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배심원평결 사실상 기속력 부여는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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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배심원평결 사실상 기속력 부여는 위헌?
  • 법률저널
  • 승인 2013.02.2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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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5년 국민참여재판, 최종형태는 어떻게
대법원 최종형태결정 세미나 개최 ‘갑론을박’

 

중범죄 형사사건에 대해 2007년부터 도입된, 국민사법참여제도가 전반적으로 큰 문제점 없이 형사재판제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최근 마련한 최종형태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와 최종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국민사법참여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제7차 회의를 열고 지난 5년간의 시범운영을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최종형태(안)로 의결한 국민참여재판의 주요내용은 ▲배심원 평결에 대한 사실상의 기속력 부여 ▲국민참여재판의 강제주의적 요소 일부 도입 ▲가중다수결제 채택 ▲법정구조 개선 등이다.


대법원은 이같은 의결안을 두고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법원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공청회를 개최한 결과, 배심원 평결에 대해 현행 권고적 효력보다 강한 효력을 부여하되 법적 기속력에까지는 이르지 않는 ‘사실상의 기속력(배심원 평결 존중의 원칙)’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하여 토론자들은 대체로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보다 많은 경험을 쌓아 법적 기속력까지 인정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일정 범죄에 대하여 피고인의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강제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대체로 그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헌법상 재판청구권 침해의 문제, 법원의 업무부담 증가에 따른 예기치 못한 부작용, 배심원의 전문성 부족, 여론재판 등을 우려해 대상범죄의 범위를 신중하게 제한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형심리의 경우, 일반국민의 상식과 의견을 그대로 양형에 반영할 필요가 있어 배심원들에 대해 양형기준의 기계적인 준수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양형판단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이 강하여 배심원들이 판단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현행 배심원의 양형토의 및 의견제시 절차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그 외에도 국민참여재판 국선변호인의 보수 증액, 국민참여재판의 의의 및 필요성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 배심원 평결의 효력...사실상 vs 법적 효력


지정토론을 통해 이준일 교수(고려대 로스쿨)는 “배심재판의 민주성과 법관재판의 독립성·중립성·전문성을 균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배심원은 유무죄에 대하여만 평결하도록 하고 배심원의 평결에 법적 기속력이 아닌 사실상의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은 또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혜정 교수(영남대 법과대) 역시 “현재 시스템은 즉일재판이 많고 배심원 선정기일 진행시간도 그리 길지 않고 또 ‘건전한 상식’에 의한 판단이 반드시 올바른 결론을 담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회인식 조사결과에서도 전반적으로 ‘약한 기속력’을 선호하고 있고 법관이 판결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는 등의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현행 권고적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사실상의 기속력까지 부여하는 방안은 적절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회 매일경제신문 사회부장은 “형사정책연구원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배심원들이 유무죄 및 형량을 결정함에 있어 판사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배심원 평결에 대한 기속력 부여도 중요하지만 배심원이 독립적으로 평결할 수 있도록 법정문화 개선 및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사실상의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배심원 평결에 법적 기속력을 인정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목표를 포기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배심재판의 취지가 직업법관이 아닌 시민의 눈높이에서 하는, 이웃에 의한, 시민의 양식과 상식에 의한 재판이고 판단의 권리와 책임을 시민에게 돌리는 것”이라며 “배심원 평결에 법적 기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현재 상황으로는 ‘사실상의 기속력 부여’ 방안이 불가피하다”면서 “법적 기속력 부여를 위해서는 헌법개정 문제와 배심원 평결의 신뢰성 문제 해결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제주의 “적절히 제한” vs “모든 형사에 확대”


평결방식에 대해서는 배심원 평결에 권고적 효력을 넘어 사실상의 기속력을 인정하게 될 경우 만장일치 또는 가중다수결로 하는 방안은 적절하다는 것이 대다수 토론자의 일치된 의견을 보인 가운데 참여재판의 실시요건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준일 교수는 “헌법 제27조 제1항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을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자격을 갖춘 법관’ 또는 ‘독립성이 보장된 법관’으로 이해할 경우 강제주의 도입 가능하나, ‘신분이 보장된 직업법관’으로 이해할 경우 강제주의 도입은 곤란하다”며 “배심재판의 민주성과 법관재판의 독립성·중립성·전문성을 균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강제적 참여재판의 범위를 적절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정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의 활성화를 위해 대상범죄를 모든 형사사건으로 확대할 필요 있다”면서도 “다만 강제적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은 법원이 감당해 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검토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유죄협상제도 등 도입 여부가 논란되고 있는 제도의 성급한 도입을 초래하여 또 다른 문제 발생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회 기자는 “일부 강제주의 도입으로 정치인·재벌 사건들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나 직업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횡령·배임의 문제와 사실관계가 복잡한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배심원들이 사건의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며 “여론의 흐름과 정치적 고려로 인한 배심원 평결은 국민참여재판이 지양하여야 할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근 변호사는 “피고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하는 것은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어야 한다”며 “저명인사에 대한 사건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피고인일수록 여론재판을 우려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권 회부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직권회부결정의 기준이 추상적이고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 기계적 양형기준 준수…강제 vs 지양


이 외, 법정구도, 심리절자 등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황 교수는 “참여법정의 좌석배치를 민사법정과 같은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더 나아가 일반 형사재판에서도 동일하게 변경할 것”과 “배심재판의 민주성과 법관재판의 독립성·중립성·전문성을 균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관은 일정한 요건 충족 시에만 제한적으로 배심원 평의에 관여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죄수에 대한 판단, 법률적 가중·감경규정의 적용, 작량감경 등 양형판단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이 많아 배심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라며 “그럼에도 유무죄 판단이 아닌 양형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한 사건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양형판단은 배심제의 특성이 아니고 그 전문성을 고려할 때 배심원의 양형토의 및 의견제시는 폐지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 있고 나아가 유무죄 심리절차와 양형 심리절차를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일반국민의 상식과 의견을 양형에 그대로 반영해야 하므로 배심원들에 대해 기계적인 양형기준 준수를 강제하여서는 안 된다”고 했고 황 변호사는 “배심원에 대하여도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와 같은 규정이 적용됨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실장은 “배심재판의 사회적 의의, 참여의 필요성 등에 대해 현재보다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같은 공청회 결과를 취합하여 3월경 제8차 회의의 검토를 거쳐 금년 내에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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