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공부’ 병행...변리사 수석 예소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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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공부’ 병행...변리사 수석 예소진씨
  • 법률저널
  • 승인 2012.11.1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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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변리사시험 수석 예소진씨로 정정

최고령합격자도 일반응시자 이문철씨

 

올해 변리사시험 최종합격자에서 수석 합격자의 이름이 하루새 뒤바뀌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14일 발표날 수석합격자는 정재철씨, 최고령은 정병홍씨로 발표되었지만 15일 특허청은 정정 보도자료를 냈다.

 

수석합격자와 최고령 합격자가 일반응시자가 아닌 시험 일부 면제자인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반응시자 중 최고득점자는 예소진씨가 수석의 영예를 안았고, 최고령 합격자는 이문철(41)씨로 밝혀졌다.

 

화제의 주인공인 예소진(30)씨는 서울대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삼성SDS에서 4년간 근무한 커리어우먼이었다. 특히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로, 이제 갓 18개월 접어든 어린 딸의 엄마로서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비교적 짧은 공부기간에, 그것도 수석이라는 타이틀을 꿰찼다.

 

그는 법률저널과의 통화에서 “입사 원서를 적고 있다가 발표 다음날 수석이라는 전화를 받고 놀랍기도 하고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뒤늦은 수석 소식에 다소 멋쩍어 할 법한데도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밝고 명랑했다.

 

예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집안 형편상 취직을 했지만 여전히 뭔가 배우고 공부하고 싶은 욕구는 컸다. 마침내 변리사의 친구를 통해 정보를 얻으면서 변리사 공부의 첫발은 내딛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수험생활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차 수험기간 동안에는 임신으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2차시험 기간동안에는 출산으로 육아에 전념해야 할 상황이었다. 특히 한참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두고 시험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다.

 

예씨는 2010년 4월 퇴사하면서 수험생들 표현으로 ‘부진정 동차’를 목표로 민사소송법과 선택과목 회로이론을 중점으로 공부하면서 ‘고시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다 그해 9월 임신하면서 목표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이내 슬럼프를 극복하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1차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 1차는 충분히 넘을 것 같아 민사소송법, 특허법 기초 GS를 수강했다.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서는 학원 강의 대신 ‘인강’을 들으면서 2차시험을 경험하는 데 그쳐야 했다.

 

본격적인 2차 공부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낮에 공부하고 틈틈이 남편과 함께 아기를 보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한 끝에 회사를 퇴사한 지 2년 7개월만에 수험생활을 청산했다.

 

수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그녀는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갔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7개월부터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너무 어린 아기를 보내는 게 미안해서 스스로 ‘낮잠은 절대 자지말자! 아기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집중하자!’고 다짐하면서 하루에 5-6시간씩 자고 공부하니 졸음과 싸워야만 했다. 잠을 줄이기 위해 잠깨는 음료를 마신 게 화근이 된 것.

 

그녀는 아기한테는 미안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태교할 때부터 남들이 해주는 것 제대로 못 해주는 것이 미안했고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야한다는 것도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힘들 때마다 남편의 도움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남편은 회사 다니면서 퇴근하면 모든 집안일에 육아까지 사실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줬고 불평 한마디 한 적 없어 남편에 대해 미안하기 보다는 늘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수석합격의 비결이 궁금했다. 예씨는 “1차의 경우 문제를 많이 풀었고 2차의 경우 정말 많이 써 본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올해 1월부터 시험 치기 2주전까지 민사소송법은 거의 매일 썼고, 4월, 6월은 특허, 상표를 각각 하루에 1시간씩, 5월은 매일 특허, 상표를 각각 풀답안을 썼다.

 

그녀에게도 ‘마의 과목’이 있었다. 바로 상표법이었다. 점수가 널뛰기 하듯 들쭉날쭉했다. 동일한 문제를 여러 번 다루며 목차로 잡아보는 식으로 복습하면서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어떤 사례에 어떤 판례가 적용되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독서실을 가거나 밥을 먹는 시간에는 PMP 사례강의를 들으면서 약점을 보충했다.

 

선택과목은 물리학과 전공과목인 ‘전자기학’도 있지만 자료가 풍부한 과목이 좋을 것 같아 회로이론을 선택했다. 회로이론의 경우 꾸준히 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험 전날까지 매일 한 문제라도 꼭 풀었다. 또한 고득점을 노려야 하는 과목으로 생각해 그만큼 더 투자했고, 답안지에 문제의 점수만큼 풀이를 넣고 답을 구하는 연습도 했다.

 

2차 답안작성의 비결에 대해 그녀는 “과목마다 학원에서 보지 못했던 문제들이 하나씩 있어 이번 시험은 결코 쉽지 않았다”면서 “출제자의 의도가 무엇일까 많이 고민하고, 책에서 그대로 목차를 가지고 오거나 외우지 않고 생각하며 묻고 싶은 말에 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답안지에 ‘간절함이 묻어 나오도록’ 마지막 종치기 전까지 채웠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그녀는 “특허사무소에 입사해서 변리사 업무에 대해 폭넓게 배우고 싶다”면서 “자기계발도 꾸준히 하여 더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료나 후배 수험생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말에 예씨는 “한마디만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나이 많은 누나를 스터디원으로 받아준 상현이, 회로 시험 마지막 까지 도움을 준 범준이, 강의 같이 들은 상우, 진영이, 현호 그리고 정말 배울게 많은 명이 언니, 내년에 변리사가 꼭 될 승진이 등 다 너무 고맙습니다. 후배 수험생 여러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즐겁게 공부하세요.”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끝으로 그녀는 “우리 남편 김광태님!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서 너무 사랑하고 감사해요. 밤 잠 잘자서 엄마 공부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딸 예린이, 나보다 더 긴장하고 기다리셨던 엄마, 늘 든든히 힘이 되어주시는 시아버님, 아빠, 가현이, 제부, 경우, 아가씨 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예린이 잘 보살펴 주신 어린이집 선생님들, 변리사 공부로 이끌어준 친구 소희, 은정, 은영이, 힘이 되어준 은경이, 지영이 등 모두 언급하지 못해도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감사를 잊지 않았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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