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군인이 군 복무 중 자살한 경우에도 그 사망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 주심 전수안 대법관 )은 지난 18일 엄모씨가 자신의 아들이 군 복무 중 자살한 것과 관련,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대구지방보훈청이 이를 거부한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결정처분취소소송(2010두27363)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으로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와 그 유족 등은 이 법에 따른 예우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이라 함은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며 “이는 군인의 사망이 자해행위인 자살로 인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구 국가유공자법은 국가유공자 제외사유의 하나로 제4조 제6항 제4호에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를 들고 있다”며 “이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등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자해행위의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를 주의적·확인적으로 규정한 당연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그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며 사건을 대구고법에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구 국가유공자법은 자해행위로 사망한 경우에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군인이 자살하였을 때 자살에 이른 경위와 원인을 따지지 않고 국가유공자에서 배제하여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자살한 군인에 대한 처우와 보상이 미흡했다”며 “헌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군인들에 대한 합당한 처우를 가능하게 하고 군인들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더욱 충실히 하도록 하였다는 데 이번 판결의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국가유공자법의 개정으로 국가유공자 제외사유로 규정되어 있던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가 삭제되었고 개정된 국가유공자법은 곧 시행될 예정이다.
관계자는 “그렇지만 이번 판결은 개정된 법에서도 자살한 경우에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령의 해석 및 판단에 일응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