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층분석, 변호사업계는 과연 불황인가(7)-굶어 죽어도 사짜는 사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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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심층분석, 변호사업계는 과연 불황인가(7)-굶어 죽어도 사짜는 사짜다
  • 이성진
  • 승인 2020.03.30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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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남긴 음식, 먹을 수는 있지만 안 먹고 버리는 음식을 ‘잔반’이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하나 재미난 사실은 조선시대 때 몰락한 양반을 지칭하는 용어를 ‘잔반’이라고 했다는 점이다. 당장 굶어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양반이라고 채면을 차려야 했던 족속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조롱하는 의미가 다분히 담겨 있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사’짜 직종의 한자가 ‘선비 사(士)’짜를 쓰는 것은 우리의 인식 내면에 전문직을 사회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내면이 투영된 것 같다(개인적으로는 내적 우월감이 투영된 ‘선비 사(士)’짜 보다는 의뢰인의 어려움을 대신 고해준다는 취지의 ‘말씀 사(詞)’가 직역의 특징을 더 잘 반영해주기 때문에 말씀 사짜를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변호사들은 사건수임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언론에서도 이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스쿨 10년’ 변호사 두배 늘고 수임은 반토막] / [단독] 6대 로펌行 고작 7%…“月200만원 못버는 변호사도” 등이다.
첫 번째 기사의 취지와 두 번째 기사의 취지는 비슷하다. 로스쿨 도입 10년, 변호사들이 수임하는 사건의 수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부산지역 변호사의 사건수임 수가 3.05개로, 지난 2008년 6.97개 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는 내용이 담겨있으며, 두 번째 기사에는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가 1.69건으로 추락한 탓에 무한생존경쟁에 휩쓸리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위 내용은 앞선 기사에서 언급되었던 변호사들의 소득이 감소한다는 내용과 연결된다. ‘수임하는 사건이 줄고 있다, 그래서 공멸할 것이다’라는 취지가 맞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이하에서는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 필자의 말 -
 

양필구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양필구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2017 사법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에 발생하는 사건의 총 수는 18,069,526건"

법원에서는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에 대한 통계자료를 매해 만들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법연감이다. 이러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접수된 사건의 총 수는 18,069,526건이다. 그렇다면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들에는 어떠한 종류들이 있을까?

사법연감에서는 위 사건들을 ‘소송사건’과 ‘비송사건’으로 분류한다. 소송사건에는 본안사건과 본안외사건(민사사건 중 조정·독촉·집행·신청·기타, 가사사건 중 가사비송·조정·신청·기타, 행정사건 중 신청·기타, 형사사건 중 약식·즉결·양장·신청·기타, 소년보호사건, 가정보호사건, 감치·과태료사건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송사건과 비송사건에는 각각 1. 민사소송 2. 가사사건 3. 형사소송 4. 행정소송 5. 특허·선거소송 6. 소년보호 7. 가정보호 사건이 있다. 위 사건구조 및 사건의 개수를 도표화 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의 분류기준에 따라 세부적인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필자
사건의 분류기준에 따라 세부적인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필자

"변협이 도출한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의 수는 전체 사건의 1.54%만을 대상으로 한 것"

위의 기사에서 언급된 변호사의 사건수임 수는 대한변협에서 발표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변협은 어떤 기준으로 저런 수치를 도출했을까? 그 방법은 사법연감에 나오는 우리나라의 전체사건(엄밀히 말하여 전체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는 사건이 빠져있기 때문이다)들 중에서 민사본안사건만을 분자로 하고 그 수치를 그 당시의 변호사 숫자로 도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사본안사건의 비중은 전체 사건의 6.06%에 불과하다. 변협이 도출한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의 개수는 사건 전체를 분모로 삼은 것이 아닌, 위의 1.54%만을 분모로 삼아 도출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방식의 1인당 변호사 월평균 사건 수임 수 도출은 많은 오류를 내포할 수밖에 없어"

위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수임 개수가 내포하는 오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변호사가 수임하는 사건은 민사본안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 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건에는 민사, 가사, 형사, 특허 등 많은 종류가 있다. 또한 위 도표에 포함되지 않은 헌법재판 또한 변호사가 수임하는 사건에 포함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1인당 변호사 월평균 사건 수임 수 도출방식은 이를 고의적으로 누락하고 있다.

이를 고의적으로 누락하고 있다는 증거가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연구’에 분명하게 남아있다. 이 책의 201P에는 국내변호사업계의 특성에 비추어 ‘민사본안사건’만을 그 파악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삼은 내용은 ‘사법연감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하지만 위 내용은 본인이 작성한 내용에 형사공판사건도(위 도서 201P후단 참고) 포함된다고 명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내용을 제외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위 도출방식에 따르면 민사본안사건외의 사건을 담당하지 않는 변호사들의 사건수임개수는 0건으로 집계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퇴직검사들의 사건 싹쓸이 등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한변협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에 따르면 이들의 사건 수임 수는 0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수임 수 측정방식은 현실이 반영되지도 않으며, 변호사단체의 지향점과도 맞지 않아"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단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이 ‘직역통합’이다. 이는 나라에서 발생하는 법률분쟁 전부를 변호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변호사단체에서 발표하는 변호사의 사건수임 수에는 민사본안사건만이 그 분모가 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추산에는 나홀로 소송이 제외되어 있다.

2018년 『[Law&Biz] 변호사 도움 없이… ‘나홀로 소송’ 비중 75% 육박』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나홀로 소송을 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전체 75%에 달한다고 한다.

변호사단체는 일이 없다고 통계에서 분모를 제외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수임하는 사건의 수를 축소하여 홍보하기 이전에, 나홀로 소송을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변호사단체에서 발표하는 것처럼 민사본안사건만을 변호사가 담당하는 사건의 전부로 삼을 것이라면, 타 법률직역들이 법률사무를 담당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본인들은 하지 않으면서 다른 직역보도고 해당업무를 담당하지 말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억하심정이란 말인가.

또한 민사본안사건 이외에도 민사비송, 가사소송, 특허소송, 등기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변호사들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저 기준에 따르면 수임하는 사건이 0건이다. 이런 판단이 타당한지 반문하지 아니할 수 없다. 결국 변호사단체에서 주장하는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수임 수’는 철저한 거짓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말 한마디를 건네며 글을 마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며, 변호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훨씬 많다."

(다음 화는 '변호사의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는 이들이 먼저 실천해야 할 3가지'로 최종화가 이어집니다)

양필구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편집자 주] 이 글은 양필구씨가 보내온 기고문이다. 총 8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한다. 아울러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 글에 대해서 또는 법조인력양성제도와 관련한 어떠한 의견에도 열려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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