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직장 다니다 1년 반 만에 법무사 수석 거머쥔 김장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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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직장 다니다 1년 반 만에 법무사 수석 거머쥔 김장훈 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2.14 17: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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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29회 법무사시험 수석 합격 김장훈 씨인천외국어고등학교/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2023년 제29회 법무사시험 수석 합격 김장훈씨 인천외국어고등학교/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실패해 후회하더라도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에 과감히 시작”
“단순 암기가 아니라 확실히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
“가장 친절한 법무사, 봉사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무사시험은 각종 전문자격사시험 중에서도 공부해야 하는 분량이 많고 시험 자체의 난도도 매우 높기로 유명하다. 더욱이 형식적으로나마 절대평가제를 규정하고 있는 다른 자격시험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수인 선발인원이 정해져 있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몇 년씩 공부해도 합격이 어려운, 진입장벽 자체가 높은 시험이다.

그런데 법학과 무관한 전공에 법과 관련이 없는 직장을 다니다가 법무사시험에 도전해서 약 1년 반 만에 수석 합격까지 차지한 이례적인 성과를 낸 주인공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인 김장훈 씨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1차시험 합격까지 약 4개월, 2차시험 준비에 약 1년 3개월의 노력을 쏟은 끝에 합격선을 22.3점이나 웃도는 평균 76.2점을 받으며 2023년 제29회 법무사시험 수석 합격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김 씨는 “합격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인데 수석 합격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안 날 정도로 기쁘다”며 “열심히 공부한 것도 있지만 운이 대단히 크게 따라주어서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합격 소감을 전했다.

94년생으로 올해 만 29세인 김 씨는 인천외국어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했다. 어문 계열 전공자로서 직장 역시 법과는 무관한 곳에 다녔다. 2년 6개월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그는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 개업을 할 수 있는 전문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던 중 마침 자기개발을 위해 방통대 법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법무사가 바로 그런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방대한 과목 수와 합격하기 어려워 장수생이 많은 시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함에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하루라도 젊을 때, 실패해서 후회하더라도 도전해 보고 싶다’며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결국 그의 도전은 커다란 성과와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좋은 성적도 부럽지만 특히 단기간 내에 합격했다는 사실에 더욱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공부를 했기에 그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김 씨가 공부를 시작했던 시기는 1차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전략적 공부가 중요했을 터. 김 씨는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법무사, 법원사무관 승진시험 기출문제 등 객관식 문제 위주로 공부하면서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다시 기본서로 돌아가시는 식으로 일반적인 방식의 역순으로 공부를 했다.

그는 “최근 법무사시험의 동향상 기출문제만 완벽하게 한다고 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출문제조차도 완벽하기 숙지하지 않고 합격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출문제는 수회 반복해 모든 지문을 완벽히 숙지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법무사시험 기출 외에 법원행시, 법원사무관시험 기출을 풀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1차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민사집행법이었다. 그는 “민사소송법을 전혀 공부하지 않고 민사집행법의 개념을 이해하려니 많이 벅찼다”고 말했다.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김 씨는 기본서를 너무 깊게 파고들어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객관식의 특성을 살려 5개의 지문 중 정답이 반드시 있다는 자신감으로 빈출 지문을 모두 이해하고 암기하려고 했다.

반복해서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넘어갔다. 그의 선택은 주효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효과를 본 것. 실제 시험에서 민사집행법은 평균 수준의 점수를 얻었지만 민법과 공탁법 쪽에서 고득점을 해 수월하게 합격을 할 수 있었다.

2차시험의 경우 1차와 달리 기본서 위주로 공부했다. 문제를 푸는 것보다 기본서를 반복해서 읽으며 기본서의 판례가 어떤 분쟁 과정에서 도출됐고 대법원이 어떤 논리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모든 2차 과목은 ‘이해와 암기’를 병행하며 공부해 이해가 되면 자연스럽게 암기도 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본서의 회독수 자체에는 크게 집착하지 않으려고 했다. 기본서의 판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회독수만 늘리는 것은 자기만족일 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천천히 반복하면서 이해해 나가면 자주 봐서 중복된 부분은 간단히 보고 넘어갈 수 있어 자연스럽게 회독수도 늘어나고 속도도 늘어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차시험에서는 형사소송법이 발목을 잡았다. 1차 때 접하지 못한 과목이기도 하고 절차와 용어가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절차에 익숙해지기 위해 기본서에서 형사소송 절차를 몇 번 손으로 그려본 후 독서실 책상 앞에 붙여두고 최대한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또 형사소송의 두 가지 큰 이념인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형사소송 절차의 안정성이라는 상반되는 입장을 생각하며 판례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신경을 썼다.

