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웠던 행정법, 합격자 첨삭으로 점수 끌어올려”
“PSAT 잘 보려면 헌법 점수 안정돼야…기출풀이로 준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먼 길을 떠날 때 이왕이면 목적지까지의 경로가 상세히 그려져 있는 지도가 있다면 훨씬 편하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구두로 들은 설명이나 간단히 그린 약도 정도만 있다면 어떨까? 가는 길이 조금 고되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등 도움을 좀 받더라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2021년 5급 공채 국제통상 수석의 영예를 차지한 성소윤씨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산국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학부에 진학해 4학년에 재학 중인 성씨는 처음에는 학과 특성상 주변에 5급 공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부모님의 권유도 있어서 수험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런데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점점 재미를 찾게 됐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공직자의 꿈을 갖게 됐다고.
하지만 확신이 없는 상태로 시작한 공부였기에 방황의 시간도 있었다. 힘겨웠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수석 합격의 기쁨이 더 클 성씨에게 소감을 묻자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2차시험을 끝내고 나왔을 때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달성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붙든 떨어지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끝내고자 했는데 운이 좋게 수석으로 합격하게 돼 기쁘고 또 영광”이라고 대답했다.
5급 공채의 첫 단계인 PSAT은 다행히 적성에 맞았다. 그는 “부끄럽지만 처음 진입할 때부터 PSAT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점수가 나와서 따로 많은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전국 모의고사를 3~4회 정도 응시하고 그 외에는 기출문제를 5개년 정도 풀고 시험장에 들어갔다”고 했다. 때로는 강사들의 모강을 구해서 풀기도 했다.
그는 “모의고사의 경우 실시기관에 따라 해당 모의고사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달라서 웬만하면 그날 채점하고 틀린 문제만 간단히 확인했고 그 후에는 직렬 내에서의 등수 확인 용도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모의고사를 응시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규모와 문제의 안정성에 있어서는 법률저널 모의고사를 가장 추천한다.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응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에 용이하고 또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체계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PSAT 일주일 전에는 토요일에 치러지는 시험 일정을 고려해 일요일과 화요일, 목요일에 각각 기출문제 1회씩을 풀고 나머지 요일에는 헌법을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했다. 시험 당일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마지막 주에는 무리하지 않도록 수험계획을 짰다.
헌법에는 더 신경을 썼다. 그는 “PSAT을 잘 보기 위해서는 헌법 점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PSAT보다는 헌법 공부에 좀 더 집중했다. 강의도 많은 도움이 됐지만 기출문제를 최대한 많이 풀려고 했다”고 말했다. 기출문제를 풀면서 선지 분석을 꼼꼼히 한 덕에 실전에서 PSAT을 풀 때도 헌법 과락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성씨의 경우 보통 1월 무렵부터 2차시험까지 공부를 하고 하반기에는 공부를 잘 하지 않았기에 따로 서브노트 같은 자료를 만들지는 못했다고 했다. 대신 기출문제를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이 다가올수록 최대한 전 범위를 훑어 방어할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
영어는 다른 국제통상직 수험생들과 함께 스터디를 꾸려서 직접 문제를 만들어 풀었고 경제학은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방어과목으로 삼는 대신 국제경제학 공부에 무게를 실었다. 경제학과 국제경제학은 답 도출에 중점을 뒀고 국제법은 답안을 유기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완전한 답안을 많이 써보려고 노력했다.
2차에서는 행정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점수가 가장 안 나오는 과목이기도 했고 목차를 잡는 것도 어려워서 많이 헤맸다는 설명이다. 성씨는 행정법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행정법에서 고득점을 받은 합격자에게 여러 번 첨삭을 받았다. 그 결과 올해 행정법 점수를 13점이나 끌어올릴 수 있었다.
성씨는 “답안 작성은 합격자나 선생님께 첨삭을 받아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특히 법 과목은 주위에 합격자가 있다면 첨삭을 받아보고 그것이 어렵다면 스터디를 꾸려 스터디원들끼리 답안지를 돌려보고 피드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답안 작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가독성’이었다. 성씨는 “답안지를 채점하는 교수님의 입장에서 답안이 읽기 쉽게 명확하고 깔끔하게 쓰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수석 합격자의 고득점 비결이 궁금해 물었더니 “수험생활을 하던 때에 다른 합격자들의 합격수기를 읽으면 ‘운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들 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다. 최고 득점을 했지만 그것은 내가 잘 풀 수 있는 문제를 운이 좋게 만나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히 올해와 같은 경우 국제경제학에서 경제학 기본기를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는데 경제학 선택자로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면접시험은 국제통상직 필기합격자가 모두 모여서 함께 준비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전원이 모여 대면 스터디를 하지는 않았지만 소규모 대면 스터디와 비대면 스터디를 병행하며 준비했고 학교 선배들에게도 도움을 받았다. 그는 “면접시험 역시 많이 준비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통상직의 경우 통상 관련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관련된 정책이나 자신이 기여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앞서 주위의 환경이나 추천으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오히려 공부를 하면서 공직의 꿈이 생겼다고 했다. 수험생활과 공부방법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했지만 정확하고 상세한 지도가 없이 출발한 여행자와 같은 상황 속에서 어찌 고민이 없었을까. 그는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에서 수험생활을 하며 겪었던 고민과 방황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성씨는 “나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해서 꽤 오랜 기간을 방황했다. 그 과정에서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또 시간을 많이 낭비하기도 했기에 진입을 공부하는 분들께는 수험생활에 관련해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은 후에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현재 공부하고 있는 많은 수험생분들, 나의 미래가 어두운 것 같고 또 현재의 내가 만족스럽게 공부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똑같았다. 하지만 오늘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내일 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잘한 기억보다 못한 기억을 더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찰나의 우울감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진심이 담긴 응원을 전했다.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결과, 마침내 최종 합격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것도 수석 합격이라는 영광까지 함께. 그는 계속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갈 생각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에 발맞춰 성장해나가는 공직자”를 목표로 말이다.
끝으로 포기하지 않고 합격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계속 걸어 나갈 수 있도록 그를 지지하고 응원해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오랜 기간 묵묵히 저를 지지해주신 부모님, 저를 응원해준 정말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님들,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 그리고 저의 답안지를 열심히 첨삭해준 화백실 선배님들과 승주언니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