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시 “더 이상 ‘사시 보험용’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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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시 “더 이상 ‘사시 보험용’ 아니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08.3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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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형과 개수형 문제 크게 늘어나 ‘진땀’

 

“문제난도, 시간압박, 점수압박 이 세가지 기준으로 볼 때 법원행시(1차)는 대한민국 최고 시험에 속한다”, “올해 시험 문제의 난이도로 봤을 때 법원행시는 더 이상 사법시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시험이 아닌 것 같다”, “완전 사시1차에 근접한 수준을 120분 안에 풀라는 문제로 구성됨..헐퀴..”


지난 24일 시행된 2013년도 제31회 법원행시 1차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반응들이다. 특히 올해 1차시험이 예년의 출제경향에서 크게 벗어나면서 체감난이도는 예상보다 상당히 높았다는 게 응시자들의 평이다.


또한 현재 사법시험에서는 거의 사라진 ‘정답 개수형’ 문제가 증가한데다 지문의 길이도 늘어나면서 시간에 쫓겼다는 응시자들이 많았다.


최신판례도 사법시험처럼 중요한 판례를 묻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판례에 허 찔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다 법원행시 특유의 조문문제 등으로 시험시간 120분 내내 진땀을 뺐다는 평이다.


수험생들은 지난해 합격선이 94.16점이라는 기록적인 점수가 나오면서 올해 시험의 난이도가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던 일이었지만 예상보다 크게 높아진 난이도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번 시험 응시자들은 대체로 문제 자체의 난이도도 높았지만 시간 싸움의 의미가 커서 실제 난이도는 사시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수험생 A씨는 “올해 법원행정처가 작심을 하고 출제를 한 것 같다”면서 “최근 사법시험 출제경향에서 지양하고 있는 ‘정답 개수형’ 문제가 형법에서 과다 출제되면서 시간에 쫓겨 그냥 찍은 문제가 많았다”며 출제경향을 비판했다.


B씨는 “정답 개수형의 문제는 많은 지문 중에 하나만 몰라도 틀리니 황당할 따름이다. 분명 답은 맞추었는데, 틀린 것을 맞게 생각하고 맞은 것을 틀리 게 생각해도 답은 맞았기 때문”이라며 “한 두 문제에서 결정될 수 있는 시험에서 이 정도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시험의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운 좋은 사람이 합격할 수 있다”며 정답 개수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C씨는 “작년 법원행정처 시험 담당 공무원이 얼마나 욕을 먹었길래 진짜 작정하고 수험생들 어떻게든 점수를 깎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며 “사시 1차처럼 실력 있는 사람이 붙게끔 하는 것 보다 어떻게든 점수 낮춰서 떨어뜨려보자 하는 그런 시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D씨는 “기존 기출문제의 출제방향이나 직관적으로 명확하게 떠오르는 답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며 “특히 ‘가장’ 옳은 건 혹은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가 의외로 많아 정답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E씨는 “법원행시는 더 이상 ‘사법시험 보험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사법시험이든 법원행시든 어느 하나만 선택해 ‘올인’해야만 합격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헌법은 지난해에 이어 비교적 무난하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전반적으로 응시생들이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출제되었고 난도도 비슷했다는 평가다. 다만, 지문이 다소 길어져 민법과 형법을 위한 시간 확보가 여의치 않았다는 것. 실제 올해 헌법 문제 분량이 9쪽에서 11쪽으로 크게 늘었다.


F씨는 “헌법 문제 자체가 어렵거나 난해하지는 않았지만 지문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돼 이어지는 민법과 형법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법은 대부분의 응시생들이 높은 난이도와 시간부족에 당황했다는 반응이다. 사법시험 민법과도 중점 포인트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맞춰진 출제로, 지문의 길이도 길고 기존 법원행시 출제유형과 달리 사례형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난이도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성년후견인제도 등 개정 조문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물어 조문만 숙지한 응시생의 경우 문제를 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기득권으로 사법시험 2차시험 후 법원행시에 응시했던 G씨는 “민법의 난이도가 높아 문제 푸는데 집중하다보니 시간 안배에 실패해 형법마저 제대로 풀지 못해 찍은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형법은 생소한 판례지문이 다수 나왔고 문제의 절반 가까이 개수형 문제로 출제돼 대부분의 응시생들이 형법이 이번 시험 최고의 난이도였다고 평가했다. 또 ‘실효’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는 등 평소 자주 출제되지 않아 응시생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부분에서도 문제가 나와 응시생들을 당혹케 했다.


문제풀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형태로 문제가 출제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H씨는 “한 문제당 1분 내에 풀어야 하는 시험인데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문제 출제자들도 시간 내에 풀지 못할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편, 1차 합격자는 오는 17일 발표할 예정이나 관례적으로 16일 저녁께나 발표날 것으로 보인다.

이상연·안혜성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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