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옥스퍼드대와 서울대로스쿨 거쳐 5급 공채 법무행정 수석까지, 박진재 변호사가 말하는 합격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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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 옥스퍼드대와 서울대로스쿨 거쳐 5급 공채 법무행정 수석까지, 박진재 변호사가 말하는 합격 비결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4.01.15 17:3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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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재(29)·2023년 5급공채 법무행정직 수석/영국 Charterhouse School 졸/영국 옥스포드대(University of Oxford) 철학·정치·경제(PPE)학부 졸/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서울대 법과대학 박사과정 수료/변호사(변호사시험 10회)
박진재(29)·2023년 5급공채 법무행정직 수석/영국 Charterhouse School 졸/영국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 철학·정치·경제(PPE)학부 졸/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서울대 법과대학 박사과정 수료/변호사(변호사시험 10회)

 

“법학 과목 시험을 위한 공부의 핵심은 ‘강약 조절’”

“창의와 윤리로 국가 발전에 헌신하는 공직자 약속”

I.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2023년 행정고시 법무행정직에 최종 합격한 박진재입니다. 수험기간 동안 행정고시 법무행정직 합격자들의 수기를 여러 번 참고하면서 도움을 얻었기에, 저도 다른 수험생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이 수기를 작성해 봅니다. 특히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합격 후에 행정고시 법무행정직에 도전하시는 수험생분들께(지금까지 법무행정직 합격자들의 수기 중 현직 변호사의 수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공부하시다가 귀국하여 행정고시에 도전하시는 수험생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이 수기를 작성합니다.

II. 기간별 공부과정

1. 수험기간

저는 2021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의 기간 중 각 시험을 앞두고서 특정 기간(후술 예정)에만 행정고시(이하 “행시”)를 위한 공부를 하였습니다. 법학 과목(1차 - 헌법; 2차 - 행정법, 민사소송법, 상법, 민법)들은 2018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을 다니면서 공부를 해 둔 상태였습니다. 또한, 2021년 3월부터 2023년 2월(수료)까지는 대학원 박사과정(전공: 민사소송법)을 다니면서 수험에 유의미한 민사소송법, 민법, 상법을 수업(예컨대 판례연구 강의)에서 조금씩 공부할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2. 2021년 3월~7월

2021년 시험의 경우 변호사시험 응시 후 쉬는 기간에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집에만 머물면서 딱히 할 게 없어서 응시원서를 출원했던 터라 1차 시험 준비는 날림으로 하였습니다. 2021년 3월 6일 1차 시험을 앞두고 하루 좀 넘게 (변시 공부자료이던) 헌법 변시 선택형 기출문제 정지문 책과 헌법 최신판례 자료와 책들을 훑고, 시험 당일 아침에 그리고 시험 당일 쉬는 시간에 시중에 나온 ‘행시 최종 합격생 N인의 5급 PSAT 유형별 기출공략(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의 문제유형별 팁들을 읽고 나서 유형별 대표 문제들만 풀어보고 시험에 임하였습니다.

제가 PSAT과 유사한 LEET(법학적성시험), 수능 국어, MEET·DEET 기출 및 모의고사 문제를 2016~2017년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면서 셀 수 없이 아주 많이 풀어본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이러한 적성시험에서의 성적 향상을 위한 공부(기출문제 풀이 등등)에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행시 1차를 준비하면서는 2021년 이후 3번의 1차 시험들 모두 PSAT 준비는 위에서 언급한 책들 각 최신판으로 문제 유형들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기만 하였고, 매번 1차 시험을 앞두고 잠을 잘 자며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였습니다. 물론, 후술할 바와 같이 헌법 공부는 매번 제대로 하였습니다. PSAT 관련 도움만 당장 필요하시다면 여기서 그만 읽으시고 1차 시험 응시 후에 이 수기를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2021년 1차 시험을 보고 나서 4월 21일 변시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는 대학원 박사과정 수업 과제들 및 예습만 하였었고, 그 이후 6월 초순까지는 박사과정 수업 과제들 및 예습에 시간의 80% 이상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만 행시 공부(행정학)를 하였습니다. 공부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는데, ‘이때 차라리 박사과정 휴학을 하고서 행정고시만 바짝 공부했더라면 2021년에 바로 붙을 수 있지도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지난 2년간 종종 해 본 적이 있습니다.

