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자격시험의 본질이 지켜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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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격시험의 본질이 지켜지길 바라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5.1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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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기 전, 변호사시험, 넓게는 법조인양성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며 심포지엄 등이 몇 차례 열렸다. 다양한 논의 가운데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방안과 관련해 ‘절대평가제’ 전환에 대한 의견들도 제시됐다.

절대평가제란 일정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합격시키는 방식으로 어떤 전문 분야에 있어서 필요한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자격시험’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인노무사, 세무사, 관세사, 행정사, 공인중개사시험 등이 1차와 2차 모두 과목별 40점, 평균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변리사와 공인회계사는 2차시험에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절대평가제가 자격시험의 본질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들이 있다. 난이도 조절, 즉, 매년 일정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여러 전문자격사시험에서 매년 급격히 변동하는 출제 유형과 널뛰기 난이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전문자격사시험의 지원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여러 전문자격사시험에서 ‘자격시험’의 취지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높은 난도의 출제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치러진 세무사 1차시험 역시 그랬다.

세무사시험은 최근 지원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변호사시험의 전단계로 볼 수 있는 법학적성시험은 물론 전통의 인기 자격시험인 공인회계사시험을 넘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는 지난 4월 1일 기준, 전년대비 6610명이 증가한 2만 3427명이 몰렸다.

일반적인 인식 속의 시험은 지원자가 늘어날수록 경쟁도 치열해진다. 하지만 세무사시험은 일정 점수 이상을 얻으면 합격하는 자격시험이다. 만약 시험이 제대로 ‘자격시험’으로 운영된다면 지원자의 증가는 수험생들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향후 세무사 업계가 더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수험생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수험생들은 지원자가 늘어날수록 시험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절대평가 방식의 시험에서 난도 상승은 곧 불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적어도 올해 세무사 1차시험에서는 수험생들의 예상이 맞았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지난 4일 시험 종료 직후부터 법률저널이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지나치게 높은 난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어떤 과목에서는 시험 취지에 맞지 않는 지엽적인 출제가 문제시됐고 또 다른 과목에서는 시험 시간 내에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준으로 복잡하고 사이즈가 큰 문제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둘 중 어느 것도 자격시험으로서 적절한 출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시험이 어렵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어렵게 출제되는지는 중요하다. 해당 분야의 자격사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물어보는 형태라면 수험생들도 열심히 공부한 게 아깝다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라고 해도 시험 시간의 한계는 지켜져야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 세무사 1차시험에 대한 수험생들의 평가를 보면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었던 것 같다. 수험생들의 생각처럼 1차시험 합격자가 늘어나 2차시험의 운영이나 채점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의도적인 난이도 조정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적어도 시간 내에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준의 문제로 실력이 아닌 찍기 실력이나 운을 검증하는 시험이 돼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이 같은 문제는 올해 세무사 1차시험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자격사시험에서도 왕왕 발생하는 일이다. 수험생들은 합격을 위해 수많은 시간과 지난한 노력,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 이들이 들이는 수고가 아깝거나 억울하지 않도록 시험 주관 기관과 출제자, 채점자 등 관계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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