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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 수석 합격수기 “끝까지 방심하거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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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21  14: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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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제47 외무고시 수석·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0. 들어가며

처음 합격 수기 의뢰를 받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단 외무고시가 올해로 폐지되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줄곧 혼란과 막막함 속에 지내왔던 제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합격하신 분들께서 이미 많은 양의 수기를 남겼는데 내가 굳이 덧붙일 말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은 살아가려고 하듯, 저 역시 제가 거쳐 온 과정을 진솔하게 들려드리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있어 참고할만한 여러 증언들 중 하나로 받아들으시면 될 것입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 제가 부딪쳤던 난관들에 공감하시거나, 자신이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 도전들을 이겨낼 수 있는 약간의 용기 혹은 힌트라도 얻으신다면 저에겐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 될 것입니다. 


1. 1차 PSAT 대비


(1) 2012년 PSAT


지난해(2012년) 1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른 직후 외시를 준비하기로 결정하고 처음 한 일은 중국어 기초반 동영상 강의와 국제법 예비순환 동영상 강의를 신청한 것이었습니다. PSAT시험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저에게 급한 것은 단 한번도 접한 적이 없는 중국어와 국제법을 공부하는 것이지 PSAT시험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PSAT시험은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고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상 2013년 국립외교원 입시를 최종합격에 제대로 도전할 첫번째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외시에 처음 진입할 때, 2012년 시험에는 1차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을, 2013년 시험에서는 2차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물론, 2013년 외시 2차 시험에서 그리 호락호락하게만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는 있었습니다.)


2012년 2월 PSAT 시험을 대비한 공부는 2주 정도 했습니다. 주로 기출문제를 풀었고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꼼꼼히 리뷰를 하다 보니 최근 5개년조차 제대로 다 풀지 못한 상황에서 시험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시험 당일에는 그동안 불규칙적인 생활과 오랫동안 시달린 불면증의 후유증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급기야 아침에 먹은 음식이 잘못되는 불상사까지 겹쳐 90분 동안 교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자료해석 시간에는 5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제발 시험 종료 종이 빨리 울리기를 바라기 시작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1차 시험을 치른 후 제가 느낀 점은 시험에 있어서 컨디션 조절과 체력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허약체질이었기 때문에 수면이나 음식 섭취에 있어 저에게 다소 예민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은 평소 관심 있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부할 때는 11시 30분 이전에 반드시 잠자리에 들어야하고, 기름기 있는 음식이나 짜고 매운 음식을 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1차 시험 점수에 대해서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합격선에서 4문제 차이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대비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2) 2013년 외시 PSAT


2013년 외시의 경우 1차 PSAT 시험 통과가 당면과제였기 때문에 11월 말부터 비교적 체계적인 대비를 하였습니다. 우선 가장 점수가 낮게 나왔고 투입 대비 생산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자료해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본 skill을 익히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신헌 선생님 기본서를 사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잡듯이 풀었습니다. 그 후에는 신헌 선생님 집중강의와 모강을 들으며 시간 안배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훈련했습니다. 언어논리의 경우 논리 파트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김우진 선생님 논리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상황판단은 박준범 선생님 모강 수업에 의존했습니다.


모강기간부터는 모강수업을 충실히 들었고, 올해 1월에는 같은 독서실에 다니는 외시생들과 시간을 재고 문제 푸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특히 PSAT의 경우 90분동안의 시간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스터디를 통해 문제풀이를 연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시험 2주 전부터는 기출문제만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2월초까지 2달간 준비를 했지만 정작 시험일이 되니 생각했던 것보다 대비가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시험 전날 잠을 많이 설쳤지만 1주일 동안 컨디션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이 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노력을 했던 자료해석에서 30점 가량 점수가 오르면서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상황판단의 점수는 제자리걸음을 나타내 4월 국립외교원 1차 시험에서는 상황판단 영역에 대한 대비에 시간을 좀더 할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퀴즈와 법률문제에 대한 대비를 좀더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 국립외교원 PSAT


