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권 외무고시 수석·서울대 외교학과 재학
윤한슬 외무고시 최연소·코넬대 경제학과 재학
정 "초심을 잃지 않는 외무공무원이 되겠다"
윤 "외국어능력 살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
올해 외무고시에서 29명이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16일 발표된 2011년도 제45회 외무고시(5등급 외무공무원)에서 여성이 55.2%를 차지해 여풍(女風)이 주춤했다.
수석도 남자가 차지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정형권(26)씨다. 외교통상직에 지원한 정씨는 2차시험에서 평균 71.62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수석의 영예를 안았다.
정씨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발표 전날에 떨려서 잠을 잘 오지 않았다"며 "전화를 받은 뒤에도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고 수석 소감을 말했다.
그는 수험기간 내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한 것이 수석 합격의 비결로 꼽았다. 또한 '결국에는 합격한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흐름이 끊기지 않고 모든 과목을 두루두루 공부를 한 것이 합격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는 것.
정씨는 외교학과에 진학해서 국제정치학적 감각을 키워나가면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어 외무고시에 뛰어들었다. 그는 시작하기 전에는 몇 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망설인 적도 있었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집중한 끝에 수석의 영예까지 안았다.
외교관으로서 어려운 점을 묻자 그는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근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을 꼽았다. 하지만 그는 "해외 근무는 가장 어려운 일인 동시에 가장 보람된 일이라며 외교관으로서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에 어떠한 어려운 일에도 좌절하지 않겠다"는 당찬 의지를 내비쳤다.
정씨는 "처음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을 잃지 않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외무공무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윤한슬씨는 최연소 합격자로 '묘령'의 나이다. 중학교까지만 국내에서 공부한 윤씨는 작년 여름에 한국에 온 뒤 불과 1년 만에 최종 관문을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윤씨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합격 소식이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어떤 외교관이 되어야 하는지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게 만든다"며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을 끝까지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 합격소감을 대신했다.
사실 그는 외국에서 공부한 탓에 주위에 사법시험 등 고시 공부를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 외무고시를 시작하는 것만도 상당히 큰 결심이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한 학기 동안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일한 것이 외무고시를 준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기구나 국제관계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페인어 및 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해 왔던 점이 남들보다 수월하게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외국에서 공부한 그에게 1차 PSAT 시험은 가장 큰 난관이었다. 빠른 속독과 독해력을 요하는 PSAT는 한국어로 어려운 글을 잘 읽어보지 못하는 그에게 넘지 못할 산으로 보였다. 하지만 인터넷 강의와 거의 매일 모의고사 등을 통해 첫 관문을 통과하는 쾌거(?)를 이뤘다.
영어능통자로 합격한 그는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덕분에 영어토론면접 등 영어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1년 더 공부를 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내년에 입부할 것 같다"며 "외국어 능력을 살려 국제기구에 진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그는 "페루로 한달간 배낭여행을 간 후 남미에 매료되었다"며 남미국가에서도 꼭 일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형권·윤한슬씨와의 일문일답
-합격소감은.
정형권(이하 정)=발표 전날에 떨려서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수석이라는 전화를 받은 뒤에도 한동안 믿기지가 않습니다.
윤한슬(이하 윤)=합격소식이 아직 믿기지가 않네요. 어떤 외교관이 되야 하는지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게 만드네요.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이 다짐을 끝까지 잃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합격의 비결을 꼽는다면.
정=수험기간 내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결국에는 합격한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흐름이 끊기지 않고 모든 과목을 두루두루 공부를 한 것이 합격의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윤=이전부터 국제기구 혹은 국제관계에 관심이 있어서 스페인어 및 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해 왔는데 이런 점이 외무고시를 남들보다 수월하게 붙을 수 있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시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정=외교학과에 진학해서 국제정치학적 감각을 키워나가면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어 외무고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수 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망설인 적도 있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윤=저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였고 주위에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을 포함하여 고시를 공부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사실 외무고시를 시작하는 것이 상당히 큰 결심이었고, 어떻게 보면 무모하기도 했습니다. 외무고시라는 시험이 있다는 것도 제가 대학교 3학년때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인턴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 학기 동안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일한 것이 아무래도 외무고시를 준비하게 된 가장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수험생활은.
