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학적성시험에 있어 ‘선지 간 간섭’ 활용법의 중요성과 그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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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학적성시험에 있어 ‘선지 간 간섭’ 활용법의 중요성과 그 예시
  • 여성곤
  • 승인 2023.06.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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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곤 법률저널LEET적성시험연구소장
여성곤
법률저널LEET적성시험연구소장

지난 회차에 이어 LEET 출제의 구성원리, 학습방향 제안 등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법학적성시험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선지 간 간섭’ 활용법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1. ‘선지 간 간섭’이란?

2023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시행결과 보도자료를 인용해봅니다. 법학적성시험의 출제 기본 방향에 있어 아래와 같은 ‘출제 시 유의점’을 볼 수 있습니다.

○ 다른 문항과의 간섭이나 답지 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변별력을 확보하도록 문항과 답지를 설계하였다.

바로 이 ‘다른 문항과의 간섭이나 답지 간의 간섭’ 중 후자 즉 답지 간의 간섭을 ‘선지 간 간섭’이라고 통칭합니다(한편 전자에 대해서 즉 다른 문항과의 간섭을 일컬어 ‘문제 간 간섭’이라 합니다).

이러한 출제기조는 출제기관에서 매회 강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험생의 입장에서 실제 문제를 풀이할 때에는 이런 부분들을 형해화, 무효화 할 수 있는 나름의 풀이기법이 가능합니다.

또한 위의 사항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출제자의 입장에서 선지 간 간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아예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자인한다는 것을 함의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너무 이에 의지해서는 안 되겠지만, 객관식 시험의 특성상 어느 정도 실전기법으로는 통용 가능함을 염두에 두면서 아래의 내용을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어이해 문제를 풀기 위한 대전제는 누가 뭐라 해도 글 전반에 대한 조망과 세부적인 이해일 것이며, 이것을 기반으로 각 선지를 판단해서 적절한가 그렇지 않은가의 여부를 확인하여 정답을 고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선지 간 간섭’은 이를 완전히 역행하는 풀이법이므로, 이하에 수록된 내용에 대한 일정한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아 이거 신박하네’라는 지적 호기심이 들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입니다.

이하에서는 언어이해와 관련한 예제 몇 개를 살펴보고, 이어서 추리논증과 관련한 예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언어이해에 있어 ‘선지 간 간섭’ 활용 예제

먼저 기출문제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근대적 의미의 고고학이 시작된 이래, 고고학자들은 수집과 발굴 조사를 거쳐 유물들을 분류하고, 유물들 사이의 시공간적 관계와 그 변화 과정을 추정하여, 이를 과거 인간의 행위와 관련지어 해석하려 했다. 이때, 유물 분류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보아 ‘유형론’과 ‘개체군론’으로 나눌 수 있다.

초기 고고학 연구를 주도하며 기본적인 분류 체계를 세운 이들은 유형론자들이다. 이들은 분류를 위해 먼저 유물이 가지고 있는 인지 가능한 형태적 특질을 검토하여 그룹을 짓는다. ‘형식’이라는 용어로 개념화되는 본질적이고 형태적인 특징, 혹은 중심적 경향을 찾으면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유형’이 만들어진다. 이 작업은 특정한 하나의 형식을 공통적으로 가진 여러 유물 가운데, 원형이 되는 유물을 확인하고 이 유물을 이상적인 기준으로 삼아 다른 유물들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각각의 유형 안에는 개별 유물 간의 차이, 즉 ‘변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새 유형을 설정할 수 있을 정도로 본질적이라고 판단되지 않는 한, 유형론자들은 그것을 편차 정도로만 인식하여 설명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들은 유물의 모든 변화를 한 유형에서 다른 유형으로 바뀌는 ‘변환’이라고 인식한다. 이러한 관점은 유형의 구분, 유형 사이의 경계 설정 및 순서 지움을 통해 시간적 연쇄나 뚜렷한 문화적․공간적 경계를 가진 집단을 구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그렇지만 실제 관찰되는 개별 유물의 형태 변화는 연속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유형론자들은 유형의 변화를 단속적이라고 파악하여 자체적이고 내부적인 진화의 과정에 대한 고려를 배제한 채, 외부로부터의 유입이나 새로운 발명 등의 요인으로만 설명하려고 하였다. 더구나 유형론적 접근 방식을 취할 경우 발굴 조사된 유물들 사이의 상사성과 상이성만을 단순 비교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고고학자들은 또 다른 시각에서 유물분류를 시도하였다. 이것이 개체군론적 사고에 의한 방식이다. 개체군론자들은 유물의 본질적 특징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니며, 중심적인 경향 또한 경험적 관찰의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중심적인 경향은 유물의 수와 기준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들은 유형이 유물 자체에 고유한 본질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을 통해 추론된 것이며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목적에 따라 고안한 도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존재하는 것은 사물의 상태를 의미하는 현상과 변이뿐이라는 것이다. 개체군론자들에 따르면 특정한 유형 내에서 그 유형을 대표할 수 있는 형식의 유물, 즉 원형은 실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변이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 변이는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최초로 등장한 이후 점차적으로 많아지다가 서서히 소멸해간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변화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고 파악한다. 즉 변이의 빈도는 시공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변화는 변이들이 시공간에 따라 얼마나 분포되어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아 그러한 변이들의 빈도 변화와 특정 변이들의 차별적인 지속을 강조한다. 개체군론자들은 이러한 변이의 빈도 변화와 차별적인 지속을 ‘유동성’과 ‘선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유동성은 하나의 유물군 내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이들을 가진 유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변이들의 빈도에서 무작위적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선택은 그러한 변이들 가운데 특정 환경에 잘 적응한 변이들이 그렇지 못한 변이들에 비해 양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가 실제 조사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고학자들은 새로운 유물들이 발견되었을 경우, 그 중 일부에 대한 직접적 관찰을 통해 형태적 특징을 파악하고 기존의 사례를 검토하여 유형의 배정이나 설정에 필요한 중요 속성들을 선별한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유물들이 그러한 중요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다시 관찰하여 속성의 유무에 따라 분류하고 이에 따라 유형을 배정 또는 설정한다. 이때 유형이 둘 이상이라면, 확인된 복수의 유형들을 일단 시공간적으로 배열하여 그 의미의 해석을 시도한다. 여기서 만약 연구자가 대상 유물들의 시간적 선후 관계나 사용집단의 차이를 확인하고 싶다면 유형의 설정과 배열에 주목한다. 반면에 각 유형 간의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이렇게 시공간 상에 배열된 유형 내 변이들에 주목하여 그 변이들의 빈도와 그 빈도들 사이의 상대적인 비율을 측정하고, 여러 변이들 가운데 어떤 변이들이 선택되어 지속적으로 사용되는지에 주목한다. 고고학자는 유물의 분류에 대한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실제로는 자신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따라 양자의 방식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적절히 혼용하여 사용한다.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에 대해 추론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5-35]