3. 2021년 11월, 2022년 2월, 4월말∼6월

2021년 11월에 변시 출제범위 최신판례(~2020년 6월 말 선고) 이후에 선고된 법학 과목 판례들을 한 번 정리해두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에는 하루에 (순 공부 시간 기준) 4∼5시간씩 1차 헌법만 공부하였습니다. 2021년 1차 헌법 성적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고, 변시에 응시한 지 1년이 지나서 수험감각이 떨어졌을 것을 우려하여, 그리고 로스쿨 3학년 때와 달리 헌법 최신판례를 몇 달에 걸쳐서 헌법 주관식 답안을 계속 써보며 공부할 기회가 없었기에 이렇게 헌법 공부에만 몰두하였습니다. 2022년 1차 헌법이 매우 어렵게 출제되어서, 이것이 지나고 보니 적절한 전략이었습니다.

2022년 2월 26일 1차 시험 응시 후 4월 말까지는 박사과정 과제 및 예습에 집중하였고, 4월 말부터 집중적으로 2차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돌이켜보니 시작이 좀 늦었습니다. 4월 말부터 6월 15일까지 전년도에 부족했던 특정 과목 하나를 공부하는 데에만 몰두하였고, 나머지 과목들은 남은 10일간 벼락치기로 공부하였는데, 그 나머지 과목 중 한 과목에서 과락을 맞아서 2차 평균 점수가 합격선을 4~5점 넘기고서도 떨어졌습니다. 가을에 박사과정 공부량이 전년도 대비 줄어서 공부할 시간이 더 확보되었지만, 행시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에 수임이 예상되는 대형 민사 송무 사건의 기록을 정리해 가며 읽었고, 마음을 다잡아 보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2022년 9월부터 12월까지는 제 인생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입니다.

4. 2023년 1월말∼6월

2023년 1월 말부터 3월 4일까지는 헌법 공부에만 몰두하였습니다. 헌법 통치구조 부문에서 2021년, 2022년에 다량 실점을 하였기에 5급 공채용 헌법 기본교재를 사서 통치구조의 세세한 부분들을 공부하였고, 헌법 최신 중요판례 교재를 사서 천천히 2∼3회독을 하였습니다. 덕분에 넉넉한 성적으로 1차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3월 5일부터 17일까지는 행시 때문이 아니라 박사과정 논문제출자격시험 때문에 민사소송법 공부에만 몰두하였습니다. 전원열 저 ‘민사소송법 강의’를 1.5회독하며 중요한 문구들(판례에 설시된 핵심 문장들)을 백지에 써보았습니다.

4월 4일에 다시 2차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였는데, 4월 26일까지는 대형 민사 송무 사건의 준비서면 작성을 병행하느라 ‘몰입’을 수반한 공부는 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4월 초순부터 6월 초순까지 격주로 펜을 잡을 수 없을 정도 오른손이 아파서 필기를 줄이고, 전보다 암기량을 늘려가며 공부하였습니다(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5월 15일부터는 아무도 안 만나면서 2차 공부에만 몰두하였습니다. 6월 초부터는 공포감에 휩싸여서 매주 4∼5일 정도는 새벽 2∼3시까지 공부하다가 잠들었습니다(기상 시간은 매일 오전 8시 20분으로 거의 같았습니다).

