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8)-‘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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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8)-‘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겠지요’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5.10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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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겠지요>

이을남(필명)

안녕하세요. 염치없고 부끄럽지만 마중물프로젝트 지원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회를 주신 이사장님과 재단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올립니다.

저는 00년도 초반 학번입니다. 어디서 공부 못했다 소리를 듣지 않을 정도의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법학 비전공자 치고 꽤 많은 법학 학점을 이수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12년 지방소재 모 학교에 지원하였고, 운이 좋게도 합격하여 변호사시험을 준비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몇 번의 탈락을 겪고 2022년 2월 마지막 시험을 보았지만 합격선에 미치지 못한 점수로 떨어졌습니다.

그저 열심히만 한다면 시간이 무슨 상관일까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달렸지만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서른이 넘으면 자기가 조정할 수 없는 요인들도 대비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리고 그것도 감안해서 더 영리하고 더 절박하게 공부하고 해야 했는데, 제 오만과 아집이 지나치게 강했나 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졸업 후 수험 준비를 하면서 몇몇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었는데, 이러한 저를 좋게 봐주신 분들의 배려와 그동안 공부해 온 미천한 법 실력으로 작은 직장에 취업할 기회를 갖게 되어, 현재는 뒤늦은 사회인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호구지책은 앞으로 어떻게 해결되겠지만, 그동안 지나가 버린 시간과 기회들은 너무나도 아쉽고 뼈아픕니다. 마치 미뤄두었던 카드 청구서를 한 번에 받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일단, 취업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괴감을 겪었습니다. 뒤늦은 사회초년생과 변시 오탈자에 대한 경계 섞인 시선들을 겪으면서 상실과 좌절이 반복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당연히 스스로 벌린 일에 대한 인과응보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아직도 누군가가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한없이 도망가고 싶고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들 뿐입니다.

가장 힘든 건 우리 가족,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편이 점점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대학원 준비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저를 조건 없이 응원해 주셨던 장년의 아버지는 어느새 병석에 누워계신 초췌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하셨고, 그동안 수험생활과 학자금 때문에 여유가 없는 제가 무언가 해드릴 수 없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를 둘러싼 상황이 지금보다는 부디 더 나빠지지 않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곳에 먼저 에세이를 써주시고 끝이 아님을 상기시켜 준 다른 오탈자 여러분들과, 당신의 경험과 지혜를 친히 전해주시면서 실의에 빠지지 말고 동력 잃지 말고 나아가라, 세상은 그러한 가치가 있다고 격려해 주신 오윤덕 이사장님께 다시 무언가를 제대로 할 용기를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대학원 재학시절과 졸업 직후 심연에서 수없이 방황하던 제게 손 내밀어 도움을 주었던 동기분들께도 뒤늦은 감사와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시험에 낙방하여 고민하는 것은 오로지 부족한 사람인 저의 몫입니다. 계신 자리에서 건승과 행복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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