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리포트-연수원 2년차 여름을 마무리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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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리포트-연수원 2년차 여름을 마무리 하며
  • 법률저널
  • 승인 2007.08.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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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규 전문기자 제37기 사법연수생

 

●변호사 실무연수

 

정말 5,6월 두 달 동안 실컷 놀았다. 단 하루 만에 연수원에 제출할 필요한 서류를 모두 구비해내는 나의 스피드는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사실 로펌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법무관으로 가는 나를 로펌에서 컨펌시켜줄 것도 아니고 일을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연수생들이 모두 그렇게 얼렁뚱땅 변호사 시보 생활을 보내는 것 같다. 그래서 두 달이라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연수원에서는 대학원을 다니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등록하고 석사논문을 마무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다. 그래서 법학 석사를 받고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뿌듯한 결과물을 얻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한 날은 로펌 갔다가 일산으로 돌아가는 3호선 지하철에서 출중한 미모의 여성을 발견하고는 정성스레 작업을 넣어 성공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 바람에 한동안 데이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로펌에 출근하는 날에는 미리 약속을 잡아서 서초동에 있는 변호사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요즘 업계의 현황을 듣는 기회도 부지런히 가졌다. 다들 죽겠다고 난리들이었다. 그래도 로스쿨은 하는 것이고 법률시장은 개방되는 것이니 뭐 할 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골프 레슨을 등록하여 열심히 배웠다.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옆구리가 아파서 병원신세를 져야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도 있고 조금씩 늘어가는 실력에 기쁘기도 했다.

 

●전문기관연수

 

7월에는 보름 정도 전문기관연수를 받게 된다. 다양한 전문기관이 있는데 3지망까지 지원을 해서 당첨되는 곳으로 간다. 기간도 천차만별이라 4일하는 곳도 있고 한 달 내도록 하는 곳도 있는데 운이 좋아야 편한 곳으로 갈 수 있다. 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당첨되었다. 뭔지도 모르고 갔는데 결국 첫 날 출근을 하고서야 내가 운이 나쁜 놈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2주 내내 오전, 오후 강의를 듣고 출석 체크도 얼마나 꼼꼼히 하는지 연수원보다 더 혹독한 곳이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사조에 대한 나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전경련의 2주 연수는 신자유주의 경제사조를 강조하는 강의 일색이었다. 나는 도대체 강의를 들을 수 없어 출석 체크만 하고 도망을 나와 마치는 시간에 주차권을 받아갈 때 까지 근처에 있는 친구들을 찾아 다녔다. KBS작가, 신한증권 직원, 다양하게 시간을 보내고 로비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소식이 뜸하던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전경련 부회장과의 간담회

 

마지막 날 오찬을 가진 자리에 내가 앉은 테이블에 전경련 상근 부회장과 연수원의 검찰 교수가 앉았다.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2주 강의가 어떠했는지 연수생들에게 묻는데 다들 도움이 됐다며 거짓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나랑 강의 쓰레기라고 욕을 매일 같이 하던 사람들인데... 그래서 나는 연수생쯤 되면 나이도 그렇고 경제에 관한 가치관도 정립되어 있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강의는 아무 의미가 없고 차라리 토론이나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더 낫지 않겠느냐 라고 말했다. 그런데 부회장이 토론 시간 없었는가라고 물어 보길래 토론시간이 있었는데 11시 50분부터 12시까지여서 토론을 하는 사람은 생매장이 될거라고 대답했다. 토론보다 중요한 것이 밥이 아니겠는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중에 나는 전경련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다. “나는 기업은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한 것이다. “회사가 상장이 되면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고 주주가 소유를 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하며 많은 젊은이들이 피땀을 흘려가면서 일을 한다. 그리고 그 많은 하청업체들도 있지 않는가. 오너가 횡령을 하거나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를 망가트리면 그 고통은 오너만 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분담해야하는 고통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부회장은 말도 않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오너쉽이라는 것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난 “오너쉽이라는 것은 회사를 내 것과 같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지 회사 돈이 내 돈이라는 생각이 오너쉽은 아니다. 두산그룹의 약 260억 횡령에도 집행유예를 받고 다시 임원으로 복귀한 것은 말도 안되고 미국의 엔론 사태를 통해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발전이 없는 사회인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200%부채가 건실한 것이라면 그 돈 다 어디서 나왔겠는가. 그 정도의 사회적 책임감도 없는 이들이 성장위주의 경제 정책을 편 국가의 도움으로 배를 불렸으면 이제는 반성할 줄도 알아야한다. 회사 망가뜨리고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고 주식이 쓰레기가 되면서 엄청난 피해를 많은 이들이 입었다. 그러나 회장님들은 지금 특급 병실에서 구속집행정지, 형집행정지로 행복하게 살고 계시지 않는가. 법조인들도 반성해야한다.”라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 하였다. 공자님 말씀에 見利思義라 했다. 정의로움이 전제되지 않는 이윤의 추구는 부끄러운 일이다.
 

●4학기 시험 준비

연수원의 모든 가치가 성적에 있듯이 연수원이 돌아가는 시스템도 그러하다. 변호사 시보 때부터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한 공부는 전문기관 연수를 마치며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독서실은 다시금 호황을 누렸고 독서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연수생들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후배들에게 이야기한다. 사시 합격하고 나서도 고시생 시절에 하던 것 그대로 하고 사니까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 생활에서 성공하면 또 다시 바쁘고 힘든 관직 생활의 연속이라고...

 

●글을 마치며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비싸고 멋진 옷에 자기를 맞추고 살 것인지 평범해 보이고 소박하지만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을 입고 살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다. 많은 일들을 겪을 때 마다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다. 여기서 답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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