김 씨가 답안작성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곧 그가 생각하는 고득점 비결이기도 했다. 자신만의 답안작성 요령이 있는지 묻자 그는 “채점자가 노력의 흔적을 볼 수 있게 최대한 티를 많이 냈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전원합의체 판결의 경우 가능한 한 종전의 판례 입장을 함께 적거나 반대의견도 함께 적어서 이렇게까지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아울러 판례의 핵심 문구는 암기하되 핵심 문구를 제외한 부분은 판례 문구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자신이 이해한 대로 써서 판례를 단순 암기한 것이 아니라 확실히 이해하고 답안을 작성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사례형 문제의 경우 최대한 구체적으로 사례를 포섭했다. 답안지에 조문과 요건, 판례의 입장을 적고 각각 조문, 요건, 판례에 따라 사안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포섭하려고 했다. 관련 조문 역시 구체적으로 적으려고 노력했고 답안지의 분량은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50점 기준 답안지 1장(3.5쪽) 정도는 채워서 제출했다.

상대적으로 단기간의 수험기간이었지만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김 씨의 경우 일주일에 1~2회 공원에서 30분 정도 땀을 내며 뛰는 운동을 했다. 다행히 수험을 시작하기 전에도 운동을 좋아해서 어느 정도 기초 체력이 있었기에 체력 관리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수험 중에는 음주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기에 스트레스는 체력 관리를 위한 가벼운 운동과 함께 가끔 저녁을 먹고 코인노래방에서 2곡 정도 노래를 부르며 풀었다. 그는 “공부를 하는 이상 수험생활 중 스트레스를 아예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을 많이 소모하지 않는 선에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각자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잘 찾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수험기간 동안 가장 즐거웠던 경험에 대한 질문에는 “어느 순간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올 때”라고 대답했다. 그는 “여전히 불안하긴 했지만 공부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도 들었고 조금만 더 계속 해 나간다면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여름에 원룸에서 살며 공부할 때였다. 방안에 곰팡이가 심하게 피어서 공부만으로도 벅찬 한여름에 열심히 공부하고 집에 돌아와서 매일 곰팡이 청소를 하고 지쳐 잠이 들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금만 더 버피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힘들었던 그 시기를 이겨냈다고 했다.

김 씨는 수험생의 생활과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조금만 더 힘내라”는 말밖에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나도 공부할 때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심정이었다”며 “다만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올해 시험이 끝나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후회가 남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공부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을 보시는 수험생 여러분은 긴 인내의 터널에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뜨거운 응원을 전했다.

수석 합격이라는 값진 성과와 함께 수험생활을 마친 김 씨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그는 “아직 개업을 할지 취업을 할지 마음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개업을 해서 자신만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 도전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던 개업 법무사가 됐을 때, 그는 ‘동네에서 가장 친절한 법무사’로 알려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개인 시간에는 법률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해 틈틈이 봉사하며 지역 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작은 촛불 하나가 어둠을 밝히는 단초가 되듯 따뜻하고 반짝이는 그의 꿈이 실현되기를 응원하고 기대한다.

인터뷰의 마지막으로 그가 어려운 도전을 선택하고 이뤄나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혹은 함께하며 응원해 준 이들에게 전하는 진심이 가득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저를 끝까지 응원해 준 가족들이 가장 감사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공부한다고 홍삼과 기프티콘도 보내주고 밥도 사주던 소중한 친구들, 마지막으로 학원 강사님들과 그곳에서 같이 공부하며 일면식도 없던 저를 응원해 주고 진심으로 아껴주었던 형, 누나, 동생분들이 있었고 그분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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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갤러 2024-03-08 13:22:55
법무사를 1년3개월에 해치웠다면 사법시험있었으면 수석하실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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