<보 기>

특정 지역에서 발견된 토기들은 입구의 형태와 손잡이의 유무에 따라 A유형과 B유형으로 구분되고, A유형에서 B유형으로 변화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통설이다. A유형 토기는 각진 입구에 손잡이가 없고 바닥이 편평하며, B유형 토기는 둥근 입구에 두 개의 손잡이가 있고 바닥이 뾰족하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 각진 입구에 손잡이 한 개가 있고 바닥이 둥근 토기들이 새로 발견되고 있다.

① 어떤 유형론자는 새로 발견된 토기의 각진 입구에 주목하여 A유형 토기로 분류하거나 손잡이가 있는 것에 주목하여 B유형 토기로 분류할 것이다.

② 어떤 유형론자는 새로 발견된 토기의 바닥 형태에 주목하여 새로운 유형의 설정을 고려할 것이다.

③ 어떤 유형론자는 새로 발견된 토기의 특이성에 주목하여 외부에서 들어온 이주민들이 썼던 것이라고 추정할 것이다.

④ 어떤 개체군론자는 새로 발견된 토기를 A유형에서 B유형으로의 점진적인 변이를 보여주는 사례들로 판단할 것이다.

⑤ 어떤 개체군론자는 새로운 토기의 발견 빈도수가 충분히 많지 않다면 중요한 의미가 없다고 보아 새로운 토기를 A유형과 B유형 중 한쪽으로 분류할 것이다.

위에 주어진 다소 길이가 긴 글과 추가로 주어진 <보기>가 있지만 굳이 그 두 부분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정답을 고를 수 있습니다. 즉 문제가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라고 하였기에 정답은 ①번 또는 ⑤번 중에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인데 그 이유는 ① 어떤 유형론자는 새로 발견된 토기의 각진 입구에 주목하여 A유형 토기로 분류하거나 손잡이가 있는 것에 주목하여 B유형 토기로 분류할 것이다. 라는 것과 ⑤ 어떤 개체군론자는 새로운 토기의 발견 빈도수가 충분히 많지 않다면 중요한 의미가 없다고 보아 새로운 토기를 A유형과 B유형 중 한쪽으로 분류할 것이다. 라는 것은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고 할 수 있고 각 선지에 주어진 ‘주체’가 각각 유형론자와 개체군론자로 되어 있어 둘 중에 하나가 정답임을 눈치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④ 어떤 개체군론자는 새로 발견된 토기를 A유형에서 B유형으로의 점진적인 변이를 보여주는 사례들로 판단할 것이다. 를 참조하였을 때, (그리고 그제서야 글과 <보기>를 다소나마 참조하였을 때) ④번 선지의 내용은 개체군론에 대한 적절한 설명인 반면, ⑤번 선지의 내용은 차라리 유형론에 대한 적절한 설명임도 알 수 있게 되어 적절하지 않은 정답은 ⑤번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금융위기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어도 그 원인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금융위기가 여러 차원의 현상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행동이나 금융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시각이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은행위기를 중심으로 금융위기에 관한 주요 시각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지만 주로 어떤 시각에 기초해서 금융위기를 이해하는가에 따라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한 의견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은행의 지불능력이 취약하다고 많은 예금주들이 예상하게 되면 실제로 은행의 지불능력이 취약해지는 현상, 즉 ㉠‘자기 실현적 예상’이라 불리는 현상을 강조하는 시각이 있다. 예금주들이 예금을 인출하려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이 예금의 일부만을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는 부분준비제도는 현대 은행 시스템의 본질적 측면이다. 이 제도에서는 은행의 지불능력이 변화하지 않더라도 예금주들의 예상이 바뀌면 예금 인출이 쇄도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예금은 만기가 없고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독특한 성격의 채무이기 때문에, 지불능력이 취약해져서 은행이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 사람이라면 남보다 먼저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금 인출이 쇄도하는 상황에서 예금 인출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은행들은 현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들이 앞다투어 채권이나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매각하려고 하면 자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므로 은행들의 지불능력이 실제로 낮아진다.