처음으로 치른 외시 2차 시험을 끝내고 곧바로 PSAT 스터디를 구해 PSAT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차 시험 직후여서 집중력을 갖고 PSAT 대비를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원래 계획으로 갖고 있었던 상황판단 영역에 대한 별도의 대비를 전혀 하지 못했고 스터디를 소화하기에 벅찼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나쁘지 않게 치렀다고 생각했으나 채점 결과를 보니 점수가 소폭 하락했고 반면 합격선이 크게 상승해 결국 1문제 차이로 탈락했습니다. 국립외교원 시험성적을 보고 느낀 점은 끝까지 긴장하면서 대비하고 끝까지 나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한 과목이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2월 외시 PSAT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계속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판단은 10점 이상 점수가 올랐으나, 자만했던 자료해석은 거꾸로 15점 이상 점수가 하락한 것입니다. PSAT 시험은 당일 컨디션과 시험 유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변동될 수 있으므로, 끝까지 방심하거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험일까지 최선을 다해야하는 시험인 것 같습니다.

 

2. 2차 시험 대비


(1) 영어


2011년에 영문과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하였던 것이 결과적으로 영어 과목 대비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문과 대학원 입시 때 읽은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의 세련된 영어가 척박했던 저의 영어 토양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번역 공부는 우선 해커스에서 나온 토플 대비 writing 교재로 워밍업을 했고, 정영한 선생님의 writing start up을 2013년 3~4월 동안 집중적으로 연습했습니다. writing start up을 신물날 때까지 연습하고 나니 어느 정도 번역공부의 궤도에 올라선 것 같아, 뉴욕타임스의 토마스 프리드먼과 폴 크루그먼의 칼럼, ECONOMIST의 정치경제 이슈 주요 기사를 하루에 하나씩 읽으면서 활용할만한 표현들은 수첩에 적어 따로 외웠습니다.


문구점에서 파는 기자수첩에 수시로 표현들을 정리하니 올해 2차 시험 직전까지 5개 정도의 단어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단어장을 평소 밥 먹을 때와 이동 중, 휴식 취할 때 등의 시간에 틈틈이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첨삭은 개개인의 성향에 맞추어 세심하게 관리해주시는 안수진 선생님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에세이 형식을 확립하는데 있어 안 선생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국어와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2013년 3~4월은 두 가지 외국어 공부에만 매진했습니다. 5월 중순 논문과목 공부를 시작한 후에는 저녁 식사를 한 후 3~4시간 정도를 외국어 공부에 할애했습니다. 


2차 시험 직전 다른 논문과목 준비가 너무나 시급해 상대적으로 영어 과목은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지만, 안수진 선생님의 모강수업만은 끝까지 소화하려고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뉴욕타임스와 ECONOMIST에서 정리해놓은 표현들이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중국어


중국어는 제가 처음으로 접한 과목이라 2차 시험을 치를 때까지 저에게 큰 골칫거리가 되었습니다. 우선 2012년 1~2월에 동영상 강의를 통해 성조와 한어병음, 그리고 기초회화 표현, 문법을 익혔고, 그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3~4월에는 서울대입구에 있는 민병철 어학원에서 HSK대비 중국어반을 수강했습니다. HSK 대비반에서 문법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고 5월부터는 조소현 선생님 고시반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초 문법을 어느 정도 익혔다고 생각했지만 고시반 수업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수업시간에 다루는 지문의 90%가 모르는 단어일 정도로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썼습니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중한 텍스트를 모두 한글로 번역한 다음에, 그것을 다시 중국어로 번역하는 이중번역 연습을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텍스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이러한 이중번역을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흐르곤 했습니다. 복잡한 한자를 손에 익히기 위해 어려운 한자들은 계속해서 연습장에 받아 적었습니다.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들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기자수첩에 적어 들고 다니면서 틈틈이 보았습니다.