윤=수험생활은 남들보다 많이 짧아서 사실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작년 여름에 한국에 온 뒤부터 준비하였으니 사실 이제 막 일년이 되어가네요. 영어능통직렬이라 다른 사람들과 스터디 하기도 그렇고 아는 것도 하나도 없으니 기본서를 사서 읽고 또 읽고 인터넷으로 강의도 들어보다가 학원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신림동은 고시 관련 자료나 책 등이 풍부하고, 같은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집에서 통학하면서 학원을 다녔고, 스페인어 스터디를 시작으로 만난 분과 1차, 2차, 3차 까지 같이 준비하였습니다.
-PSAT는 어떻게 공부했나.
윤=PSAT 시험은 한국어로 어려운 글을 읽어보지 못한 저에게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우선 인터넷으로 기본 강의를 들었구요. 12월에 하는 모의고사 강의는 직접 가서 매일 모의고사를 보았습니다.
-PSAT 마무리 D-30 전략은.
윤=모의고사 수업과 함께 스터디원과 매일 만나서 하루에 두 과목씩 문제를 풀면서 실전에 대비했습니다.
-PSAT 막판 1주일 전략은.
정=1주일 전부터는 그 동안 분석해왔던 기출문제를 풀면서 감각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한 번씩 분석했던 기출문제를 풀게 되면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게 되므로 이를 통해 심적으로 안정감을 가진다는 측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2차 필수과목은 어떻게 공부했나.
국제정치학의 경우에는 전공이었기 때문에 돌이켜 봤을 때 전공수업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학원 수업은 거의 듣지 않았고 같은 과 친구들과 스터디를 했습니다. 국제정치학 이론과 시사를 연계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신문사 어플리케이션을 받아 국제면을 집에 가는 길에 읽기도 하였고 Projectsyndicate.org 에 접속하여 국제정치 학자들의 칼럼을 읽기도 했습니다. 답안지에 쓸 수 있는 중요한 사건들이나 GDP, 국방예산 등과 같은 주요 수치들은 따로 정리해서 막판에 암기했습니다. 외교사는 세계외교사 책을 중심으로 공부하였고 냉전기간 등과 같은 내용이 부족한 부분은 따로 책을 구입하여 공부하였습니다.
국제법의 경우에는 서브를 따로 만들지 않고 조약집을 주로 활용했습니다. 답안지에 조약문을 그대로 쓰려고 노력했고 학원 모의고사는 강의자료를 보지 않고 외운대로 작성하고자 했습니다. 국제경제법의 경우에도 일반법과 마찬가지로 조문암기를 위주로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국제법의 전반적인 틀을 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국제정치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는 중간중간에 시중에서 진행되고 있던 국제법적 사건들(미중간 무역갈등) 등을 가지고 있는 국제법 지식으로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경제학의 경우에는 학원 강의와 스터디를 활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외시 경제학은 학원강의와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서 막판에는 기출문제를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미시는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고자 시중에서 파는 교과서 연습문제 모음집을 풀었고 거시는 논리적인 흐름을 파악하고자 정운찬-김영식 저 거시경제학을 발췌해서 계속 읽었습니다. 국제경제학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가정을 정확히 암기하고 그 틀 속에서 문제를 푸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경제학 역시 KDI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연구보고서 등을 접하고 시사감각을 키웠습니다.
윤=한국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교수님 밑에서 수업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원 수업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였고,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1차 시험 끝나고 답안지를 직접 작성하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시험 준비 기간이 짧아서 기본이라도 튼튼하게 쌓으려고 하였고, 특히 경제학의 경우에는 무조건 외우려고 하지 않고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경제학은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외시의 경우에는 어려운 문제는 내지 않기 때문에 기본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국제법의 경우에는 정말 많이 외우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네요. 저도 조문 위주로 계속 반복해서 외웠는데 아직 점수는 모르지만 이것이 제가 과락을 맞지 않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국제정치는 제가 가장 어려워 한 과목이자 이번 시험장에 들어가서도 너무 충격을 받아 제가 감히 어떻게 공부했는지 말하기가 부끄럽네요.
