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로 법학부, 예비시험 아니면 로스쿨 법학평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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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기로 법학부, 예비시험 아니면 로스쿨 법학평가라도...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3.08.28 18:39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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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목적 상실→신입생 감소→구조조정→법학연구자 소멸
“로스쿨은 퇴로가 없고 법과대는 예비시험조차 없이 방치”
법과대 교수들 “예비시험, 로스쿨 입시 법학평가 등” 주문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수업을 듣고 학점을 잘 받는 것 이상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 사법시험 시대와 크게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법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학교수업과 무관하게 주요과목의 수준을 항상 높게 유지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학교시험이 없는 기간에도 주요 전공과목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였고, 그것이 법학전공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덕목이었는데, 이제는 학교의 중간, 기말고사 시즌에만 공부해서 학점을 받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적성시험 공부에 투자해야 하는 이상한 전공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학생으로부터 ‘이것을 학기 끝나고도 계속 알아야 하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과대학 학장)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범과 2017년 사법시험 폐지로 반세기 이상 법학인력을 양성해온 법과대학(법학부·법학과)이 폐과 등의 구조조정 1순위가 되면서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법학마저 사실상 말라 죽는다는 위기 속에서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을 도입하거나 로스쿨 입시에서 법과대학 출신들에게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대신 법학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지난 23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과 사단법인 전국법과대학교수회가 법학전문대학원 출범 15주년을 맞아 광화문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개최한 “법학교육의 위기, 이대로 좋은가?”라는 공동 학술회의의 라운드테이블에서 법과대학 교수들은 이같은 주장들을 쏟아냈다.

먼저, 안경봉 국민대 법학대학 교수(법학연구소장)는 ‘학부법과대학 법학교육의 현주소와 개선방향’이란 주제를 통해 법과대학 및 교수 위상 추락, 법과대학 입학생들의 수 감소 및 수준 저하, 법과대학의 폐과 등 로스쿨 도입 시 예측했던 법과대학의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를 방증하듯, 금년도 시행 제1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학부 법학전공자의 비율은 불과 19.6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공무원시험, 변리사시험 등 변호사 이외의 법률수요에 대비하는 방안 △로스쿨에의 진학준비를 시키는 방안 △법과대학이 순수 이론법학으로 남는 방안 △교양법학을 가르치는 방안 등 법학계에서 화두가 되는 법과대학 진로에 관한 다양한 대안들을 소개했다.

다만 그는 법과대학의 수험학원화와 교육의 황폐화, 교양학부 내지 교양대학으로의 편입화 등의 우려를 들어 소극적인 견해를 표했다.

대신 △법적 사고력 증진 및 표현능력 제고를 위한 교과과정 개발과 인접학문·융학과목으로 확장성 모색 △사례, 문제 중심학습으로의 교수법 개발 △로스쿨과 법과대학의 연계 프로그램 개발 등과 같은 자생적 경쟁력 확보 방안들을 제안했다.
 

지난 23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과 사단법인 전국법과대학교수회가 법학전문대학원 출범 15주년을 맞아 개최한 “법학교육의 위기, 이대로 좋은가?”라는 공동 학술회의장에서는 법학교육 위기 극복 대안으로 예비시험 등 도입 등이 제시됐다.
지난 23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과 사단법인 전국법과대학교수회가 법학전문대학원 출범 15주년을 맞아 개최한 “법학교육의 위기, 이대로 좋은가?”라는 공동 학술회의에서 법과대학 교수들은 법학교육 위기 극복 대안으로 예비시험 도입 등을 제시됐다.

강봉석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법과대학장)는 로스쿨 진학에서 법학전공자에 대한 이점이 없어 법학학부생이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법학과가 경찰학과 등으로 전환하고 있고 또 법학 연구인력과 학문후속세대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진단했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과 학부법학의 병존을 선택하고 예비시험제도도 채택했지만 한국은 로스쿨 인가대학에 학부법학과를 없앰으로써 로스쿨 제도가 퇴로 없이 직진할 수밖에 없도록 했고 비로스쿨 법대에는 예비시험 도입 등의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이다.