둘째, ㉡은행의 과도한 위험 추구를 강조하는 시각이 있다. 주식회사에서 주주들은 회사의 모든 부채를 상환하고 남은 자산의 가치에 대한 청구권을 갖는 존재이고 통상적으로 유한책임을 진다. 따라서 회사의 자산 가치가 부채액보다 더 커질수록 주주에게 돌아올 이익도 커지지만, 회사가 파산할 경우에 주주의 손실은 그 회사의 주식에 투자한 금액으로 제한된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이익 구조로 인해 수익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위험에 대해서는 둔감하게 된 주주들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을 선호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주들이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채권자에게 전가하는 것인데,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이러한 동기는 더욱 강해진다. 은행과 같은 금융 중개 기관들은 대부분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주식회사 형태를 띤다.

셋째, ㉢은행가의 은행 약탈을 강조하는 시각이 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서는 은행의 부실을 과도한 위험 추구의 결과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행가들에 의한 은행 약탈의 결과로 은행이 부실해진다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다. 과도한 위험 추구는 은행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은행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킬 위험이 큰 행위를 은행가가 선택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은행 약탈은 은행가가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추구하여 은행에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를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가들이 자신이 지배하는 은행으로부터 남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는다거나, 장기적으로 은행에 손실을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성과급을 높이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행위 등은, 지배 주주나 고위 경영자의 지위를 가진 은행가가 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약탈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이상 과열을 강조하는 시각이 있다. 위의 세 가지 시각과 달리 이 시각은 경제 주체의 행동이 항상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관찰에 기초하고 있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상승하면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고, 일정 기간 하락하면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경우 자산 가격 상승은 부채의 증가를 낳고 이는 다시 자산 가격의 더 큰 상승을 낳는다. 이러한 상승작용으로 인해 거품이 커지는 과정은 경제 주체들의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 금융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게 되므로, 거품이 터져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고 금융위기가 일어날 현실적 조건을 강화시킨다.

㉠~㉣에 따른 금융위기 대책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7-17]

①은행이 파산하는 경우에도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 보험 제도는 ㉠에 따른 대책이다.

②일정 금액 이상의 고액 예금은 예금 보험 제도의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은 ㉠에 따른 대책이다.

③은행들로 하여금 자기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건전성 규제는 ㉡에 따른 대책이다.

④금융 감독 기관이 은행 대주주의 특수 관계인들의 금융 거래에 대해 공시 의무를 강조하는 정책은 ㉢에 따른 대책이다.

⑤주택 가격이 상승하여 서민들의 주택 구입이 어려워질 때 담보 가치 대비 대출 한도 비율을 줄이는 정책은 ㉣에 따른 대책이다.

글을 세세하게 이해하지 않더라도, 그보다 먼저 선지를 빠르게 훑어본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①은행이 파산하는 경우에도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 보험 제도는 ㉠에 따른 대책이다. 라는 것과 ②일정 금액 이상의 고액 예금은 예금 보험 제도의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은 ㉠에 따른 대책이다. 라는 것이 서로 충돌(상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답이 이 둘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여기에 글에 주어진 “실제로 은행의 지불능력이 취약해지는 현상(2문단 1번째 문장 참조)”이라는 내용을 통해 ①번은 ㉠에 따른 금융위기 대책이 될 수 있지만, ②번은 ㉠에 따른 금융위기 대책이 될 수 없어 ②번이 정답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문제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법관의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없애기 위하여 법률을 명확히 기술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근대법의 기획에서 법은 그 적용을 받는 국민 개개인이 이해할 수 있게끔 제정되어야 한다. 법이 정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어야 법을 통한 행위의 지도와 평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형사법 분야에서는 형벌 법규의 내용을 사전에 명확히 정해야 하고, 법문이 의미하는 한계를 넘어선 해석을 금지한다. 법치국가라는 헌법 이념에서도 자의적인 법 집행을 막기 위하여 ㉠법률의 내용은 명확해야 한다는 원리가 정립되었다. 여기서 법률의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은 법문이 절대적으로 명확한 상태여야만 한다는 것까지 뜻하지는 않는다. 입법 당시에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사태가 언제든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법률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식을 띨 수밖에 없는 탓이다. 따라서 법률의 명확성이란 일정한 해석의 필요성을 배제하지 않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해석을 통하여 법문의 의미를 구체화할 때에는 입법자의 의사나 법률 그 자체의 객관적 목적까지 참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 방법은 언뜻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입법자의 의사나 법률 그 자체의 객관적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를 확정하는 작업부터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것까지 고려해서 법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할 것을 법의 전문가가 아닌 여느 국민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법률의 명확성이 말하고 있는 바는 법문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국민의 이해 수준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 구체화한 만큼 실제로 국민이 이해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입법자의 의사나 법률 그 자체의 객관적 목적을 고려한 해석은 법문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데 머물지 않고 종종 법문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편으로 활용되며 남용의 위험에 놓이기도 한다.