저는 수면을 중요시하고, 시험 기간에는 평소보다 더 자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로스쿨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모든 시험 기간에는 항상 매일 최소 7시간씩은 잤는데, 2023년 6월 28일 2차 민법 시험을 앞두고서는 공부량이 부족한 것 같아 6시간만 잤고, 6월 29일 행정학 시험을 앞두고서는 ‘아는 게 없다’라는 공포감에 4시간 40분만 잤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과목의 성적이 괜찮을 수 있었던 것은 휴대전화 메모장에 ‘Sleep Diary’를 만들어서 수험기간 내내 매일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적어 두며 총 수면시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해 온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5. 2023년 9월 18일∼2023년 10월 11일

2차 합격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9월 17일 오후 6시에 인사혁신처의 ‘...확인바랍니다.’ 문자를 받고 난 후부터 3차 시험을 급히 준비했습니다. 5∼6월처럼 시간을 따로 빼둔 것이 아니어서 다른 업무들과 3차 시험 준비를 병행해야 했기에 면접 스터디는 못 했습니다. 대신 인사혁신처장의 2023년 9월 18일자 면접시험 관련 공고를 꼼꼼하게 읽었고, 공무원 헌장/공무원 행동강령(법무행정직렬 주요 근무 예정 부처의 행동강령 포함)을 공부하였으며, 법무행정직렬 주요 근무 예정 부처의 2023년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를 여러 차례 읽어보며 공부하였습니다. 이런 업무보고 자료들이 3차 시험 각 과제의 답안 작성 관련 최고의 모범답안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학원의 면접특강(인터넷 강의)을 1.6~1.8배속으로 한 번 들었습니다.

 

III. 공부방법, 답안작성방법 관련 (법무행정) 수험생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0. 서론

법무행정 직렬의 경우 행정학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들(행정법, 민사소송법, 민법, 선택법 - 저의 경우 상법)이 전부 법학 과목입니다. 법학 과목들에 공통되는 공부 방법, 테크닉 등이 있어 동어반복을 피하고자 과목별로 공부 방법을 말씀드리지 않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을 묶어서 아래에 서술합니다.

1. 2차 시험 답안 작성: 배점에 따른 시간 배분이 지켜지도록 조심합시다.

저는 2차 시험에서 각 과목의 시험이 시작되면 문제지를 훑으면서 답안지에 각 문제의 배점에 따라 공백을 만들어서 문제번호를 미리 기재하였습니다. 예컨대 1문의1 15점, 1문의2 10점, 1문의3 15점이라면, 답안지 맨 앞장에 “1문의1”을 쓰고 나서 대략 1.5면 정도의 공백을 남긴 후 “1문의2”를 쓰고(대략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답안지 첫 면만 나머지 9면 대비 약간 짧기 때문임), 또 1면의 공백을 남긴 후 “1문의3”을 쓰고, 그다음에 1.5면의 공백을 남기는 식으로 답안지의 문제에 따른 구역을 다 나누고 나서 제가 기분 내키는 대로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이렇게 해야 10점짜리 문제에서 20∼25분을 쓰는 등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10점짜리 문제에서 아무리 최고의 답안을 써 봤자 받을 수 있는 점수는 최대 10점입니다. 따라서 시간은 철저하게 배점에 맞추어 쓰여야 하고, 모르는 문제가 나오더라도 그 문항에 대해 백지 답안(‘통백’)을 써내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채점자가 답안에서 조금이라도 타당한 부분을 찾아 점수를 2∼3점이라도 줄 여지가 생깁니다. 그리고 법 과목의 경우 문항 배점의 첫 30∼50%를 득점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나머지 50∼70%를 득점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 대비 짧습니다. 경제학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듯이 법학 서술형 시험 답안에도 ‘한계 득점 체감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2. 법학 과목 시험을 위한 공부의 핵심은 ‘강약 조절’입니다. 이걸 잘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똑똑하신 분들의 머리를 빌려야 합니다.

