용한 직관적 풀이가 어렵고 점자 문제지로 인쇄했을 때 표 하나가 4페이지에 걸쳐 있는 때도 있어서 공부 과정이 어려웠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점자 문제지에서 자료의 대략적인 위치를 기억하고 선지에서 원하는 항목을 빨리 찾아가는 방법 등 자기만의 문제 풀이 방법을 지속해서 고민했고, 매일 계산 연습하면서 계산 속도를 높이려고 했다.

매일 꾸준하게 공부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뒷받침돼야 했다. 그의 건강관리 방법은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되 깨어있는 시간 동안은 최대한 집중하여 공부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3순환 기간에도 하루에 7시간 정도 충분히 잠을 잤다. 또한 이틀에 한 번 정도 실내 자전거를 30분씩 타면서 체력관리를 했다.

장애인을 위한 제도적인 보안의 필요성을 묻자 그는 “5급 공채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였을 때 주변에서 장애인 구분 모집이 있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자료해석과 경제학 등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애인들이 입직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만약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균형인사 정책의 대상을 장애인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도입된다면 장애인들이 5급 공채 도전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강 씨는 앞으로 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교육부에서 첫 공직생활을 내딛게 된다. 어떤 공직자가 되고 싶은지 포부를 묻자 그는 “먼저 교육평등 실현을 통해 사회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우리 사회가 더욱 열린사회가 되는 데 이바지하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그는 “5급 공채 준비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장애인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있지만, 어떤 방식의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입직한 후에도 더 나은 교육정책 입안을 위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무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과연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드는 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매일 한 발씩 나아갔더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수험생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수험생 여러분들도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겠지만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강 씨의 합격은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먼저 “오랜 시간 동안 큰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고 힘든 순간마다 격려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그는 “원활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박병욱 주무관님을 비롯한 인사혁신처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지속해서 지원해 주신 국립장애인도서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서울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강 씨는 또 “경제학의 기초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강진석 선배님, 감사드리고 함께 입직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며 “그 외에 저를 위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친구 지연이와 많은 지인, 답안을 첨삭해 주신 윤화 언니와 세영 언니, 교육행정직 면접스터디 함께 했던 분들, 면접 준비에 많은 도움을 주신 합격생 여러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5급 공채 사상 첫 중증 시각장애인 합격의 주인공으로 기록될 강 씨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 이제는 세상 밖의 더 큰 산을 향해 걸음마 연습부터 해야겠지만, 공직사회에서 장애인들도 사회에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그의 꿈이 활짝 펼쳐지기를 고대한다.

강민영‧2021년 5급 공채 교육행정 수석‧서울맹학교 졸‧서울대 교육학부 4학년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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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 2021-11-28 19:37:30
너무나 대단하십니다 큰그릇인만큼 공직에서 더 큰일을 해내시길 바랍니다

공직 2021-11-26 16:02:15
축하드립니다!

김보경 2021-11-24 07:31:13
멋진 기사 감사합니다!
다만 장애인의 반댓말은 일반인이 아닌 비장애인입니다.
댓글 보시면 수정 부탁드립니다.

David 2021-11-23 01:45:07
감히 뭐라고 할수없을 정도로 대단하십니다. 고생많으셨고 꼭 좋은 공직자가 되주세요

ㅎㅁㄹ 2021-11-23 01:36:16
진짜 대단하네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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