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6)-‘시간이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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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6)-‘시간이 약’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4.26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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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시간이 약>

모리버스(필명)

“시간이 약”이란 흔히 쓰이는 숙어는 진부하지만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글자가 잘못된 오타(誤打), 오자(誤字)를 의미하는 “오탈자”라는 단어를 보고 듣기만 해도 심장이 뛰고 눈물을 겨우 삼키던 제가 이제는 우연히 인터넷 검색 중 찾은 이 오탈자를 위한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스스로 직접 지원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먼저 긴 어둠의 터널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으로서 혹시라도 아직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주제넘지만 저의 지난 시간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취업 준비에 바로 뛰어들었습니다.

충분히 슬퍼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취업시장에서 나이가 많은 무경력자는 불리한 것을 알고 있기에 고용 형태를 따지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로스쿨 졸업 학위를 적고 자격증 칸을 공란으로 두어야 하는 게 매번 취업 공고에 지원할 때마다 위축되었지만 학위와 그 기간 공부한 것들은 모두 분명 도움이 되는 경력입니다. 면접 시에는 오탈자에 대한 무시, 동정, 또는 아예 무지한 반응 등을 접했으나 “어쩔 수 없지”, “그럴 수도 있지”, “법은 어디서든지 사용되므로 내가 배운 것은 절대 헛된 것이 아니고 쓸모가 있다”는 마인드로 대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 좋은 곳에 취직, 이직 잘하고 경력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먼저 전공을 살려 법무 직무로 일을 시작하였으나 나와 같은 로스쿨을 다녔는데 이제는 처지가 너무 달라진 변호사분들 사이에서 자격지심에 작아지는 스스로를 보다 못해, 결국 법학과 관련되면서 유사한 직무인 준법감시로 변경하여 전문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더군요.

2. 행정사 시험을 치고 해당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법률 유사 직종과 법학 과목이 있는 시험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관련 시험 중 행정사 시험이 가장 법학 과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도전하였고 합격하였습니다. 그래도 긴 시간 법률 공부한 것이 아예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희망했던 시험의 합격이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본 합격 글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3. 대학원 법학 박사 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저의 꿈이었던 법학 공부는 하필 또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우스갯소리로 언젠가 사법시험이 부활할 수도 있으니 법학 공부를 계속하라고 웃으며 하셨던 말씀이 힘이 되어 법학 박사 과정에 지원하여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로스쿨 도입 당시 내세웠던 국제화 시대 전문 법조 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 교육을 이제서야 접할 수 있으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만 시험 부담감에서 벗어난 공부는 즐겁더군요. 법학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배워나가고자 합니다.

나는 범죄자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고 뭘 어떻게 해도 영원히 내 모국에서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실로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억울함과 절망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국가가 개인이 어떠한 특정 직업을 평생 가질 수 없도록 정하는 게 옳은가, 왜 다른 자격시험과 다르게 변호사만 그런 제한이 있는가 생각하고 주변에 말도 해보았지만 이를 그저 실패자의 변명으로 보는 시선에 결국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이러한 환경에 더 위축되었을 테고 이런 슬픔을 겪게 될 분들이 매년 계속 늘어나기만 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본 에세이 작성에 앞서 어떤 내용을 적어 내려가야 할지 생각하며 찾아보니 이렇게 오탈자를 응원하고 지원해주시는 사랑샘 재단뿐만 아니라 많은 변호사님들께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위헌이라고 제기해주시며 목소리를 내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한 변호사님께서 “자신이 법조인을 꿈꾸면서 가졌던 희망을 잊지 마시고 반드시 실현해 갈 거라는 희망을 품고 굳건히 살아가시기를 기원한다”라고 말씀하신 뉴스 내용 글귀를 읽었는데 이는 저에게 큰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부도덕한 법은 의미가 없고, 그렇기에 저 역시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명 미래에 변호사시험법 제7조의 오탈제도는 폐지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이 시간이 지나 개발되듯이, 저는 그때까지 다시 한번 “시간이라는 약”의 힘을 믿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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