필수과목인 행정법, 민사소송법, 민법 그리고 제가 택했던 선택과목인 상법, 네 과목 모두 서술형 시험 준비를 위해 공부하려면 공부할 수 있는 양이 엄청 많습니다. 네 과목 시험 출제범위 관련 판례는 총 수만여 개가 있고, 대법원에서 매년 최신판례가 수백 수천 개씩 쏟아져 나옵니다. 이와 더불어 각 법에서 문제 되는 세세한 논점에 대해 법학자들의 견해는 네 갈래, 다섯 갈래로 나뉩니다. 이 모든 것을 다 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그러려다가 수험기간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법학 과목들은 공부할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시간을 아껴야 합니다. 중요한 부분들에는 시간을 많이 쓰며 심도 있게 공부하고(‘강’), 덜 중요한 부분들에는 과감하게 시간을 쓰지 말거나 최소한의 시간만 쓰면서 공부해야 합니다(‘약’). 수험서를 읽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각 과목의 잘 써진 교수 저 교과서들을 읽어야 합니다. 강사는 자신이 ‘놓친’ 판례가 시험에 출제되면 강사에게 타격이 있을 수 있기에, 강사 저 수험교재에는 정말 지엽적이고 웬만하면 출제될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판례들까지 모두 수록되어 있습니다. 강사의 강의를 예비순환부터 N순환까지 꼼꼼히 듣는다면 그 수험교재에 수록된 모든 내용의 각기 다른 중요도를 파악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수반합니다. 하지만 교수 저 교과서와 교재들은 중요한 내용만 짚고 넘어갑니다. 또한 교수님들은 학회지 논문들을 쓰면서 해당 과목의 각 주제에 관한 논리적 체계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하기에 교과서 및 교재를 서술하면서도 논리적 체계를 잡는 데에 중점을 두십니다. 따라서 각 법 과목에 대한 강약 조절이 제일 잘 되어 있고 논리적 체계가 제일 잡혀있는 것은 교수 저 교과서와 교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2차 각 과목을 공부하면서 사용한 교과서, 교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정법

김동희·최계영, 행정법 1(제27판) - ‘행정소송법’에 관한 마지막 100페이지 가량은 행정법 공부 시작 전 행정법 체계를 이해하는 데에 최고의 자료입니다.

김동희, 행정법 2(제26판)

정선균, 행정법 강해(제11판)

정선균, 행정법 5개년 최신판례(2022년판)

민법 + 민사소송법

사법발전재단, 2023년도 법학전문대학원 민사재판실무 I – 후반부에 ‘요건사실론’ 수록; 각주의 최신판례들은 행시 2차 시험에 출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원열, 민사소송법 강의(제3판) - 민사소송법 전체에 관한 체계를 잘 잡아주며, 가독성이 높습니다.

호문혁, 민사소송법(제14판) - 가독성이 높으며, 법학 과목 답안의 ‘검토’를 잘 쓰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과서입니다.

이시윤, 신민사소송법(제15판) - 세세한 소수 학설까지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이시윤·조관행·이원석, 판례해설 민사소송법(제4판) - 주요 판례를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 책입니다.

양창수·김형석, 민법3: 권리의 보전과 담보(제4판) - 민법상 각종 삼각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최적화된

책입니다.

양창수·권영준, 민법2: 권리의 변동과 구제(제4판)

양창수·김재형, 민법1: 계약법(제2판)

윤진수, 민법기본판례(제2판)

권영준, 민법판례연구 I·II

상법

송옥렬, 상법강의(제9판) - 로스쿨 2학년에 이 책으로 회사법을 이해한 후 이후 주요 판례변경 등이 있을 때마다 이 책에 가필하였습니다.

김선광·심영·유주선·천경훈·최병규, 상법요해(제5~7판)

행정학

유민봉, 한국행정학(제7판) - 초심자에게 최고의 개론서입니다.

박순애, 다시 보는 행정학 - 짧은 시간에 행정학 전체를 체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박경효, 재미있는 행정학(제5판)

박순애 등 편저, 다시 읽고 싶은 한국행정학 좋은 논문(총 5권).

판례를 잘 공부하려면 판사님들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약간이라도 중요한 판례들은 소위 ‘연수원 자료’인 ‘(시험응시)년도 법학전문대학원 민사재판실무 I’에 다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판례에 관한 한 강약 조절의 시작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판례(주로 전원합의체 판례)들은 대법원 공보연구관실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이 자료는 거의 항상 ‘사안의 개요/대법원의 판단/판결의 의의’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시험 하루 전, 시험 당일 아침에 보기에도 적합할 정도로 가독성이 높습니다.

