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주경야독으로 행시 기술직에 합격한 이진오씨
상태바
[인터뷰]주경야독으로 행시 기술직에 합격한 이진오씨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12.18 15:38
  • 댓글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진오·2015년 5급(기술) 공채 최고령·경문고·연세대 토목공학과 졸업

“서울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어 가고 싶다”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지난 10일 인사혁신처(처장 이근면)는 2015년도 행정고시(기술) 최종합격자 81명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최종합격자 가운데 최고령 합격자는 시설(일반토목-서울)에 응시한 이진오씨다. 78년생으로 만 37세에 불과한 그에게 ‘최고령’의 타이틀은 어색했다. 무엇보다 이씨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주경야독으로 당당히 행정고시에 합격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경문고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현재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재직하고 있다. 2007년에 입사해 이달 말 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는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인생의 제2막을 열게 된다.

주경야독 끝에 합격한 그에게 소감을 묻자 “부족하지만 그 가운데서 합격이라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우선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수험기간 동안 전적으로 저를 지지해준 부모님, 아내 그리고 두 아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며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제는 더 이상 피곤한 몸과 마음을 억지로 추스르며 출퇴근길과 점심시간에 책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너무나도 홀가분하다는 그.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반듯한 직장에 다니면서 굳이 행정고시라는 힘든 공부를 자처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에게는 대학 입학(토목과) 하면서부터 하나의 꿈이 있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37년간 살아오면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더욱 쾌적하고 살기좋은 도시로 만들어가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에서 정책관련 일을 수행함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 공직(서울시 사무관)에 꿈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그 꿈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학창시절 3년간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결혼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취직을 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꿈을 뒤로 한 채 근무를 하면서도 당초 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가능성도 희박하고 모든 여건이 어려운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 육아 그리고 공부를 병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때 사랑하는 아내가 꿈을 위한 도전을 전적으로 지지해주고, 모든 희생을 감내해 주었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공무원이 되면 현재 직장보다 급여가 적을 텐데 이직의 고민은 없었을까? “분명히 보수가 적은 것은 현실이지만, 중요한 사항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되어집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명감 및 자부심으로 보수 관련 부족한 부분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베여 있었다.

“가족의 희생과 주변의 도움이 비결이라면 비결”

일·가정·공부는 양립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의 합격 비결이 궁금했다. “타 수험생들에 비해 공부의 양도 적을 수밖에 없어 합격의 비결을 말하기는 부끄럽다”는 답이 돌아왔다.

재차 되묻는 말에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하는 경우 우선 가족의 배려와 희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도 두 아이의 아빠로서 육아에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가급적 평일 저녁에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는 함께 놀아주기는 했으나, 그 외 시간의 가정 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주말에는 온전히 가정과 육아 관련한 모든 것을 아내와 어머니께서 감당해야만 했다. 이러한 주변사람들의 희생이 필수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

그는 집앞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했지만 각종 시험관련 자료나 문제 및 출제경향 등은 틈틈이 학교 후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공부 방향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한 점검의 차원에서도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조언했다. 결국 가족의 희생과 주변의 도움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이씨는 직장 때문에 우선 공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 확보가 과제였다. 주중에는 하루에 5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집과 직장과의 거리가 다소 멀어 출퇴근 시간을 적절히 활용했다. 2시간이 넘은 출퇴근 시간을 오히려 공부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기고, 이 시간에는 암기과목(측량, 토질) 위주로 태블릿PC를 이용하여 공부했다. 또한 매일 점심시간에도 공부시간을 확보하고 퇴근 후에도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면 집앞 독서실서 3시간 정도 공부했다. 주말에는 전적으로 아내 또는 어머니께서 아이들의 육아를 맡아주신 덕에 그나마 시간을 내서 공부할 수 있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온전히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집중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수험생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정의 가장으로서 공부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도 두 아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게 느껴졌었다고 했다. 현재 3살과 5살로 한창 부모님과 함께 있어야 할 시간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함에 따른 미안함, 그리고 자신의 몫을 아내와 부모님께서 대신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을 다 감내하고 이해해 준 아내와 부모님 덕분에 부담을 최대한 안가질수 있었고, 결국은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체력엔 장사가 없다. 특히 오랜 기간동안 일과 가정, 그리고 공부를 병행해 가는 것은 체력이 버티기 쉽지 않다. 이씨도 수험기간 동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출퇴근길, 점심시간, 밤 그리고 주말 등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한자라도 더 보려 했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긴 했지만, 자신으로 인해 희생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정신력으로 버티었다.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필요”