2012년 3~4월간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이런 식으로 중국어 공부에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두 달간 연습을 하고 나니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그럭저럭 조소현 선생님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됐던 것 같습니다. 중국어는 저의 가장 약점인 과목이었기 때문에 웬만하면 수업에 빠지지 않고 숙제도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2차 시험 마지막 2달간은 다른 논문과목 대비가 시급했기 때문에 조소현 선생님 모강에 의존했습니다. 별도로 중국 주요 지명과 주요 소수 민족 이름도 외웠지만 실전에서 써먹진 못했습니다. 시험 성적은 고득점까진 아니어도 1년 준비한 것치곤 만족스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3) 국제정치학


국제정치학은 대학교 4학년 당시 국제정치학 개론 수업을 들은 적은 있으나 졸업한지 시간이 꽤 흘러 수업에서 다룬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일하며 관심 있게 읽었던 기사와 그 속의 정치적 사건들이 많았기에, 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이론적 틀을 공부하는 것이 저에겐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동북아 정세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등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가졌던 의문들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12년 5월에 박재영 교수의 국제정치 패러다임과 김용구 교수의 세계외교사를 읽은 뒤 이상구 선생님 1순환 강의를 동영상으로 수강했습니다. 그 후 신희섭 선생님의 답안지 특강(11월)과 2순환 강의(12월)를 들으면서 답안지 작성 연습을 하였습니다. 답안지 작성에 있어서는 신문사에서 받은 기사 작성 훈련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제정치학 답안지의 경우 특히나 주어진 질문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출제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 정해진 분량에 효과적인 서술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우선 전체 답안지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전체 분량에서 서론, 본론, 결론의 비중을 감안하여 각 부분에 꽂아 넣을 이론과 팩트를 수집하는 것으로 공부의 방향을 세웠습니다. 2시간 동안 시험지 10장짜리 기사를 쓰는 것으로 시험을 간주하니, 공부의 방향감각도 생기고 효율도 올랐던 것 같습니다. 특히 12월에 진행한 논문요약 스터디가 이론과 사례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대비는 신희섭 선생님 2순환 자료와 스터디에서 만들어놓은 논문요약 자료로 하였습니다.


실전에서는 50점짜리 1문을 쓰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겨 3문 외교사 문제를 허겁지겁 작성했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올해 2차 시험에 불합격하면 답안 작성 스터디를 통해 시간 안배 훈련을 좀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생각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는 시간에 쫓기면서 쓴 외교사 문제에서 형식적 완성도는 다소 포기하더라도 내용만은 충실히 채우려고 노력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4) 국제법


전술한 바와 같이 국제법은 처음 공부하는 과목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부담을 가졌던 과목이었습니다. 특히 법과목 자체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legal mind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밝아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정성주 선생님 예비순환 강의를 들으며 머리에 잘 남지 않는 내용들을 토시하나 빠지지 않고 받아 적었습니다. 처음엔 거의 대부분 모르는 내용이라 선생님 말씀을 속기사처럼 계속해서 받아 적기만 했습니다. 4시간짜리 강의를 하루 종일 듣고 있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법 용어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그 속도도 빨라졌던 것 같습니다.