또한 매해 봄철에 나오는 법률신문 ‘(전년도) 중요판례평석’을 주시해야 합니다. 전술한 대법원 보도자료 판례들보다 덜 중요한 판례들도 여기에 종종 수록되지만, 그러한 판례들만 해도 출제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기에 이 평석이 중요합니다. 제 세 번의 2차 시험 경험상 민법, 민사소송법, 상법(=회사법+보험법+상거래법+어음·수표법)의 경우 최근 5개년 각 법의 ‘중요판례평석’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2차 시험에서 내는 문제의 70% 이상은 “아는 판례”에 관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3. 행정학: 이론에 대한 이해를 마쳤으면, 그 이론에 관한 설명·비판을 뒷받침할 사례는 직접 찾으려고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행시 2차 행정학은 문제가 묻는 행정학 이론을 잘 설명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반, 이를 위해 좋은 사례를 잘 골라 쓰는 것이 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론에 대한 설명·비판은 신림동 행정학 교수·강사에게서 배우든, 행정대학원에서 배우든 어디서든 배워서 핵심 부분을 답안지에 잘 서술하시면 될 듯싶습니다. 이론에 관한 한, 저는 특정 신림동 교수님의 2022년도 대비 예비순환과 1순환 강의를 2022년 4~6월과 2023년 6월 며칠만 인터넷 강의로 수강하였고, 항상 시험 직전에는 그 교수님 판서 출력물만 보며 이를 달달 외웠습니다.

사례 골라 쓰는 것은 교수·강사가 알려준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행정학 답안지를 채점하실 교수님 관점에서 생각해 보건대, 수백 명의 답안지에서 - 예컨대 - ‘김해 대포천’ 문구를 보는 순간 ‘또?’라는 생각을 분명히 밝히실 거라 봅니다. 행정학 이론들을 설명하고 비판하는 데에 쓸 새로운 사례들은 매일 생기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언론의 뉴스 보도에서, 정부 부처 보도자료에서 행정학 이론 및 그에 대한 비판을 각각 뒷받침할 사례를 찾아 두실 것을 권합니다. 이 점에 있어 저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이메일 소식지를 챙겨 봤고, 행정대학원에서 교내 구성원들에게 돌리는 (스팸)메일들을 챙겨 보며 행시 2차 행정학에 ‘쓸 만한’ 것들을 추려내어 읽고 기억해 두었습니다. 또한 각 언론사 사회부 기자들이 정책 실패·성공 사례에 관하여 심도 있게 보도하는 것을 접하게 되면 이를 꼭 정독하고, 해당 기사 링크를 저장해 두었다가 그 기사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2023년 행정학 답안에서 서술한 사례들은 거의 다 위와 같이 저 스스로 ‘발굴’ 해낸 사례들이었고, 이러한 것이 제가 더 득점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4. 시간 관리와 상황 관리가 - 특히 시험 직전 기간에 - 중요합니다.

