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변의 미국법 이야기(13)[형법] 미란다원칙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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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변의 미국법 이야기(13)[형법] 미란다원칙과 민주주의
  • 법률저널
  • 승인 2009.12.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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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토 미란다 對 아리조나Miranda v. Arizona
흔히 “미란다 원칙에 어긋난다” 혹은 “미란다 고지사항을 위배했다”라는식으로 자주 언급되곤 하지요. 오늘은 미국 형법상 용의자의 권리 보호의 금자탑이 되어온 Miranda v. Arizona판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바탕에는 미국 수정헌법 제5조가 가장 중요한 원리가 되겠습니다.

 

수색 및 압수, 불리한 진술, 변호사 선임 및 강요에 의한 자백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권과 용의자에 대한 보호
정상적 절차로 발급되지 않은 영장에 의한 불법적인 수색이나 압수, 혹은 영장의 범위를 넘어선 경우에는 수정헌법 4조의 권리가 용의자를 보호합니다. 수정헌법 6조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제공하구요. 강요에 의하거나 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자백의 경우엔 수정헌법 14조가 적용되게 됩니다.

 

수정헌법 제5조는, 흔히들 미란다원칙이라고 부르는, 누구도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강요당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No person shall be compelled to be a witness against himself). 그렇다면 여기서 1966년의 역사적인 판결인 미란다 대 아리조나 판례를 통해 여기 수정헌법 5조가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보겠습니다. 이는 미국의 헌법조문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쓰여졌으며 또 어떤식으로 구체적인 실제 형법상황에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가 되기도 합니다.

 

5대 4로 결정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판례 - 미란다  케이스
그저 껄렁한 시정잡배에 불과했을 어네스토 미란다를, 앞으로도 영원히 전세계 법조인의 입에 오르내리도록 만든 이 판례 역시 한 국선변호인의 의지가 이뤄낸 결과였습니다. 미란다 판례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에 따로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미란다씨는 강도혐의로 구속되어, 수사과정에서 강도짓 이틀전에 범한 강간죄에 대해 자백했고, 이와 관련 기소된 아리조나 법정에서 강간 및 유괴죄에 각각 20, 30년형을 구형받아 연속 50년간 옥살이를 할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여기까진 딱히 특이한 바가 없다 하겠습니다.

 

미란다씨의 국선변호인이 연방최고법원까지 줄기차게 주장했던 바는 바로 미란다씨가 자신의 헌법상의 권리, 특히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에 대해 미리 고지받지 못했으며 이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었고, 아리조나 최고법원은 미란다씨가 변호인을 특별히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권리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는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상고심에서 연방 최고법원 아홉명의 판사들은, 이틀동안 벌어진 격론끝에 5대 4로 미란다씨의 무죄를 선고합니다. 판결내용을 극도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용의자의 신병이 확보된 상태에서 경찰이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하기전에는 반드시 수정헌법 5조가 보장하는 기본권이 용의자에게 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미란다씨가 강도죄로 잡혀왔을때, 그와 무관한 강간죄에 대한 질문을 했다 하더라도 이미 미란다씨의 신병이 경찰에 확보되어 있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 질문을 하는 것이므로, 그의 불리한 진술은 자신의 권리와 관련된 내용을 숙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난, 헌법을 위반해 얻어진 증거였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런 불리한 진술들은 언제 증거로 제출될 수 있을까요? 만일 용의자가 자신의 권리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은 후, 이 권리를 숙지하고 자발적으로 포기했다면 (waive the right intelligently and voluntarily) 가능합니다.

 

이에 따르자면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사고가 이렇게 저렇게해서 났다는 둥 설명했다면, 그 내용은 법정에서 나에게 불리한 증거로 쓰여질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그상황은 경찰이 본인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가 아니니까요. 또 경찰에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횡설수설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면 이는 또한 나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경찰의 질문에 의한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니까요. 누가 횡설수설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자발적으로 하냐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놀랄만큼 많은 분들이 일단 경찰서에 가면 경찰이 묻지도 않은 내용을 마구 과장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나중에 변호사들이 이 부분의 처리에 애를 먹기도 합니다. 아마도 정신적으로 너무 흥분된 상태이기 때문일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영애씨는 교보문고에 책을 사러 갔다가 그만 책도둑으로 몰리고 맙니다. 매장내 보안책임팀에 들어온 신입사원 동건씨는 불타는 직업정신에 영애씨를 뒷 사무실로 끌고와 예리하게 심문하게 되고, 그만 영애씨는 엉뚱하게도 도둑으로 몰리게 됩니다. 이때 영애씨의 진술은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적용될까요? 보아하니 동건씨는 영애씨를 뒷사무실로 끌고감으로써 신병도 확보한 듯하고, 또 심문을 하기전에 미란다원칙에 대해 고지한 바도 없습니다.

 

하지만 영애씨의 진술은 법정에서 그녀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증거로 제출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수정헌법 제5조상의 권리는 오직 government agent들로부터 심문을 당할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동건씨는 경찰이나 다른 정부요원이 아닌 私기업의 문고 매장 직원이었으므로, 영애씨의 진술은 안타깝게도 법정에 제출될 수 있겠네요.

 

이글을 쓰기전에 몇몇 인터넷 포스팅을 보니 미란다 판례가 수정헌법 6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라든가, 또는 헌법적 근거가 없는 단지 판례일 뿐이라는 식의 글들이 있는데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미란다의 국선변호인의 논쟁에 수정헌법 5조와 6조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방대법원 판결은 5조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요. 분명히 수정헌법에 근거를 둔 판결을 어째서 헌법적 근거가 없는 판례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지는 납득하기 힘듭니다.

 

아무튼 한 형사범을 맡은 국선변호인이, 비록 자신의 의뢰인이 분명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거기에 엮인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고자 최선을 다했던 결과로, 이 “미란다”원칙은 국제 사법역사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미란다 원칙은 형사법 전반에 관한 법철학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이 권리에 내재된 헌법수호의 정신은 민주주의 법질서의 기본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판례야말로 잘 만들어진 법이 현대사회 전반에 미치는 엄청난 결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http://blog.naver.com/resjudicata?Redirect=Log&logNo=20089451649>

 

 

류영욱 미국변호사는…
변호사 자격: 뉴욕, 뉴저지, 워싱턴 DC州
연방 변호사 자격: 뉴저지 연방법원, 국제 무역 재판소 (The Court of International T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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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현역제대 (1996)
학사, 서강대학교?(1999)
미시간 주립대 편입, 1년만에 우등졸업, B.A.(2000)
페이스 로스쿨, J.D.(2004)
- 공법학회 장학금(2002)
- 법률보좌 (Legal Fellow), 前 뉴욕주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2003) - 석면보상기금 법안, 국토방위법, 이민개혁법안 및 Native American 지위개선법안등에 참여.
- 회장, 국제법학회 (2003)
- 최우수 토론자상, 국제 형사법 Moot Court 프로그램 (2004)
Assistant Legal Officer, 국제 형사 재판소 (2004-2006)
법학석사, 조지타운 University Law Center (2006 - 2007)
Associate, Morrison & Foerster, LLP (~2008)
Associate, New Tropicana Estates, Inc (現)
정회원, 전미 변호사협회 산하 변호사 윤리 위원회 (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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