4월까지 예비순환을 모두 들은 뒤, 9월 1순환 강의를 실강으로 들으면서 답안지 작성을 연습했습니다. 국제법 1순환 당시 모든 과목을 통틀어 처음으로 2차 답안지를 작성해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형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정성주 선생님이 미리 알려주시는 시험 문제를 가지고 다음날 하루 종일 목차를 짜는 등 고민해서 대비한 결과 답안지 쓰는데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2차 답안지 작성에 아직 서툰 분들이시라면 미리 문제를 읽고 답안지 목차를 짜면서 관련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다음에 시간에 맞춰 답안지 작성 연습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12월에는 PSAT 공부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2순환 강의는 수강하지 않고 뛰어넘었습니다. 다만, 1순환 시기동안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주요 조문 요약과 판례요약, 기타 주요 개념 요약 작업을 틈틈이 하였습니다. 1차 PSAT시험이 끝난 직후에도 판례요약자료와 일반국제법 개념 요약자료(김대순 저 목차 순으로)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 하였습니다. 요약 작업에는 정성주 선생님 요약집은 물론 이상구 선생님의 교재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외시 까페에 올라와 있는 합격자의 서브노트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일반 국제법 조문 요약은 갱지에 손으로 작성해 한데 묶었고, 기타 일반 국제법 판례와 기타 개념, 국제경제법 조문 및 판례 요약집은 한글파일로 작성했습니다. 이렇게 작성한 요약집을 시험당일까지 출제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는 챕터 위주로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국제법의 경우 정성주 선생님이 3순환임에도 불구하고 내용 정리까지 충실히 해주셔서 답안작성은 물론 막판 핵심 법리(인도적 간섭과 수용 관련 등)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험 당일에는 전날 국제정치학 시험에서 시간이 모자랐던 기억 때문에 1문부터 매우 속도를 내어 작성하였고 결국 15초 정도를 남기고 답안을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5) 경제학


경제학은 학부 때 전공이었던 관계로 시험에 입문할 때 제가 가장 희망을 걸었던 과목입니다. 미시와 거시는 물론, 국제경제학과 무역론도 수강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미시와 거시의 수준이 만만치 않았고 공부해야할 분량 역시 매우 방대했기 때문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2012년 7~8월간 김진욱 선생님 1순환 강의를 동영상으로 들으며 이준구 저와 정운찬 저 교과서를 꼼꼼히 읽었고 중요한 내용은 대학노트에 필기해두었습니다.


10월 2순환 강의 때는 김진욱 선생님 실강을 들으며 1순환 강의 복습과 함께 본격적인 답안작성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경제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서는 비교적 목차 구성은 쉬웠으나, 항상 시간 부족에 시달렸기 때문에 주요 그래프와 개념들을 기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그 때 그 때 암기해두어야 했습니다. 암기해도 다시 잊어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출제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것은 대학노트에 따로 정리하여 수시로 보았습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경제학 공부를 하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한 챕터의 내용이 다른 챕터의 내용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그 때 그 때 연계되는 다른 챕터를 세부내용까지 모두 복습한 다음에 다시 원래 공부하던 부분으로 돌아와 공부를 계속하였습니다. 3순환 시기에는 주요 논문과목 대비를 한꺼번에 해야 했던 관계로 시간이 부족해 수업은 듣지 않고 문제만 풀었고, 기출문제도 개인적으로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국제경제학의 경우, 김진욱 선생님 1순환 강의를 동영상으로 들었지만 3순환 막판 정리는 유창석 선생님 강의로 수강하였습니다. 유창석 선생님께서 외시 출제 가능성이 높은 파트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대비를 해주시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실전에서는 1문과 2문에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빼앗긴 나머지 3문과 4문 작성이 소홀히 되었고 결과적으로도 그리 높은 점수는 얻지 못했습니다. 2차 시험을 대비하면서 경제학은 100점 답안을 한번도 작성해보지 못했는데, 이러한 허점이 공략 당했다고 시험 직후 스스로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올해 2차 시험에 낙방하면 향후에는 경제학 100점 답안 연습에 매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 3차 면접시험 대비