한편 법의 적용을 위한 해석을 이미 주어져 있는 대상에 대한 인식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아니라, 법문의 의미를 구성해 내는 활동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입법자가 법률을 제정할 때 그 규율 내용이 불분명하여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게 해서는 안 되는데, 이러한 기대와 달리 법률의 규율 내용이 실제로는 법관의 해석을 거친 이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가 구성되는 것이라면 국민이 행위 당시에 그것을 알고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 삼는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법률의 제정과 그 적용은 각각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의 영역이라는 권력 분립 원칙 또한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근대법의 기획은 그 자체가 허구적이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포기되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다. 첫째, 법의 해석이 의미를 구성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통찰로부터 곧바로 그와 같은 구성적 활동이 해석자의 자의와 주관적 판단에 완전히 맡겨져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단어의 의미는 곧 그 단어가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확정되는 것이지만, 이 경우의 언어 사용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것이며, 따라서 언어 사용 그 자체가 사회적 규칙에 의해 지도된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법의 해석과 관련한 다양한 방법론적 규칙들 또한 해석자의 자유를 적절히 제한하기 때문이다. 둘째, 해석의 한계나 법률의 명확성 원칙은 법의 해석을 담당하는 법관과 같은 전문가를 겨냥한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문제를 감축하거나 해소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법률이 다소 모호하게 제정되어 평균적인 일반인이 직접 그 의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하더라도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해서 그 의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대답에 대하여는 여전히 의문이 생긴다. 국민 각자가 법이 요구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어야 된다는 이념은 사실 ‘일반인’이라는 추상화된 개념의 도입을 통해 한 차례 타협을 겪은 것이었다. 그런데 ‘전문가’라는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입법자의 부담을 재차 줄이면 근대법의 기획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로부터 너무 멀어져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윗글을 바탕으로 ㉠을 비판할 때, 논거로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은? [19-29]

①전문가인 법관에 의해 법문의 의미가 구성되지 않으면 자의적 법문 해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②법관의 해석을 통해서야 비로소 법의 의미가 구성될 경우에는 권력 분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③법의 객관적 목적을 고려한 법문 해석은 법문 의미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편으로 남용되기도 한다.

④법관의 해석을 통해서야 비로소 법의 의미가 구성된다고 하면 법을 국민의 행동 지침으로 삼기 어렵다.

⑤국민이 입법자의 의사까지 일일이 확인하여 법문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소위, ‘비판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유형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경우 ‘선지 간 간섭’이 정말 유용할 수 있습니다(이 문제를 통해 익힌 통찰력으로 다른 ‘비판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문제들도 풀어보실 수 있기를 권유드립니다.).

②법관의 해석을 통해서야 비로소 법의 의미가 구성될 경우에는 권력 분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와 ④법관의 해석을 통해서야 비로소 법의 의미가 구성된다고 하면 법을 국민의 행동 지침으로 삼기 어렵다. 는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법관의 해석을 통해서야 법의 의미가 구성→안 좋은 결과로 귀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두 선지는 둘 다 적절하거나 둘 다 적절하지 않아야 합니다. 즉 문제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을 묻고 있기에, 이 두 선지가 둘 다 적절한 선지임을 알 수 있고, 정답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①전문가인 법관에 의해 법문의 의미가 구성되지 않으면 자의적 법문 해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의 경우에는 ‘~법관에 의해 법문의 의미가 구성→~안 좋은 결과로 귀결’이므로 위의 두 선지와는 그 논리적 내용이 서로 반대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답은 ①번입니다.

제가 이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결코 주어진 글을 참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선지 간 간섭’과 ‘선지 간 경합’만으로 풀 수 있었던 것임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잘 이해하셨기를 기대해 봅니다.