행시 첫 관문인 PSAT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시간을 많이 투자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PSAT 공부는 기출문제였다. 기출문제 한 문제 한 문제를 분석하려고 노력했다. 최근 4개년치 기출문제만 한 달 전부터 주말에 한 세트씩 풀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기술직의 특성상 고득점까지는 필요 없어 70점 이상만 획득하자는 전략이었다. 그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 수험생들에게 욕심을 버리고 이같은 전략으로 1차 시험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차시험은 주로 학생시절 공부하면서 작성했던 서브노트를 중심으로 하되, 추가되는 내용은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서 업데이트를 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모든 것을 다 공부 할 수 없었고, 과감하게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것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시간이 부족해 특별히 마무리 전략은 없었지만 토목직의 특성상 역학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역학문제를 푸는 데 조금 더 시간을 할애 했다. 결국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할 경우 선택과 집중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

그에게 어려운 과목은 대부분의 토목직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측량학이었다. 그래서 측량학은 고득점보다는 보통보다 뒤처지지 말자는 목표를 가지고 기본적인 것에 중점을 두고 공부했다.

그의 답안작성은 ‘양’보다 ‘질’에 방점을 찍었다. 시험보는 것 자체로도 체력적으로 힘들어 가급적 문제가 원하는 키워드 중심으로 답안을 작성했다. 다만, 직장생활에서 보고서 작성을 하면서 배웠던 점이 서술형 문제에서 지식적 측면의 부족한 부분을 다소나마 보완할 수 있었다.

특히 토목직렬의 시험과목 중 역학이나 토질의 경우 계산문제를 모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실제 시험장에서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면접준비 역시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학원을 다니거나 하지는 못했다. 다만 올해부터 강화된 면접기조에 따라 공직가치와 관련한 자료나 책을 틈틈이 읽으면서 자신이 가진 공직자로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준비를 했다.

올해 면접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에 보다는 공직가치관의 검증에 중점을 뒀다고 봤다. 전공과 관련한 지식은 1차 또는 2차 시험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면접에서는 오로지 공직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의 자세 및 정신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했다.

1인 3역을 소화해내야 하는 그에게 스트레스는 얼마나 많았을까? “성격 자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편이라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다만 육아와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심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는 풀 수 있는 스트레스가 아니었다는 것. 오히려 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다고 했다.

좋은 직장을 버리고 이직한 만큼 앞으로 포부가 궁금했다. 그는 “서울시민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에서 생활할 수 있고, 서울을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지는 도시로 만들어 가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8년간 국토개발사업 관련 인허가, 설계 및 공사감독 등의 일을 한 다양한 실무경험이 앞으로 공직생활의 큰 디딤돌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일과 병행하며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말에 그는 “공부한 수험서를 적어보면 타 합격생들이 본 수험서의 1/4도 안될 것”이라며 “이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다소간의 행운이 작용한 결과”라며 그와 같은 상황에서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경우 여러 가지 심적 부담, 체력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일반적인 수험생들이 ‘시험이 안되면...’으로 시작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가장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것을 생각하면 이 부분에서는 다소나마 편하게 시험에 임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실제 시험장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심리적 안정 요인인 것은 확실하다”고 격려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감사할 사람이 많았다. 먼저 “사랑하는 나의 아내 김혜진, 큰 아들 영채, 작은 아들 승채에게 그동안 미안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항상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아버님과 힘든 몸으로 항상 도와주셨던 어머님께 감사함과 함께 늦게나마 행복하신 일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또한 항상 기도와 격려로 힘을 주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또 “다소 귀찮았을수도 있었지만 각종 자료 요청이나 도움요청에 흔쾌히 도와준 후배들과 힘들 때 마다 항상 자신감을 주었던 친구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많은 분들의 희생이 수반되었음에 다시 한번 죄송함과 감사함을 전한다”면서 “그런 만큼 앞으로 공직에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면서 한 치의 모자람 없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자 2015-12-19 13:35:21
정말 멋지시네열~

손명성 2015-12-19 12:08:04
직장다니면서 뭔가 시험을 준비한다는게 힘든일인데 대단하십니다 거기다 결혼에 육아까지 존경스럽네요 ㅎ

polaris 2015-12-19 10:11:53
경문고 나오셨군요!

김회장 2015-12-19 09:48:31
얼굴도 왠지 잘생긴것처럼 느껴집니다..

Jack 2015-12-19 09:07:52
모두들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던일을 실제로 이루어 내셨군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을거라 생각됩니다.
이진오님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길..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