2차 합격자 발표가 난 뒤 합격자 거의 전원이 모여 한국어토론, 영어토론, 개인발표, 인성면접 등을 준비하였습니다. 실전과 같이 2차 합격자들을 8조로 나누었고 수시로 조를 섞어가며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실전에서 한번씩 스터디를 해봤던 분들과 조가 편성되어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2차 합격자 발표 직후 법률저널사가 마련해주신 모의면접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는데 전반적인 면접시험의 개요를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사님이 옷차림이나 기본자세 등 세심한 곳까지 챙겨주셨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저는 회사에 다닐 때 미국과 호주에 잠깐 출장을 간 경험만 있을 뿐 영어권 지역에 장기간 체류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영어토론 준비에도 시간을 많이 할애했습니다. 국립외교원 1차 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강남에 있는 영어인터뷰 학원과 이대에 있는 영어토론 클럽을 다녔고, 2차 합격자 발표 후에는 영어토론 클럽에서 알게 된 영어토론 전문가를 모셔 집중 과외를 받았습니다. 영어토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본적인 표현을 익히고 나니 2차 시험 준비에서 많은 양의 영어 텍스트를 읽어 놓았기 때문에 외국어 토론이라도 단기간 대비가 어느 정도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토론이나 개인발표에서 다루어지는 이슈에 대비하기 위하여 면접일 직전 3일 동안에는 국제법 요약집의 중요 파트와 국제정치학 논문요약자료를 빠르게 읽었습니다. 

 

4. 시간 및 체력 관리


대학동 고시촌에 들어온 뒤 저는 오후 11시~11시 30분에 취침하여 오전 6시 30분~7시 사이에 기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숙면을 취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가장 유리하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곧장 휘트니스 클럽에 가 2km 러닝머신을 뛰었고 그런 뒤 웨이트 기구와 팔굽혀펴기를 통해 스트레칭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30분 동안 운동을 한 뒤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러닝과 스트레칭을 1년간 거의 거르지 않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밤 늦게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휘트니스 클럽이 쉬는 휴일에는 서울대 대운동장 트랙에라도 가서 뛰었습니다. 아침 식사로는 맵거나 짠 음식을 피했고 밥과 야채, 계란 반숙, 누룽지 등으로 허기를 채우는 것에 그쳤습니다.


점심식사는 오전 11시 40분에 하였는데, 처음에는 집중력 유지를 위해 소량의 식사만 했으나 2달간 지나고 나니 체중이 줄고 체력의 급격한 저하가 나타나 나중에는 졸음이 조금 오더라도 다소 든든하게 먹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식사 뒤 졸음이 오면 굳이 참으려하지 않고 책상에 잠시 엎드려 있었습니다. 휴게실에 가 누워 자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녁식사는 오후 4시 40분에 하였는데 저녁식사의 경우는 든든하게 해도 졸음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하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소화가 힘든 음식을 먹으면 공부에 방해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음식은 피했습니다. 체력이 달릴 때는 신림동 단골식당에서 삼계탕을 먹고 기운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1차 PSAT 시험을 앞두고부터는 친구인 한의사가 조제해준 한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들쭉날쭉한 컨디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 친구인 한의사는 오랜 기간 저를 관찰해왔기에 제 체질과 건강에 가장 적합한 처방을 해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체가 예민하고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한약이나 건강보조제 등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5. 나가며


제가 원해서 뛰어든 고시 생활이었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아무런 적(籍)이 없이 백의종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압박감을 겪기도 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독서실에서, 그리고 학원 대형 강의실에서 착한 곰처럼 코를 박고 공부하는 많은 수험생들을 보며 미련할 정도로 ‘삶의 희망’에 애착을 가지는 그들에게 뜻밖의 감화를 받곤 했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정신적 지주이신 할머니, 절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름다운 나의 부모님, 언제나 나를 응원하는 착한 내 동생, 내가 꼬마였을 때부터 항상 든든한 지원자였던 두 분의 작은 아버지, 그리고 외삼촌, 기회가 될 때마다 신림동으로 찾아와주었던 조성택·한승민·박정훈, 맞춤형 진료를 통해 최적 컨디션을 유지하게끔 도움을 준 통영경희한의원 최성웅 원장, 내가 시험 합격하는 꿈을 꿀 정도로 나 못지않게 시험결과에 애태우고 긴장했던 박진성·민관식 등 소중한 솟을 친구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해 큰 빚을 지게 된 든든한 친구 주용성, 시(詩)가 낳아준 나의 의형제 ‘박한결’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신림동에서 저와 소중한 인연을 맺었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그 인연에 꼭 보답할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의 행복과 승리를 빌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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