위 II.를 읽어보시면 알 수 있듯이, 전형적인 타 행시 수험생 대비 제가 수험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이에 더해 저는 2022년 4~6월에 공부하면서 한 과목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나머지 과목 중 한 과목 과락의 쓴맛을 보았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는 공부 시간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하고자 순 공부 시간-장부(이하 “timesheet”)를 관리하며 공부하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순 공부 시간이란, 화장실 가거나 카톡·문자·이메일을 확인하는 데에 들인 시간을 제외한, 정말 공부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2020년에 2021년 제10회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하던 때에는 휴대전화의 ‘열정을 품은 타이머(열품타)’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1) 그 앱을 사용할 당시 랭킹 유지를 위해 자기 공부 시간을 부풀리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보며 제 마음 관리를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기에, 그리고 (2) 2023년 행시는 제가 마지막으로 볼 행시였기에 최선을 다하고자 휴대전화 자체를 멀리하고 싶었기에, 저는 제 종이 수첩을 ‘timesheet’로 활용하였습니다. 6분을 0.1시간으로 계산하여 “행정법 0.7+1.1=1.8//lunch//+0.4+0.8+0.5+1.1+1.3+0.8+0.7=7.4//dinner//+0.9+2.7 =11.0" 식으로 시간을 기재하며 공부하였습니다. 이 timesheet 덕분에 계속 어느 과목에 투입된 누적 총시간이 몇 시간인지 보며 특정 과목 집중 공부로 인해 타 과목 공부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또 시험 직전에 객관적으로 제가 어느 과목 공부가 제일 부족하였는지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A4 용지 한 장을 가로로 두고 한쪽 면에 다섯 칸을 나누어 각 과목과 관련된 모든 교재와 자료 목록을 써두고, 한 교재/자료를 일독하거나 완전히 이해하였을 때마다 그 종이에 표시해 나갔습니다. 저는 이 종이를 제 ‘상황판(Dashboard)’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이 종이 덕분에 - 특히 시험 직전에 - 제가 특정 자료나 교재를 까먹고 안 읽어보게 되는 일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5. 행정법 공부를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제 행정법 실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제가 행시 2차 시험 성적표를 3번 받아들면서 매번 한 생각은 ‘변호사시험 행정법보다 행시 행정법이 훨씬 더 어렵다’입니다. 이론상(+아마 실제로도 그럴 겁니다), 변호사시험 행정법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가 나온다면, 전국의 수많은 변시 응시생들이 원점수 상 다 같이 득점을 적게 하는 답안을 쓰더라도 이러한 원점수를 표준점수로 변환하고 나면 이러한 응시생들이 다 같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그 덕분에 과락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행시 2차는 원점수가 그대로 최종점수가 되어 버리므로, 행정법·행정학에서 어려운 문제가 나온다면 무더기 과락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체감상 행정법 채점이 제일 엄격합니다. 모든 법 과목 ‘실력’ 수준이 같다면, 2차 시험 타 법과목 성적 - 약 15점 = 2차 행정법 성적인 것 같습니다. 즉, 2차 행정법 50점 받을 정도의 실력이면 2차 타 법과목에서 65점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행정법에서 득점하는 것은 타 과목 대비 어렵고, 과락을 조심할 필요가 더 크기에, 로스쿨을 졸업하신 변호사이든 변호사가 아니든 2차 행정법 준비에 타 과목 대비 조금은 더 신경 쓰시기를 바랍니다.

6. 채점자를 배려해 주십시오: 2차 답안 문장을 읽기 쉽게 쓰시고, 글씨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1년 11월, 로스쿨에서 로스쿨 1학년생들을 위한 민사소송법 답안 클리닉( clinic)을 운영하는 펠로우(Fellow)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 펠로우를 하면서 깨달은 점은, ‘(1) 답안 문장이 길고 앞뒤가 안 맞으면, 그리고 (2) 글씨의 가독성이 떨어지면, 채점자는 답안을 읽으면서 짜증이 날 수 있고 이러한 짜증이 채점 결과에도 약간의 영향을 줄 수 있다’라는 점입니다. ‘민사소송법은... (~~~~하여)...이러한 청구를 하였다’와 같은 문장이 (1)과 같은 문제점을 가진 문장의 예입니다. ‘민사소송법’이 자연인도, 법인도, 무슨 단체도 아닌데 어떻게 무슨 청구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시험 중에 답안을 쓰다 보면, 그리고 긴 문장을 쓰다 보면,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문장을 쓰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점들을 깨닫고 난 후 2022년과 2023년 두 번의 2차 시험 모두 답안 작성 시에 답안 문장을 길지 않게 하며 앞뒤가 맞도록 주의하였고, 저는 원래 국문을 빨리 작성할 때 약간 악필이지만 최선을 다해 깨끗이(가독성 높게) 쓰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제가 직렬 수석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IV. 나가며

