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시험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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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험의 목적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2.2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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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지난 주말에 변리사 1차시험이 치러졌다. 수험 전문지로서 법률저널은 각종 고시나 전문자격사시험 등이 치러지면 시험장에 나가거나 설문조사를 통해 응시생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응시생들로서는 가장 궁금할 다른 응시생들의 반응이나 평가를 취합해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고 직접 시험을 치르면서 느낀 불편이나 문제점 등을 공론화해 개선을 촉구하는 취지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변리사 1차시험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 전원이 “어려웠다”고 평가할 정도로 높은 체감난도와 더불어 가채점 평균 점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변리사 1차시험의 경우 법무사와 공인회계사시험을 제외한 다른 전문자격사시험과 달리 합격자를 상대평가로 결정한다. 때문에 과목별 40점, 평균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하는 공인노무사나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의 시험에 비해 난도 상승의 불이익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높은 난도로 시험을 출제하는 것은 응시생들의 실력을 검증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면에서 지양해야 한다.

특히 “어렵다”는 평가가 담고 있는 의미가 중요하다. 오직 점수를 낮추기 위해, 떨어트리기 위해 시험을 어렵게 출제해서는 안 된다. 해당 시험으로 선발하려는 공무원이나 전문자격사가 갖춰야 할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에서 문제를 출제하되 단순 암기가 아닌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한 양질의 사례형 문제 등으로 난도를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시험의 목적을 고려하지 않고 수험상 중요도가 떨어지는 지엽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내거나 출제자의 편의 외에 어떤 장점도 없는 개수형 문제를 내는 형태로 난도를 높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안타깝게도 응시생들의 평가에 따르면 이번 변리사 1차시험은 그 부적절한 방식으로 난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부적절한 출제는 비단 이번 변리사 1차시험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절대평가로 선발하는 전문자격사시험에서 합격자 수를 조정하기 위해 한 해 평이하게 출제돼 합격자가 많이 배출됐으면 다음 해에는 시험이 어려워진다는 속설이 있었고 실제로도 꽤 많은 시험에서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오는 주말 예정돼 있는 공인회계사 1차시험과 입법고시 1차시험도 난이도 조절과 관련해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공인회계사 1차의 경우 지엽적인 문제나 일관성 없는 출제 경향 등으로 ‘널뛰기 난이도’라는 비판을 받고 PSAT(공직적격성평가)로 치러지는 입법고시 1차시험은 지엽적인 출제의 문제는 없지만 극단적으로 높은 난도로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입법고시는 마찬가지로 PSAT으로 1차시험을 치르는 5급 공채와 구별되는 출제 경향을 보여왔고 난도도 더욱 높아 합격선에도 큰 차이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난이도 조정이 이뤄지면서 합격선도 5급 공채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수험생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모든 과목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면평락=합격’의 흑역사를 재현했다. 단 1명의 합격자를 낸 사서직의 합격선이 61.67점으로 가장 높았고 일반행정과 재경직 모두 합격선이 과락 기준인 60점에 그쳤다. 법제직은 아예 합격자를 내지 못했고 재경직도 예년의 1차시험 합격자 수에 크게 미달되는 결과를 냈다.

객관식으로 치러지는 1차시험뿐 아니라 서술형으로 실시되는 세무사, 관세사, 법무사 등 여러 전문자격사 2차시험에서 70~80%를 웃도는 ‘과락폭탄’이 떨어져 수험생들의 눈물을 뽑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수험생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쏟아서 인생을 걸고 시험을 준비한다. 시험을 운영하고 출제하는 이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엄청나게 긴 지문을 빨리 읽어내거나 남들보다 운이 좋아 잘 찍은 이들이 합격하는 게 아닌, 해당 시험의 목적에 적합하고 응시자들의 실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양질의 문제로 수험생들의 절박한 도전에 응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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