-선택과목은 어떻게 대비했나.
정=2차 선택과목인 제 2외국어가 스페인어였습니다. 군대에서 조금씩 준비하였지만 부족함을 느껴 2009년 7, 8월 두 달간 스페인어 학원을 다녔습니다. 2009년부터 1년 동안은 스페인어 스터디를 통해 스페인어권 신문기사(El Pais, El Mundo)와 영국 BBC 스페인어판을 한글로 번역하여 홈페이지에 올리고 서로 첨삭을 해주었습니다. 자료가 어느정도 축적된 뒤에는 번역한 한글본을 다시 스페인어로 작문하는 연습도 병행하였습니다. 또한 중급스페인어작문을 통해 필수어휘를 반복해서 암기하였습니다. 작년 겨울부터는 외대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하신 선생님과 함께 4달 가량 1주일에 한 번씩 첨삭과외를 받았습니다. 강의와 스터디를 통해 축적된 자료들 중 핵심단어나 구문 등은 방에 포스트잇으로 붙여서 최대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차 마무리 한달 전략은.
윤=2차시험은 답안지를 많이 써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특히 1차 시험이 끝나고 한달여 기간 약 하루에 250-300점 정도 답안지를 매일 썼습니다. 답안지를 쓰면서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무엇을 실전에 쓸 수 있는지 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외국어토론면접 준비는.
윤=외국어의 경우 저는 미국에서 공부를 오래 하였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면접조원들도 영어를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하여서 외국어 토론때 정말 편하게 했습니다.
-합숙면접의 대비는.
윤=사실 2차시험을 잘 못봤다고 생각해서 3차 준비를 많이 하지 않고 2주간 여행을 갔습니다. 그래도 2차 같이 공부한 친구의 손에 이끌려 면접 스터디에 잠시나마 참여하여 어떤 식으로 면접을 보는지 미리 알고 갈 수 있었습니다. 면접을 본 경험이 많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최대한 제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왜 이 시험을 준비했고, 왜 외교관이 되고싶고, 제 무엇이 장점이며 어떻게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제 스타일로 말해 보려고 시도했습니다. 모든 사람마다 특징이 있고, 자신만의 개성이 있기 때문에 판에 박힌 말보다 이런 자신의 개성을 어떻게 짧은 시간내에 드러낼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면접에서 어려웠던 점은.
윤=2차 합격자 발표가 나고 합격생들과 함께 약 일주일 동안 같이 면접 준비를 하여서 오히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많이 긴장 안하고 서로 격려해주고 도와주면서 면접을 보았습니다.
-전문 컨설턴트의 과외가 필요하다고 보나.
윤=면접 컨설턴트의 경우 개인적으로 전문가가 봐주지는 않았지만 서로 수험생들끼리 모의면접을 하고, 카메라로 녹화도 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비교적 짧은 시간안에 단점들을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면접의 문제점을 꼽으라면.
정=문제점으로 지적할 만한 요인은 딱히 없었습니다.
-수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정=다른 모든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 때문에 가장 힘들었습니다.
-수험기간 스트레스는.
-앞으로 계획은?
윤=앞으로 1년 더 공부를 하여서 대학을 졸업하고 내년에 입부할 것 같습니다.
-외교관으로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해외를 돌아다니면서 근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해외 근무는 가장 어려운 일인 동시에 가장 보람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는 외교관으로서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어떠한 어려운 일에도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외무공무원으로서의 포부는.
윤=제 외국어 능력을 살려 국제기구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혹은 제가 페루로 한달간 배낭여행을 간 후 남미에 매료되었는데 남미국가에서도 꼭 일해보고 싶습니다.
-수험생에게 한마디.
윤=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 제가 되어서 정말 부끄럽네요. 다들 곧 외교부에서 볼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감사할 사람들이 있다면.
윤=제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언제나 지지해주시는 우리 부모님께 특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갑자기 외국에서 공부하던 애가 고시공부를 하겠다고 와서 상당히 걱정이 많으셨을텐데 어떤 반대도 하지 않으시고 처음부터 끝까지 저만 믿어주셔서 저한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저와 함께 공부한 많은 수험생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