문제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초기에 제정된 중간집단 금지에 관한 법들은 개인의 활동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되는 동업조합, 상인조합은 물론 정당 활동까지 금지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주체로서의 개인만을 사회에 남겼다. 루소는 이미 국가에서 특수의지를 표명하는 부분 집단의 존재를 제거하고 각개의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만을 말하게 함으로써 일반의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이성을 가진 개인의 합리적인 사회적 행위를 통해 일반 이익을 실현하는 국가 권력을 확립하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모든 개인이 이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있었고, 공공질서의 문제에 있어서 개인들의 산술적 합으로서의 ‘수’가 이성적인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현실적인 보장도 없었다. 이러한 ‘이성’과 ‘수’의 긴장은 혁명 시기와 이후 프랑스 정치사에서 ‘이성’에 의해 표상되는 자유주의와 ‘수’에 의해 표상되는 민주주의의 갈등으로 표현되었다.

우선 혁명 시기 ‘수’에 대한 ‘이성’의 우위가 드러난 대표적인 예는 ‘수’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제한이었다. 자유주의자들은 선거를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공적인 ‘기능’으로 간주하였다. 선거권의 제한은 공적인 결정을 합리화하고 민주주의라는 ‘수’가 갖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당화되었다. 그들에게 선거는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표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지를 해석하고 일반 이익을 잘 인식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지명하는 행위였다.

혁명이 급진화되면서 ‘수’로 표상되는 인민의 민주주의적 실천이 등장하였다. 외국과의 혁명 전쟁이 시작되면서 조국의 위기가 선언되고, 공적 영역에서 배제되었던 상퀼로트들도 국민방위대에 들어갔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들의 대표자를 선출하여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이 승인하지 않은 법을 거부하고 주권을 직접 행사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상퀼로트들의 힘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로베스피에르는 인민의 민주주의적 실천을 ‘덕성’의 이름으로 제한하였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는 공화국의 안전을 확보하고 인민이 공적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덕성’을 필요조건으로 제시하면서 공화국의 제도 안에서만 인민의 정치적 실천이 이루어지도록 한정하였다. 덕성이란 ‘조국과 법에 대한 사랑이며, 개인적 이익을 일반 이익에 종속시키는 숭고한 자기 희생’이었다. 덕성에 대한 강조는 민주주의의 제한과 대표의 절대화―대표와 국민의 일치를 통한 대표의 절대 권력―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789년 이후 19세기 동안 ‘이성’, ‘수’ 그리고 ‘덕성’ 사이의 긴장 속에서 프랑스는 정치적 혼란의 위협에 시달렸다. 중간집단의 부재를 그 주요 원인으로 들었던 토크빌이 지적했듯이, 민주주의는 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중앙집권화에 기반한 거대 권력에 의존함으로써 ‘이성’과 ‘덕성’이 약화되어 전제정으로 귀결되었다. 민주주의자이면서 동시에 귀족정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었던 토크빌은 귀족정 시대 중간집단의 역할에 다시 주목하였다. 혁명과 함께 그것들이 사라지면서 개인들은 시민적 덕성을 함양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국가는 그 권력을 제어할 견제 세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토크빌은 민주주의 시대 중간집단이 정치적 자유가 실현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시민적 덕성을 함양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프랑스 혁명을 종결지었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서 제3공화국은 새로운 사회적 필요에서 중간집단을 다시 허용하였다. 뒤르켕은 분업이 급속하게 진행된 당시 사회에서 직업적 도덕을 형성하고 나아가 국가와 개인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대표의 기능을 수행하는 독자적인 직업 집단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프랑스 혁명이 발생한 후 백여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중간집단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또한 19세기 말 정착되기 시작한 정당 체제는 새로운 엘리트 충원 구조이자 여론의 형성자로서 자리 매김 된다.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색채를 드러내는 정당 체제는 시민과 국가권력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통제하는 방식이 되었다.

윗글에 등장하는 ‘수’, ‘이성’, ‘덕성’의 관계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0-17]

① ‘이성’과 ‘덕성’이 ‘수’를 통제할 장치를 마련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성립되었다.

② ‘이성’, ‘덕성’의 견제 능력이 위축되면서 ‘수’의 민주주의는 전제정으로 귀결되었다.

③ ‘이성’과 ‘덕성’을 갖추게 됨으로써 ‘수’는 대표 없이 주권의 직접행사를 통한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실현하였다.

④ ‘이성’이나 ‘덕성’은 ‘수’의 공적 영역으로의 진입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수’의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역할을 하였다.

⑤ ‘덕성’을 매개로 하여 ‘수’와 ‘이성’을 일치시키려는 시도는 국민과 대표의 동일시를 가져와 절대 권력이 출현하기도 하였다.

글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은 자세이나,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간의 소요가 다소 많을 수도 있었습니다. 한편, ③④번 선택지의 구성방식을 살펴보면 각각 ‘이성’과 ‘덕성’→민주주의 실현, ‘이성’이나 ‘덕성’→민주주의 제한으로 되어 있으므로, 전체 선택지에 있어 ③④번 중 정답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덕성’에 대한 정보가 제시된 4문단에서 “~인민의 민주주의적 실천을 ‘덕성’의 이름으로 제한하였다.”라는 부분에 주목하면, ③번 선지가 적절하지 않음을 알 수 있어 빠르게 정답을 맞힐 수 있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최적통화지역은 단일 통화가 통용되거나 여러 통화들의 환율이 고정되어 있는 최적의 지리적인 영역을 지칭한다. 여기서 최적이란 대내외 균형이라는 거시 경제의 목적에 의해 규정되는데, 대내 균형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대외 균형은 국제수지 균형을 의미한다.

