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스쿨 교육, 이젠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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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스쿨 교육, 이젠 변해야 한다
  • 김태명
  • 승인 2016.01.22 15:24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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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명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해 말 로스쿨 제도는 개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를 유예한다는 갑작스런 법무부의 발표에 맞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의 학사일정과 변호사시험 거부라는 초강수로 대응했지만, 항상 그러했듯이 을(乙)의 입장에 있는 로스쿨생들은 마지못해 학사일정에 복귀하고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시험이라는 악몽에서 벗어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시험을 앞두고 엄습해 왔던, 가슴을 조이고 목을 죄는 듯한 긴장감은 잊을 수가 없다. 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온갖 시험에 시달리며 보낸 데다 그 고된 시간의 결실을 맺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라는 일생일대의 최대 관문인 변호사시험을 눈앞에 둔 로스쿨생들이 법무부의 갑작스런 발표로 받은 충격을 생각하면 아찔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5회째를 맞는 이번 변호사시험이, 법무부가 던져 준 충격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로스쿨생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주지 않았을까 염려스럽다. 갈팡질팡하는 문제유형, 도대체 왜 이런 것들이 변호사시험에 출제되어야 하는가를 의심스럽게 하는 이론문제, 출제위원들로 하여금 시험을 치르게 한다면 과연 주어진 시간 내에 모두 풀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장문(長文)의 문제지 앞에서 많은 로스쿨생들은 허탈감이나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변호사시험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로스쿨교육은 또 어떠한가? 많은 로스쿨생들은 을(乙)의 입장에서 이전 법과대학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교육내용, 부실한 강의,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수업을 말없이 견뎌내고 있지 않은가? 지금으로부터 8-9년 전의 일이다. 정작 로스쿨교육의 준비를 위해 밤낮없이 애를 써야 할 많은 젊은 교수들이 로스쿨인가신청서작성 등 행정업무에 매달렸고, 로스쿨이 개원되고 난 이후에도 원장, 부원장, 학생지도센터장 등 각종 보직을 담당하며 이른바 골든타임을 덧없이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부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작스럽게 만든 변호사시험 유형은 앞에서 지적한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노정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로스쿨생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대학과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로스쿨생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삶에서 황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로스쿨생들에게는 법조실무에서 전혀 쓰이지도 않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이론을 오직 학교시험과 변호사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있을 시간도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여태까지 우리가 가르치고 배워온 이론들은 우리 땅에서 우리의 법현실에 기초하여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 일본, 독일, 미국 등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이 아닌가? 많은 양심적인 교수들이 인정하고 있듯이 로스쿨의 문제는 현행 로스쿨 ‘제도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행 로스쿨에서의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로스쿨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아니 제대로 된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면 왜 지금과 같은 로스쿨 뒤흔들기가 지속되겠는가? 

더 이상 로스쿨생들을 부실한 교육의 희생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사법시험의 존치를 둘러싼 이번 논란을 로스쿨교육 및 변호사시험의 실효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사법시험 존치여부의 결정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과연 로스쿨에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현행 변호사시험제도가 제대로 된 자질을 갖춘 변호사를 선발하는 시험으로서 기능하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과감하게 손질을 가해야 한다. 

끝으로 로스쿨 졸업생과 재학생들도 이참에 자신들이 받고 있는 교육이 진정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기존의 학부 교육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로스쿨의 수업과 시험 그리고 내용면에서 기존의 사법시험과 그다지 다르지 않는 변호사시험은 법학을 전공한 학생 또는 사법시험을 공부한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수업과 시험은 기존의 교육 방식과 내용을 고집하는 로스쿨교수들에게도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대학, 교수 그리고 로스쿨생 모두가 을의 자세로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야 할 때이다. 갑의 지위는 제대로 된 로스쿨제도의 혜택을 누릴 권리를 가진 국민에게만 인정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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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D 2016-01-25 10:29:51
소위 유명하다는 미국의 로스쿨에 가서 사진도장이나 찍고온 사람들은 "야~미국로스쿨은 다수설소수설 이딴 얘기 안하더라 역시 선진법학교육이야"라고 하고, 그 학교에 비지팅으로 갔더라도 제대로 수업들어본 사람은 얼마나 이론적인 논의가 진행되는지를 얘기한다. 심지어 비교법까지 말이다! 로스쿨이 이론 안배우는 곳이라는 말은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가서 사진만 찍고 관광이나 하던 법조인들과 연구년맞아 놀러간 교수들이나 하는 말이다.

사시충 2016-01-24 15:09:37
정말 맞는 말씀이십니다. 로스쿨 제도를 개선하면 로스쿨은 유능하고 인성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하는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법학위기 2016-01-24 12:10:50
거두절미하고 더 늦기전에 로스쿨제도는 페지되어야 한다. 사법시험제도로 복귀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법학과 법조계가 살 길이다. 독일도 10년 로스쿨하다가 땅을 치고 후회한 후 사법시험제도로 회귀한 바있다. 일본도 몇 년안에 그럴 것이다. 굳이 투트랙으로 가려면 로스쿨은 변호사로 나가 장기간 치열한 경쟁거쳐 변호사로 살아남고(외국에서는 실력이 없어 왜면받아 도태되어 택시운전사로 전락한 경우도 많다고 함) , 사법시험합격생은 연수원거쳐 검,판사로 진출하는 프랑스식 제도가 그나마 보완책일 거다.

법학교육정상화 2016-01-23 23:03:59
교수님! 이렇게 로스쿨이 개혁하지 못하고, 법학과로 우수한 인재들이 유입되지 못하고, 법학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결국 일본과의 법학에서의 학문의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짧은 시간에 법학과 법조실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던 것은 우수한 인재들이 법학과에 진학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기존의 제도의 단점만 보려하지 마시고 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도 함께 고찰하시면서 앞으로 10년뒤, 30년뒤의 현실도 고민해주세요! 그 방향은 법률 서비스 수요자이자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을 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법학교육정상화 2016-01-23 22:54:02
교수님!! 상당수의 로스쿨 학생들이 신림동 학원강의를 듣고 있는 것은 아십니까? 상당수의 로스쿨 학생들이 신림동에 상주하고 있는 것도 아십니까? 더 큰 문제는 변호사 시험 교재 대부분이 사법시험 수험 교재를 바탕으로 하면서 어렵고 깊은 논의는 빠진 요약서라는 것도 아십니까? 로스쿨 학생들이 어렵고 복잡한 법리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못하고 법적 사고력이 거세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십니까? 법대에서 공부할 때처럼 차근차근 이해를 해야할 부분도 이론과 실무, 학점과 변시 이 모든 것이 학생들을 압박하니 일단 넘어가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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