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5급 공채 교육행정 수석 강민영 씨…서울대 졸업생대표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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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5급 공채 교육행정 수석 강민영 씨…서울대 졸업생대표 연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2.02.25 12: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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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의 순간마다 내린 답은 ‘그래도 계속해 보자’였다”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서울대는 25일 제76회 전기 학위수여식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졸업식 축사는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부 초빙 석좌교수로 임용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맡았다.

오세정 총장은 학위수여식사에서 “어려움에 굴하지 말고, 난관을 회피하지도 말고, 그것이 함께 가져오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어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며 “사회에 나가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공공심(公共心)을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은 중증 시각장애인 최초로 국가공무원 5급 공채 교육행정직 수석으로 합격한 교육학부 강민영 씨가 맡았다.

선천성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강 씨는 이날 졸업생 대표 연설에서 “다양한 특성이 있는 학습자들을 위한 균등한 교육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그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교육학과에 진학했다”며 “하지만 대학 생활에서 순탄하게 보냈던 학기가 한 번도 없을 정도였고, 이런 과정에서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학습 환경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5급 공채 도전을 결심했다”며 “많은 분이 ‘불가능할 것이다’, ‘다른 진로를 생각해 봐라’ 등의 조언을 하셨지만,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으로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5급 공채 도전의 계기를 밝혔다.

서울대 졸업식 온라인 생중계 화면 캡처

하지만 강 씨는 “준비과정에서 맞닥뜨린 어려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낯선 길이었기에 하루하루 힘겹게 길어가야 했다”며 “저만의 공부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만 했고, 1차시험에 연거푸 탈락하면서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실망도 컸지만, 좌절의 순간마다 제가 내린 답은 ‘그래도 계속해 보자’였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마다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그날 이룬 성취를 되새기면서 후회 없는 수험생활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대 제76회 전기 학위수여식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이날 졸업생 대표 연설은 중증 시작장애인 최초로 2021년 5급 공채 교육행정 수석을 차지한 강민영 씨가 맡았다.
25일 서울대 제76회 전기 학위수여식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이날 졸업생 대표 연설은 중증 시작장애인 최초로 2021년 5급 공채 교육행정 수석을 차지한 강민영 씨가 맡았다.

마침내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세 번째 시험에서 모든 관문을 통과하여 5급 공채 교육행정직 수석으로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균등한 교육환경 실현’이라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스티브 잡스가 삶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을 점에 비유하면서 ‘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선으로 연결된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 당시에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된 적이 있다”며 “코로나19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지만, 우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 강민영 씨의 연설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76회 전기졸업생 여러분을 대표하여 연설하게 된 교육학과 강민영입니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기회를 주신 오세정 총장님과 서울대 구성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와 함께 졸업하는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LCA라는 선천성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저에게 배움의 과정은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습니다. 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부터 저는 재미있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책을 좋아했습니다. 점자를 공부하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열심히 점자를 익혔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습니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 공부했던 학창 시절에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얻을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에 늘 배움에 목말라 하며 학교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저 자신을 다독이며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마음껏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특성이 있는 학습자들을 위한 균등한 교육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그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교육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지만,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강의 중 제가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을 찾아야 했고, 수업에 필요한 교재나 자료를 공부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인 대학생들이 비슷한 어려움으로 인해 교재가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학기를 시작하곤 하지만, 저는 다른 학우들과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수강 신청 한 달 전부터 수업을 선택하고, 교재와 수업 방식 등에 관한 문의를 통해 필요한 교재와 자료를 미리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준비했음에도 수강 중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자주 발생했고, 그때마다 해결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되돌아보면 대학 생활에서 순탄하게 보냈던 학기가 한 번도 없을 정도였고, 이런 과정에서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학습 환경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4학년 1학기를 마친 후,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5급 공채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많은 분이 “불가능할 것이다”, “다른 진로를 생각해 봐라” 등의 조언을 하셨지만,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으로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준비과정에서 맞닥뜨린 어려움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낯선 길이었기에 하루하루 힘겹게 길어가야 했습니다. 저만의 공부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만 했고, 1차시험에 연거푸 탈락하면서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실망도 컸지만, 좌절의 순간마다 제가 내린 답은 “그래도 계속해 보자”였습니다. 시험 준비과정에서 시각장애로 인해 공부 외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았고, 공부할수록 부족한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마다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그날 이룬 성취를 되새기면서 후회 없는 수험생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세 번째 시험에서 모든 관문을 통과하여 5급 공채 교육행정직렬에 최종 합격한 저는 ‘균등한 교육환경 실현’이라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졸업 이후 우리가 마주할 세상에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나이, 성별, 장애 등의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또 제가 그랬듯 도전을 결정할 당시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여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과감하게 도전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 제가 나아갈 길에는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을까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는 제 앞에 놓인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직면하려 합니다.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원하는 결과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설령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이 큰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삶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을 점에 비유하면서 ‘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선으로 연결된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 당시에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지만, 우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졸업하는 모든 분의 삶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항상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동기와 선후배님들, 수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교수님들, 최선을 다해 지원해주신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님들, 그리고 저를 이끌어주시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께 마음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생일 축하 인사와 함께 늘 미만하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 저는 괜찮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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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호 2022-02-25 21:36:51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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