최적통화지역 개념은 고정환율 제도와 변동환율 제도의 상대적 장점에 대한 논쟁 속에서 발전하였다. 변동환율론자들은 가격과 임금의 경직성이 있는 국가에서 대내외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변동환율 제도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어떤 조건에서 고정환율 제도가 대내외 균형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지 고려했다.

초기 이론들은 최적통화지역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적 기준을 찾으려 하였다. 먼델은 노동의 이동성을 제시했다. 노동의 이동이 자유롭다면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 대내외 균형 유지를 위한 임금 조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이고 결국 환율 변동의 필요성도 작을 것이다. 잉그램은 금융시장 통합을 제시하였다. 금융시장이 통합되어 있으면 지역 내 국가들 사이에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자본 이동이 쉽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조정의 압력이 줄어들게 되므로 지역 내 환율 변동의 필요성이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케넨은 재정 통합에 주목하였다. 초국가적 재정 시스템을 공유하는 국가들은 일부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에 재정 지출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환율 변동의 필요성이 감소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결국 고정환율 제도 아래에서도 대내외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후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위의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단일 통화 사용에 따른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면 최적통화지역의 조건이 충족되며 단일 통화를 형성할 수 있다. 단일 통화 사용의 편익은 화폐의 유용성이 증대된다는 데 있다. 거래 비용이 줄고, 환율 변동의 위험이 없어지며, 가격 비교가 쉬워진다는 점에서 단일 화폐의 사용은 시장 통합에 따른 교환의 이익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반면에 통화정책 독립성의 상실이 단일통화 사용에 따른 주요 비용으로 간주된다. 단일 통화의 유지를 위해 대내 균형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비용은 가격과 임금이 경직될수록, 전체 통화지역 중 일부 지역들 사이에 서로 다른 효과를 일으키는 비대칭적 충격이 클수록 증가한다. 가령 한 국가에는 실업이 발생하고 다른 국가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한 국가는 확대 통화정책을, 다른 국가는 긴축 통화정책을 원하게 되는데, 양 국가가 단일 화폐를 사용한다면 서로 다른 통화정책의 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노동 이동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비대칭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독립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은 감소한다. 반대로 두 국가에 유사한 충격이 발생한다면 서로 다른 통화정책을 택할 필요가 줄어든다. 이 경우에는 독립적 통화정책을 포기하는 비용이 감소한다.

최근 유로 지역의 경제 위기는 최적통화지역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유로 지역 내 국가 간 불균형을 분명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유로 지역 내 노동 이동이 일국 내의 이동만큼 자유롭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유로 지역은 최적통화지역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더욱이 유로화 등장 이후 유로 지역 내에서 해외 투자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유럽의 핵심국에서 유럽의 주변국으로 엄청난 자본 이동이 발생하였고, 그 때문에 주변국에는 경기 과열이 발생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본이동이 중단되자 주변국은 더 이상 호황을 지탱하지 못하고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실업과 경상수지 적자를 경험하게 되었다. 환율 조정 수단을 상실한 유로 지역은 핵심국과 주변국 사이의 불균형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게 된 것이다.

더구나 최적통화지역 이론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은행 문제까지 부각되었다. 은행 채무를 국가가 떠맡으면서 GDP 대비 공공부채의 비율이 증가하였고, 이로 인하여 국가 채무 불이행에 대한 불안이 가속되었으며 이는 다시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 은행의 신뢰까지 손상을 입혔다. 이들 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매각하려 함에 따라 국채 가격이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보기>와 같은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3-9]

<보 기>

A, B, C, D 국가로만 이루어진 세계를 상정하고, 이들 국가에서 노동만을 생산 요소로 사용한다고 가정한다. A국은 x통화, B국은 y통화, C, D국은 z통화를 사용한다. A와 B국 사이에만 노동 이동이 가능하다. 국가들 사이에 금융시장과 재정은 통합되어 있지 않다. A, C국은 목재를, B, D국은 자동차를 생산하여 수출한다. 이 세계에서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고 목재 수요가 감소하였다. 가격과 임금의 경직성이 존재할 때 A, C국에서 실업이 발생하고, B, D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① A와 B국에는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하였으나 노동의 이동이 가능하므로 최적통화지역의 조건을 충족한다.

② A와 C국에는 서로 유사한 충격이 발생하였으므로 노동의 이동여부와 무관하게 최적통화지역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③ A와 D국에는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하였고 노동의 이동도 불가능하므로 최적통화지역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④ B와 D국에는 서로 유사한 충격이 발생하여 독립적 통화정책의 포기에 따른 비용이 없으므로 최적통화지역의 조건을 충족한다.

