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층분석, 변호사업계는 과연 불황인가(5)-앙시앙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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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심층분석, 변호사업계는 과연 불황인가(5)-앙시앙레짐
  • 이성진
  • 승인 2020.03.16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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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인류역사를 뒤바꾸는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 대혁명이다. 대혁명은 인류역사 이래 사람들을 지배해 왔던 신분제를 붕괴시키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자유, 평등, 박애를 기반으로 구체제를 파괴했던 대혁명의 결과로 우리는 지금 만인이 평등한 세상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혁명 이후 바로 민주정을 이룩한 것은 아니었다. 앙시앙레짐(프랑스어로 ‘옛 제도’를 의미하는 말이나, 일반적으로는 프랑스 혁명 전의 ‘구제도’라는 특정개념으로 쓰인다)으로 총칭되는 구체제의 신봉자들은 사회 도처에 존재하였다.(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대혁명의 결실로 등장한 인물이 나폴레옹이며, 대혁명의 산물을 전 세계에 전파했던 이가 전제군주이자 황제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다.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프랑스에 들어선 정치체제도 군주정이었다는 사실은, 구체제를 신봉하는 이들의 영향력이 막강했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이런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그곳은 바로 법조계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11년, 법조계를 둘러싼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찬반양론이 아직까지 존재하지만, 법률서비스의 대중화와 기수문화의 혁파는 로스쿨제도가 가지고 온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향수에 젖어 기득권들은 이러한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이런 ‘앙시앙레짐’에 사로잡힌 법조계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다. - 필자의 말 -
 

양필구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양필구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과거 법조인들이 거두어들였던 수익은
엄격한 수적 통제에 따른 과도한 수익

과거의 변호사들, 그러니까 90년대 초중반까지 변호사로 개업했던 변호사들(전관출신이건 아니건)은 엄청 쉽게 돈을 정말 많이 벌었다. 물론 8-90년대 법조계의 풍경을 기록한 기사들을 보면 법조인들은 돈을 못 벌어 어렵다고 한탄을 하지만(지금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지금과 비교했을 때 쉽게 돈을 벌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때와 비교한다면 소위 말하는 어쏘(고용된) 변호사들의 연봉이 감소한 것 또한 사실이다. 2010년에 신입 변호사들은 세후 500만원을 기본으로 보장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10대 로펌을 제외하고 세후 500이상을 받는 어쏘변호사는 드문 것이 사실이다. 세전 350-400까지 월급은 내려갔다. 변호사들의 급여가 객관적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지점이 있다. 그것은 변호사들의 처우가 낮아진 것과 변호사 자신들이 행한 노력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대우를 받는가 하는 것이다.
 

법조계는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취업난과 경기 불황이 짙어지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여기에 더해 법무사, 변리사 등 법률관련 전문자격사들이 변호사에게만 인정되는 소송대리권 중 일부를 요구하는 등 직역수호에도 힘겹다는 대세적 주장과 또 다른 직역확대로 활로를 넓혀야 한다는 대외적 주장도 공존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4월 9일 대한변협이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변호사와 관련 전문자격사간 동업 허용 여부’라는 세미나를 열고 법조계내의 의견을 듣고 있다. / 법률저널 자료사진
법조계는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취업난과 경기 불황이 짙어지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여기에 더해 법무사, 변리사 등 법률관련 전문자격사들이 변호사에게만 인정되는 소송대리권 중 일부를 요구하는 등 직역수호에도 힘겹다는 대내적 주장과 또 다른 직역확대로 활로를 넓혀야 한다는 대외적 주장도 공존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4월 9일 대한변협이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변호사와 관련 전문자격사간 동업 허용 여부’라는 세미나를 열고 법조계내의 의견을 듣고 있다. / 법률저널 자료사진

이와 관련하여 제시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가 있다. 그것은 2018년 기준 ‘일자리 행정통계’와 ‘임금일자리 소득(보수)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150만∼250만원 미만의 소득자는 전체의 28.9% (2018년 25.1%), 85만∼150만원 미만의 소득자는 11.2% (2018년 15.9%), 85만원 미만의 소득자는 16.3% (2018년 16.8%), 250∼350만원 미만의 소득자는 전체의 15.4% (2018년 14.9%)이다. 모두 더하면 76.5%에 달한다.

변호사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는 월 세전 350만원 벌이가, 전체 국민으로 봤을 때 상위 23.5%에 해당하는 수입수준인 것이다. 또한 세전 350만원을 받는 변호사가 존재하고 있지만, 그들이 변호사의 절대다수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예전보다 그 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에는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많이 있다.

단순하게 ‘서울에서 취업이 안 되면 지방으로 가라’가 아니라 남들이 선망하는 수준의 일자리들이 공석으로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는 다른 직역에 비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개업을 할 수 있는 직업이며, 다른 직군으로의 진출도 다른 직종과 비교했을 때 매우 수월하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은 국민들에게 ‘엄살’에 불과할 것이다.

변호사들의 소득감소를
생존권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생활고 끝에 숨진 일가족…작년엔 지인 돈 못 갚아 피소'라는 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김포에서 일가족이(할머니, 어머니, 아들) 자살을 하였다. 자살을 한 사유는 30대 여성이 수백만원대의 피소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생을 마감하신 분의 유서에는 생활고에 대한 비관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생존권이 위협받는 경우이다. 세전 350만원을 받는다고, 그것이 국민소득의 상위 23.5%에 해당함에도,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한다면 역으로 의문을 제기할 것이 있다. 도대체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변호사의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는다고 할 것인가?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을 한다면 한달에 얼마를 벌어야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하여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법조인들은 과거 자신들이 누렸던 호사가 앙시앙레짐 시절에 귀족들이 누렸던 호사와 다름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에게 공급해야할 서비스의 총량을 과소하게 하고서, 절박한 사람들의 상황을 이용하여 과도한 돈을 받아오던 과거의 행태가 진정 공익성을 띄고 있는 법조인단체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역시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저런 과거에서 만들어진 현상이 ‘사무장들 전성시대’와 ‘타 법조직역의 활성화’이다. 법조문턱은 턱없이 높고, 국민들의 서비스욕구는 점차 향상되어 가는 상황에서 법조인들은 자신들의 몸값을 지키기 위하여 타 법조직역을 양산하였다.

법무사, 세무사, 공인노무사, 변리사, 행정사, 공인중개사 등 소위 말하는 문과의 사짜돌림들은 변호사가 하던 일 중 기능의 일부를 분리하여 만들어 진 직군들이다. 사무장들은 서면사무장, 영업사무장 등 다양한 직군으로 분화되며 변호사가 해야 할 일들을 암암리에 처리하였다. 앙시앙레짐 체제 속에서 변호사가 최고귀족이고 그 아래 집사(사무장)들이 있으며 그 하위로 상공인(타 법조직역들)이 존재하는 신분제 구조가 법조계에 그대로 구현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법조서비스 총량의 부족을 빌미로 국민들에게 고액의 서비스비용을 받는 체제, 그것이 소수변호사시대가 만든 앙시앙레짐이다. 이런 체제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앙시앙레짐은 끝났다.

(다음 화는 5G 세상에 3G폰을 쓰는 사람들 - 기존 변호업계의 잘못된 세계관으로 이어집니다)

양필구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편집자 주] 이 글은 양필구씨가 보내온 기고문이다. 총 8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한다. 아울러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 글에 대해서 또는 법조인력양성제도와 관련한 어떠한 의견에도 열려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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