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시보 때 신용카드 범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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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시보 때 신용카드 범죄 사건
  • 법률저널
  • 승인 2008.10.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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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


검찰 시보 때 내가 했던 구속 사건 중에서 또 기억에 남는 사건은, 젊은 노숙자인데 일반 지하철역에서 노숙하는 것이 아니라 연세대 강의실 등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이었다. 노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실의 책상 속에서 신용카드나 노트북 등을 훔쳐 돈을 벌기도 했는데, 훔친 신용카드 한 장으로 46곳의 식당이나 여관 등에서 도합 270만원 어치를 긁은 사건이다. 경찰이 보내온 증거자료에 위 46건의 카드거래명세표가 있어 시간, 장소, 상호, 액수, 명목 등이 나와 있으나 꼭 필요한 피해자 이름이 카드 명세표에는 대부분 없었다. 지도검사님께 말씀드리니, 그 46건의 피해자 이름을 되도록 파악해보라는 것이다. 결국 수십 곳의 식당과 여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대표자 이름을 물어보는데, 순순히 알려주는 곳도 있고 안알려주는 곳도 다수 있었다. 검찰이라고 해도 잘 안알려주는 곳이 많았다. 종업원이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이 검찰이라고 해도 함부로 믿을 수 없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전화로 사장님 이름을 알려주기가 매우 꺼려졌을 것이다. 결국 14곳은 못알아내었고 나머지는 알아내어 그 수사를 종결한 적이 있었는데, 몇 시간을(하루 중의 대부분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연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실갱이(?)를 하느라 매우 고생한 날이다. 수사는 이와 같이 단순한 작업이 많은 것 같다.

 

검찰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적용법조인데(검찰 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용법조 결정이다), 이 사건처럼 남의 신용카드를 훔쳐 임의로 사용을 하는 것은 일단 훔치면서 절도죄가 성립하고, 타인의 신용카드를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사기죄와 여신전문금융업법(일명 여전법) 동시 위반이 된다.(여전법은 신용카드 부정사용이 늘면서 새로 신설된 특별법이다. 형법에 내용을 보충해도 되는데 우리 국회와 법무부는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새로운 특별법을 만드는 것을 매우 선호하는데, 그래서 법률 전문가들도 적용 법조가 헷갈릴 때가 많고, 심지어 기존 법조문과 충돌하거나 기존 법조문을 그대로 두어 사문화(死文化)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법률개정의 문제와 관련하여)을 참조.) 신용카드 부정사용이 사기죄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간과하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위 법률개정의 문제를 다른 글을 보면 적용 법조 선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위 사건에서 피고인이 지갑 하나도 훔쳤는데, 그 지갑에 대해서는 피해자 진술조서가 첨부되어 있지 않았고 피해 일시와 장소에 대해 다시 확인을 하기 위해서 피해자를 불러 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 범행 시간과 장소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을 해야 한다. 피해자는 연대를 졸업하고 회사원이 된 상태였고(범행은 수사 1년 전에 발생했다) 일과시간에는 업무상 검찰청에 올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그 사람과 시간을 조정하면서 밤 9시 정도로 늦게 시간을 정해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피해자나 참고인(증인) 등은 피의자가 아니라서 검찰에 의무적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다. 바빠서 못나오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그들을 검찰로 불러내는 것은 ‘요구’나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다. 때로는 까다로운 참고인들을 만나면 조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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