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스쿨협의회)는 ‘로스쿨=돈스쿨’이라는 세간의 비판에 대한 대응의 성격으로 장학금 제도가 잘 돼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 냈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6일까지 장학금 지급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로스쿨 재학생 전체 인원(6,021명)의 70.6%에 달하는 4,250명이 장학금(매년 350억 원)혜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액 장학금 지급대상자는 953명(15.8%)에 달하며 이중에는 경제적·신체적·사회적 취약계층인 특별전형 입학생 394명(6.4%)뿐만 아니라 차상위 계층까지 포함되어 있다며 로스쿨의 탄탄한 장학제도를 내세웠다.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을 고려하면 실질 등록금은 연간 평균 1천만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매년 350억 원의 장학금은 누구의 돈이냐는 것이다. 그 돈은 로스쿨 교수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장학금 못 받고 다니는 로스쿨생이나 다른 대학 학생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국고전입금, 발전기금, 재단전입금, 각종 기부금 등으로 로스쿨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전문자격 취득을 위한 과정에 연간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고비용 구조인 로스쿨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장학금 운운하는 게 얼마나 위선이고 허구인가. 이런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억대의 연봉을 받으며 별로 가르칠게 없는 로스쿨 교수들이다. 오죽하면 로스쿨생 역시 과거 법대생처럼 고시학원에 매달리고 사법시험의 전철을 밟고 있겠는가. 바뀐 것은 화려한 건물과 교수의 수가 늘어났을 뿐이다.
장학금을 차상위까지 포함할 게 아니라 취약계층인 특별전형 입학생에게만 지급하고 로스쿨의 등록금을 대폭 낮춘다면 ‘돈스쿨’이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게다가 로스쿨마다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래저래 앵벌이처럼 돈을 끌어 모아 장학금을 주는 것도 오래 버틸 수 없는 당근에 불과하다. 특히 국공립 로스쿨의 경우 재원의 40%는 국고전입금이다. 한 마디로 국공립 로스쿨은 국민 혈세로 가까스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높은 인건비 비중 때문에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뿐인가. 로스쿨의 고비용 구조 덕분에 로스쿨생들은 빚더미로 내몰리고 있다. 로스쿨생 중 학자금 대출 이용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0년 로스쿨 재학생 대비 평균 16.4%가 학자금을 이용했다. 인원이 누적되기 시작한 2011년에는 22%로 더욱 증가했다. 2012년에는 25.8%까지 증가했다. 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2010년 6,734,000원, 2011년 6,265,000원, 2012년 6,144,000원으로 매년 평균 6백만 원 이상의 빚을 지게 되는 셈이다. 사립 로스쿨은 이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이처럼 많은 로스쿨생들이 학자금 대출로 학비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록금이 인상되고 장학금 규모는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앞으로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가압류 등 법적 조치를 받을 로스쿨생들이 나오게 되고 이런 상태로 가면 결국 로스쿨이 경제적 상위계층을 위한 제도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그간 로스쿨 이외의 법조인 진입로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로스쿨 일원론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장학금을 통해 고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허구다. 등록금을 대느라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지고 사회에 나오는 로스쿨생이 매년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더 시급하다. 앞으로 로스쿨의 등록금 인상은 불을 보듯 뻔하고 로스쿨생들을 또 다시 대출기관의 문턱을 넘도록 등을 떠미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로스쿨은 높은 장학금을 자랑할 게 아니라 ‘반값 등록금’으로 고비용 구조를 없애는 것이 로스쿨 안착의 지름길이다. 로스쿨 입학정원이 2천명에 달하지만 지원자는 고작 8천명도 안된다는 것은 그만큼 진입의 벽이 높다는 방증이다. 올해 고작 150명 선발하는 사법시험에 6천명이 몰렸다. 사법시험은 재력이 있든 없든, 대학을 나왔든 못 나왔든, 연령이 많든 적든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이 열려 있기 때문에 지원자가 많은 것이다. 로스쿨이 고비용 구조임을 외면한 채, 장학금으로 포장하며 로스쿨만으로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그저 로스쿨 교수들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속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