⑤ C와 D국은 단일 통화를 사용하고 있으나 비대칭적 충격을 해소할 수 없으므로 최적통화지역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지문의 내용도 난해하고, <보기>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은 고난도 문항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문과 <보기>를 이해하지 않았더라도, 선택지 ①번과 ③번부터 살펴보면, 각각 ‘(비대칭적 충격+노동 이동 가능)→조건 충족’, ‘(비대칭적 충격+노동 이동 가능×)→조건 충족×’임을 파악할 수 있었고, 결국 노동 이동의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택지 ②번에서는 “~서로 유사한 충격이 발생하였으므로 노동의 이동여부와 무관하게 최적통화지역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다소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문과 <보기>를 빠르게 읽어 내려가면 ②번이 적절하지 않은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선택지 ④번과 ⑤번까지 살펴보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언어이해 문제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법은 인간의 행위를 지도하고 평가하는 공식적인 사회 규범이다. 그리고 법을 통한 행위의 지도는 명령, 금지, 허용 등의 규범 양상으로 이루어진다. 명령은 행위를 해야 하도록 하는 것이며, 금지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허용은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통상 전자를 적극적 허용, 후자를 소극적 허용이라고 부른다.

19세기 분석법학의 연구 성과는 이들 규범 양상들이 서로 일정한 의미론적 관계 및 논리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명령은 소극적 허용의 부정이지만 적극적 허용을 함축하며, 금지는 적극적 허용의 부정이지만 소극적 허용을 함축한다. 소극적 허용은 금지를 함축하지는 않으며, 적극적 허용은 명령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또한 소극적 허용과 적극적 허용은 서로 배제하거나 함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네 가지 규범 양상은 행위 지도의 모든 경우를 포괄한다.

이러한 규범 양상들의 상호 관계에 대한 분석은 주로 입법 기술의 차원에서 그 실천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즉 그러한 분석은 법을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정립하기 위해 준수해야 하거나, 법의 과잉을 방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원칙들을 제공해 준다. 가령 법의 한 조항에서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면 다른 조항에서 그 행위를 명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나,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이 반드시 그 행위를 명령하는 것일 필요는 없다는 것 등이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이 법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체계가 폐쇄적일 경우에는 이러한 분석이 통용될 수 있겠지만, 개방적일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가령 개방적 법체계 내에서는 금지되지 않은 것이 곧 허용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적극적 허용이 금지를 부정한다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한 사람을 지탱할 수 있을 뿐인 나뭇조각을 서로 붙잡으려는 두 조난자에게 각자 자신을 구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 서로 상대방을 밀쳐 내어 죽게 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분석은 폐쇄적 법체계를 전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가 가지는 의미를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개방적 법체계에서는 법 그 자체로부터 자유로운 인간 활동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할 수 있지만, 폐쇄적 법체계 내에서 인간의 자유란 단지 소극적 허용과 적극적 허용이 동시에 주어져 있는 상태, 즉 명령도 금지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 놓여 있음을 뜻할 뿐이다. 따라서 인간의 자유란 게으른 법의 침묵 덕에 어쩌다 누리게 되는 반사적인 이익에 불과할 뿐 규범적 질량을 가지는 권리일 수는 없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앞의 사례와 같은 경우가 존재한다고 해서 법체계의 개방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밀쳐 내어 죽게 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지만, 자신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지와 허용 사이의 역설적 공간이 아니더라도 죽은 자에 대한 애도와 산 자에 대한 위로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금지되지 않은 것이 곧 허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 변덕스러운 법이 언제고 비집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과 같아서, 인간이 누리게 되는 자유의 질은 오히려 현저히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일도양단의 논리적인 선택만을 인정함으로써 현실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자칫 부당한 법 상태를 옹호하게 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지만, 19세기 분석법학이 추구한 엄밀성은 전통적인 법에 내재해 있는 모순과 은폐된 흠결을 간파하고 이를 적극 제거하거나 보완함으로써 자유의 영역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그러한 엄밀성은 사법 통제의 차원에서도 의의를 지닐 수 있다. 이른바 결과의 합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명시적인 규정에 반하는 자의적 판결을 내리려는 시도에 대하여, 판결은 법률의 문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의 법 조항에 대해 해석한 내용 중 ‘개방적 법체계’를 전제로 해야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은? [12-22]
 

① 출생한 이후부터 사람이므로 태아를 죽게 하는 것은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허용되지는 않는다.

② 자살은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지만, 타인의 자살을 돕는 것은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③ 말기 암 환자의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행위는 생명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 주기 위해 그것을 제거하는 것은 허용된다.

④ 생명이 위태로운 타인을 구해 주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리 무관한 타인이라도 그의 생명이 침해되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이 허용되지는 않는다.

⑤ 어떤 경우라도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두 사람 모두를 구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둘 중 하나라도 살리기 위한 행위는 그것이 곧 나머지 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일지라도 허용된다.

위의 문제는 주지하다시피 매우 어려운 문제로 손꼽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푸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 중 ‘선지 간 간섭’으로 푸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위의 선택지는 아래와 같이 기호화할 수 있습니다.