강 교수는 대안으로 로스쿨 입시에서 법학전공자들에게는 법학 지식을 평가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학부 법대에서 법학 소양 및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 것인지, 또 일부 대학에서 리트 대비를 위한 과목을 개설해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라며 “법학을 4년간 배운 법대생에게 리트를 보게 해 로스쿨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모순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법대 졸업생에 대한 예비시험 제도 도입이 더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로스쿨 입시에서 법학전공자에게 일정비율 할당을 배정하는 방안, 각종 자격증시험이나 공무원시험에 다수의 법학과목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법과대학장)는 “과거 사법시험은 법과대학의 목표와 기준이 되었지만 이젠 법학도들이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로스쿨에 진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 법과대학의 무너진 법학교육의 현실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작, 로스쿨 입시에 그동안 법학을 충실히 공부했는지가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리트를 평가하다 보니 법과대학의 교육은 큰 목표를 상실한 상황”이라며 “수년간 법학을 공부한 학생들에게 새삼스레 법학적성을 파악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과대학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 실현이 어려울 사법시험 부활보다는 로스쿨 입시에서 법학전공자에게는 리트가 아닌 법학시험을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로스쿨 입시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여전하다. 법학과목으로 시험을 본다면 어느 대학 출신인지와 관계없이 응시자의 실력만으로 경쟁하게 된다”며 “공정한 경쟁은 실제로 실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유주성 창원대 법학과 교수(학과장) 역시 참담한 법학부의 현실을 전했다. 유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방대에서는 취업이 잘되고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학과를 위해 법학과를 폐지하거나 신임교수를 충원하지 않는 등 사실상 ‘고사’시키고 있다”며 “생존의 기로‘에 놓인 법학과 혹은 법학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에 관해 정책적 고민과 실현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 교양 법학, 시민 법률 교육 프로그램, 타전공과 연계한 융복합법학 개발 등 시대변화에 따른 법학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등은 차치하더라고, 현실적으로 순수하게 법학을 공부한 학생이 계속 직업적 연구자로 살아남아 있을 수 있는 토양 마련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각 대학에서 산발적으로 운영하는 법학연구소를 국가차원에서 통합해 지원하는 방법 또는 법학으로 학부, 석사, 박사학위까지 한 연구자들에게 로스쿨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기회를 부여하거나 로스쿨 과정 2~3년차에 자동으로 편입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한편 유 교수는 현재 경상남도에서 추진 중인 ‘경남 로스쿨’ 설립의 당위성을 전하며 “대학, 지역균형발전, 지역산업 규모에 맞는 로스쿨 설치 학교 수와 입학정원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시험 위주로 선발하던 것에서 교육 위주로 전문법조인을 양성한다던 로스쿨 제도의 창대한 미래가 현재는 고비용의 ‘현대판 음서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로스쿨 제도에 불만을 가진 일부 시민들의 편협한 주장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제도로 인해 시민사회가 더욱 양질의 법조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게 됐는지, 법조인들은 갈고닦은 학문에 실무능력을 겸비하여 전문법조인이 됐는지, 대학의 법학은 더욱 발전하게 됐는지, 고시낭인은 모두 사라지고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게 되었는지 반문해 보자고 했다.

그는 “로스쿨이 시행되면서 전국의 법과대학 및 법학과가 사라지고 법학을 전업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사라지고 있다”며 “법학 관련 학회에서는 신진학자들이 유입되지 않고 학생들은 법학을 학문으로써 공부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현실을 우려했다.

그는 “의학, 약학전문대학원 제도도 폐지되고 있지만 로스쿨 제도는 여전히 건재하며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것이 법조인이 되기 위한 관문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게 된 상황”이라며 “법학과가 없는 미국이라면 몰라도 대륙법계 및 법학과의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에 맞는 옷을 입고 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 교수는 “지금도 법조인을 꿈꾸고, 법학도를 꿈꾸고 있는 미래세대들에게 소멸하는 법학이 아닌 발전하는 법학을 물려주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무”라면서 로스쿨 제도만이 아닌 미래의 법학을 위한 제도개선 등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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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3-09-02 13:29:32
비인가 법대교수들의 공허한 외침

ㅁㅁ 2023-09-01 10:09:04
사시시절에도 법대는 도움이 안되는 학과였는데

ㅇㅇ 2023-08-30 10:08:55
실무경험도 없는 교수들이 개꿈꾸는 소리를 듣고싶은 학생이 있음?

적성시험 존재이유 2023-08-30 00:46:07
적성시험 치는 이유가 다양한 전공 출신들을 뽑아 본인들이 전공한 분야의 전문변호사 양성을 위한 것인데 이 취지가 실현 안 되고 있는데 대체 왜 적성시험을 보나요? 변시하고 리트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기본3법 시험을 실시한다면 이 시험은 변시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과연 어느 것이 진정 법학적성시험이고 부진정 법학적성시험일까요?

ㅇㅇ 2023-08-28 23:39:52
그렇다면 법대생들도 법학과는 관련없는 리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인가... 법대 졸업자는 헌민형으로 로스쿨입시를 치르던지 해야지... 한국에서 로스쿨은 진짜 실패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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