제가 감사 인사 연락을 드릴 수 있는 분들께는 감사 인사를 드렸거나 드릴 예정입니다. 여기서는 제가 일일이 연락을 드릴 수 없는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영국으로 유학을 하여서 대학교 학부를 마칠 때까지 10년을 영국에서 영어로만 공부하고 생활하였습니다. 그 기간 계속 우리나라 언론사의 기사들과 사설들을 각 언론사의 웹사이트나 네이버 뉴스를 통해 읽었고, 국문으로 된 역사·경제학·정치학·사회학·경영학책들을 사서 읽었는데, 이 두 가지 덕분에 제가 국어를 잊지 않아 대한민국에 돌아와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 돌아와서 공부할 수 있었기에 제가 변호사도 될 수 있었고, 행시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제가 읽은 국문 책들을 써 주신 교수님들, 기업인들, 퇴직 공직자들, 작가들께, 그리고 언론의 기사·사설들을 써 주신 기자·칼럼니스트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 제 나이가 29.7세인데, 지난 29.7년 동안 영문으로든, 국문으로든 시험을 참 많이 보았고, 특히 긴 시간 동안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서술형 시험을 많이 보았습니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도움이 되는 좋은 책들을 열심히 읽는다면, 큰 시험(우리나라 대학 입시 제외)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사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답안을 작성하여 그 채점 결과에 따라 직접적으로 당락이 갈리는 시험은 제 인생에서 2023년 행시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시험에서 제 평생 처음으로 수석을 해 보게 되어 기쁩니다. 이 영예를 평생 감사히 여기면서, 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행정에서의 창의와 혁신을 도모하고,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윤리를 엄격히 지키며, 책임감을 느끼고 늘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공감하고, 대한민국 발전에 열정적으로 헌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진재(29)·2023년 5급공채 법무행정직 수석/영국 Charterhouse School 졸/영국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 철학·정치·경제(PPE)학부 졸/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서울대 법과대학 박사과정 수료/변호사(변호사시험 10회)

편집자 註: 영국 옥스퍼드대는 영국 정계 진출의 등용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10월 취임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포함해 영국의 역대 총리 57명 가운데 옥스퍼드대 출신은 30명에 달한다. 1940년 이후 취임한 총리 17명 중 13명이 옥스퍼드대 출신이었고, 2010년 이후 취임한 총리 5명은 전부 옥스퍼드대 출신이다.

옥스퍼드대의 철학·정치학·경제학(PPE) 프로그램은 영국 정계 진출의 중요한 통로로 여겨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프랑스의 국립행정학교(ENA)와 비교될 정도로 영국 정계 및 언론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출신 영국 총리 중 상당수가 PPE 전공자로, 리시 수낵 현 총리와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전 재무장관 출신 하원의원 리시 수낙도 PPE 출신이다.

1920년에 시작된 PPE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철학, 정치학, 경제학의 세 가지 분야를 통합적으로 공부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관점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3년간의 학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다각도에서 해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정치인 및 관료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배경은 옥스퍼드대 PPE 졸업생들이 영국 정계와 언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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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로인 2024-01-27 14:21:41
김앤장 가시는거 아니죠..?

지나가던 변호사 2024-01-16 19:09:15
계속 지나가겠습니다..

성준 2024-01-16 10:19:25
이런 사람도 있구나 ㄷㄷ 진짜 말도 안되는 괴물이네

ㄷㄷ 2024-01-16 09:09:28
수재위에 천재있고 천재위에 진재있네

사람이 아니무니다 2024-01-15 23:46:24
ㄷㄷ 내가 맨날 상상만 했던 게 현실로.. 정말 가능한 일이구나 ㅠㅠ 게다가 남성분이신데 20대에 저렇게 됐다는게 너무 대단하시네요.. 진짜 이런분들상대로 군문제로 2년 잡아먹는거 너무 아까워요ㅠㅠ
국가를 위해서 힘써주세요!! 얼굴형도 이쁘셔서 얼굴도 스타일링 좀만 하시면 훈훈하실 거 같네요^^ 1등 사윗감이신듯 부모님이 어깨뽕 5개씩은 들어가실 거 같아요 ㅋㅋ 너무 대단하고 부럽네요
와.. 서울대 로스쿨, 5급 수석합격.. 진짜..(말잇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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