① ~침해, ~허용

② 침해, ~허용

③ 침해, 허용

④ ~침해, ~허용

⑤ 침해, 허용

이때 ①번과 ④번이 같은 내용이고, ③번과 ⑤번이 같은 내용임을 파악할 수 있다면 이것들과 이질적인 내용인 ②번이 정답임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이것을 ‘선지 간 간섭’ 중 ‘2:2:1’이라고 부릅니다.

3. 추리논증에 있어 ‘선지 간 간섭’ 활용 예제

이번에는 추리논증에 있어서는 ‘선지 간 간섭’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다음 글에 비추어 <보기> A의 다리 감각을 검사한 결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3-34]

척수는 31개의 분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분절에서 좌우 한 쌍의 척수신경이 뻗어 나간다. 척수는 뇌의 기저부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가면서 차례로 목척수, 가슴척수, 허리척수, 천골척수로 구분된다. 팔과 다리의 감각 신호는 척수를 따라 위쪽으로 이동하면서 최종적으로 뇌로 전달되는데, 팔에서 발생한 감각 신호는 목척수로, 다리에서 오는 신호는 주로 허리척수를 통해 뇌로 전달된다. 또 왼쪽 팔과 다리에서 발생한 신호는 오른쪽 뇌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에서 발생한 신호는 왼쪽 뇌에서 인식된다. 이를 감각의 좌우교차라고 한다.

좌우교차는 어떤 종류의 감각이냐에 따라 교차되는 위치가 다르다. 팔과 다리의 피부를 통해 감지된 촉각은 척수로 입력되어 같은 쪽의 척수를 타고 뇌에 입력된 후 좌우교차가 일어나는 반면, 통증과 차가운 온도 감각은 입력되는 척수에서 좌우교차가 먼저 일어난 후 척수를 타고 뇌에 전달된다. 예를 들어 왼쪽 팔에 통증이나 차가운 온도에 해당하는 감각 신호가 주어지는 경우, 이 신호는 척수에 입력되는 부위인 목척수에서 좌우가 교차하여 오른쪽 척수를 타고 뇌로 전달된다. 반면, 왼쪽 팔에 가볍게 만지는 촉각 신호가 주어지는 경우, 감각 신호는 왼쪽 척수를 타고 올라가 뇌로 입력되고 뇌 안에서 좌우가 교차되어 인식된다.

<보 기>

A는 교통사고로 척수가 손상되었다. A는 사고 당시 의식을 잃지 않았으나 사고 직후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였다. A의 척수 손상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오른쪽 가슴척수가 절단되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왼쪽 척수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①왼쪽 다리를 핀으로 찌르자 아프다는 느낌이 있다.

②왼쪽 다리를 얼음으로 문지르자 만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③오른쪽 다리를 핀으로 찔러도 아프다는 느낌이 없다.

④오른쪽 다리를 얼음으로 문질러도 차갑다는 느낌이 없다.

⑤오른쪽 다리를 부드러운 솔로 문지르자 만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위에서 이미 살펴본 언어이해 [13-9]처럼 일단, 지문이 있고, 추가적으로 <보기>가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기에 문제풀이 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복잡함을 느낄 수 있는 문제임에 분명합니다. 이때 ‘선지 간 간섭’을 활용하면 매우 빠르게 풀 수 있습니다(물론 상식을 동원하든 가볍게 지문을 참고하든 ‘좌우교차’에 대한 내용을 염두에 두고 풀어야 하기는 합니다).

③번과 ④번은 같은 내용입니다. ‘센 자극’을 주었지만 ‘느낌’이 없기 때문입니다(느낌×).

③오른쪽 다리를 핀으로 찔러도 아프다는 느낌이 없다.

④오른쪽 다리를 얼음으로 문질러도 차갑다는 느낌이 없다.

이때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이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가 입니다. 즉 적절한 것을 묻고 있는 문제이므로 이 ③번과 ④번은 둘 다 적절하지 않은 것이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②번은 적절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2문단에 제시된 ‘좌우교차’의 개념을 전제한다면, “왼쪽 다리를 얼음으로 문지르자(센 자극) 만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느낌○).”는 것은 적절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전에서 정말 시간이 없다면 이와 같이 푸는 것만으로도 정답에 근접하게 될 수 있는 이점이 있기에, 평소 다양한 문제들을 바탕으로 선지 간 간섭의 이해를 도모하는 것은 큰 유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4. 소론

이상에서 언급한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출제자들이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법학적성시험의 문제들 중 ‘선지 간 간섭’을 활용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지면의 관계상 다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어떤 문제에 이러한 출제원리 및 풀이원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찾아보시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출제기조는 계속 유지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풀이기법을 총정리하는 6/30, 7/1에 진행되는 최종정리강의가 있습니다. 그 동안 이 강의를 통해 비약적인 성적향상을 이루어내어 원하는 로스쿨에 진학한 다수 학생이 있었고 한 분 한 분이 이 강의의 산 증인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이 강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분들은 gon0924@daum.net으로 문의주시면 친절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기고를 통해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여성곤 법률저널LEET적성시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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