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목·통합논술 예상 외 출제 이어져
생소한 내용·전년 기출 등 응시생 ‘멘붕’
올해 외교관후보자 2차시험은 지난해 첫 번째 시험에 비해 한층 높아진 난이도에 응시생들의 예상을 빗나간 문제가 다수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 2차시험이 15일부터 16일까지 국립외교원에서 치러졌다.
지난해 기존 외무고시와 큰 차이가 없는 문제들이었다는 수험가의 평가를 의식한 탓인지 이번 시험에서는 각 전공과목은 물론 통합논술문제도 지난해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전공과목
시험 첫 날 전공과목부터 각 과목에서 의외의 출제가 이어졌다. 1교시 시험과목인 국제정치학에서는 응시생들이 평소에 접해보지 않은 낯선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예를 들어 해양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정학자의 이름을 쓰라는 문제, 억지와 청중비용 신뢰도를 정권유형과 연관지으라는 문제 등이 응시생들을 당황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응시생 A씨는 “청중비용이라는 용어 자체가 너무 낯설었다”며 “시험을 치르고 나서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 봤는데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지정학자의 이름을 묻는 문제도 응시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응시생 B씨는 “해양지정학자는 잘 모르겠어서 지정학자의 이름을 썼다”며 “도대체 얼마나 방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정치학에서 외교사 문제가 나오지 않은 것도 눈에 띄는 점으로 꼽힌다. 일부 응시생들은 앞으로 외교관후보자 2차시험에서는 외교사 부분은 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제법은 문제 자체의 난이도가 높다기 보다는 수험가의 암묵적인 규칙을 벗어난 출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제법에서는 조약법협약의 무효, ICJ와 ICC의 관할권, 해양법 경계획정에 관한 문제 등이 출제됐다.
수험가에는 전년도에 출제된 문제는 다음해에 다시 출제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출제된 ICC, 해양법 문제 등은 지난해에 출제된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시험을 목전에 두고 출제 가능성이 높은 부분에 집중했던 다수의 응시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험을 준비하다가 취업을 했지만 꿈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도전하게 됐다는 응시생 C씨는 “시험을 두 달 앞두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출제돼 옛 기억을 더듬어가며 간신히 답안을 작성했다”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학은 응시생간 의견이 다소 갈리는 과목이다. 일부 응시생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출제였다는 반응을 나타낸 반면 어려웠다고 평가한 응시생들도 있었다. 1문의 꾸르노 모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출제됐고 거시경제 문제는 단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다.
응시생 D씨는 “1문과 3문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는데 2문이 특히 어려웠던 것 같다”며 “문제 자체의 난이도 보다는 대부분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라서 더 어렵게 느껴진 것 같다”고 말했다.
3문의 정보비대칭 모형 문제가 불의타였다는 의견도 많았다. 응시생 E씨는 “정보경제파트에서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래프도 제대로 못 그리고 완전히 소설을 쓰고 나온 기분”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 통합논술
지난해 통합논술 문제는 종합적 사고력과 지식을 평가하겠다는 취지에 걸맞지 않는 출제로응시생들의 빈축을 샀다. 말이 통합이지 하나의 주제에 각 전공과목에 관해 1문, 2문, 3문으로 나눠 물어보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탓일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정제된 문제로 통합의 시도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응시생 F씨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틀이 잡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해의 경우 제시문도 좀 어수선한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정리가 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통합과는 거리가 먼 출제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1문의 내용에 대해 각 전공과목의 내용을 분설형 문제로 출제하는 정도로 통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
또 지나치게 부족한 시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다수의 응시생들로부터 90분 내에 풀어내기에는 문제가 너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응시생 G씨는 “주장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설시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며 “논점을 빠뜨리지 않고 언급하는 것으로 평가가 갈리는 시험이라는 느낌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외교관으로서 필요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갖췄는지를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응시생 H씨도 시간부족을 호소했다. “영어로 된 제시문까지 해석하고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기에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며 “마지막 4문은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출제된 주제들은 응시생들의 예상범위를 다소 벗어난 내용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예상문제가 출제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의 응시생들은 ‘아니’라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수의 수험생들이 최근 국제사회의 이슈로 꼽히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희토류 문제 등을 이번 통합논술 문제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출제된 것은 플라자 협약과 사이버 안보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출제되며 많은 응시생들이 답안 작성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올해 외교관후보자 2차시험은 지난해에 비해 높아진 난이도에 응시생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출제로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번 2차시험 결과가 공개되는 7월 30일에 수험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혜성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