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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차장 범죄예방은 이용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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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차장 범죄예방은 이용자의 몫?
  • 박영아
  • 승인 2020.10.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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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수년 전 한 여성이 오후 2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납치되어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인적이 드문 국도변도 아니고, 어스름 또는 밤늦은 시간이 아닌 대낮에 벌어진 일이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공간에서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범행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인지 유족들은 아직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하주차장은 엄연히 운영하는 목적과 관리하는 주체가 있었고, 피해 여성은 그 공간을 이용하는 고객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벌어진 범죄는 오롯이 피해자의 몫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범죄예방환경설계와 공작물책임은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유족들이 지하주차장과 대형마트가 속한 주상복합건물의 관리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키워드였다. 범죄예방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란 적절한 건축설계나 도시계획 등을 통해 대상지역의 방어적 공간특성을 높여 범죄가 발생할 기회를 줄이고, 지역 주민들이 안전감을 느끼도록 하여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종합적인 범죄예방 전략을 말한다(「건축물의 범죄예방 설계 가이드라인」. 어두운 골목길의 쓰레기를 치우고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 범죄예방환경설계와 관련 거론되는 대표적 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범죄예방환경설계는 건축 관련 기준에도 반영되어 있다. 특히 주차장의 강력범죄 취약성이 일찍부터 문제되어 2004년 7월 개정된 주차장법령은 방범CCTV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보다 구체적 기준을 두고 있다. 같은 해 마련된 국토교통부의 「주차장내의 방범설비세부지침」은 방범CCTV는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호감시체계로 사물의 움직임을 포착해야 하며, CCTV 모니터 화면을 항상 감시할 수 있도록 관리사무소를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메라의 감시 범위에서 벗어난 공간이 아예 또는 거의 없어야 하고 감시 또한 항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규제는 관리주체인 사인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건의 경우 CCTV 카메라는 설치되어 있었으나 모두 자동차들이 다니는 통로를 향하고 있었다. 범인은 범행대상을 물색하느라 지하주차장에서 40분 이상 서성이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고, 범인이 벽에 붙어서 피해 여성을 지켜보다가 바로 뒤따라 운전석에 올라타는 모습은 CCTV 카메라에 찍히지도 않았다. 우리는 이러한 사각지대의 발생은 공작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에 해당하고, 해당 주차장과 대형마트가 속한 주상복합건물을 관리하는 회사가 관리주체로서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 외에도 주차장 순찰은 7시간에 한번 약 20분에 그치는 등 주차장 관리가 소홀했고, 그러한 상태가 가시적이어서 범행의 계기를 제공하였다는 것도 강조하는 지점이었다. 지하주차장의 하자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범죄예방환경설계 개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과 그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증언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증인진술서로 갈음했다. 전문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고, 보수도 지급 드리지 못했음에도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하며 흔쾌히 응해주었다.

그러나 법원은 주차장에 62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주차장 내부 전체를 어느 정도 촬영하고 있었고, 사각지대가 없었다고 하여 범행을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사각지대가 일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납치와 살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사고를 언제나 100%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자가 없었더라도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전제도 결국 가정에 해당하는데 하자가 없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어디까지 입증해야 하는 것일까?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는 공작물에서 그 장치로 최대한 막으려고 했던 사고가 발생했다면 하자와 사고 사이의 인관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할까? 제3자에 의한 고의범죄라고 해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도 없다. 범인은 해당 지하주차장에서 40분 넘게 서성이며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있었음에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하주차장에서 자리를 옮겨 다니며 40분간 서성이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 행동이 아니다. 누군가 범인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말을 걸어 방문 목적이나,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그대로 범행으로 나아갔을까?

공작물책임의 기본취지는 공작물의 관리자는 위험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하여야 하고 만일에 위험이 현실화 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들에게 배상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하다는 데 있다. 피해여성은 마트에서 장을 보기 위해 지하주차장을 용도대로 정상적으로 이용했고, 지하주차장을 더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그럼에도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진 끔찍한 범죄의 위험과 책임은 오로지 피해자의 몫이 되었고, 인과관계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은 결국 그렇게 부담시키는 것이 관리회사와의 관계에서 공평하다는 결론이다. 소송은 일단락되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0년 10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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