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노무사의 노동법강의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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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훈 노무사의 노동법강의 315
  • 김광훈 노무사
  • 승인 2023.05.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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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훈 노무사
現)노무법인 신영 대표 노무사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사수료
   서울지방노동청 국선노무사
   윌비스 한림법학원 노동법 강사
   메가공무원학원 노동법 강사
   서울시 시내버스 채용심사위원회 위원
   (사)노동법이론실무학회 정회원
   연세대학교 법학석사
前)키움경영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전문위원

 

[사실관계]

A사는 취업규칙(이하 ‘구 취업규칙’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전체 직원에 대하여 적용하여 왔는데,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구 근로기준법이 2004.7.1.부터 회사 사업장에 시행됨에 따라 이에 맞추어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였다.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구 취업규칙과 달리 월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하던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였다.

회사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제정하면서 전체 근로자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다만, 회사는 2004.8.16. 지역본부별, 부서별로 간부사원들을 모아 전체 간부사원 6,683명 중 약 89%에 해당하는 5,958명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았다.

甲 등은 회사에 입사하여 과장급 이상의 직위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인데 제1심에서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2004년부터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부당이득 반환으로서 청구하였다.

[판결요지]

1.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여부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구 취업규칙과 달리 월차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연차휴가일수의 상한을 25일로 제한한 부분은 그 문언상 간부사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며 회사가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간부사원의 감소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2005년 10월경 기본급 인상으로 보전하려고 했더라도 이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제정·시행과는 별개의 조치이므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또한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당시 간부사원이었던 직원뿐만 아니라 장래 간부사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던 일반직·연구직·생산직 등의 직원들까지 포함한 근로자 집단이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의 동의주체가 된다.

2.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를 위반하여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

1) 법률의 규정 및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

종래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해당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왔다.

2) 이 부분의 쟁점

이 부분의 쟁점은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과 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가 요구하는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음을 이유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종전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이다.

3) 쟁점에 관한 판단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헌법 제32조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고,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은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그 단서에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의 취지와 관계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가 가지는 집단적 동의권은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의 변경 권한에 한계를 설정하고 헌법 제32조제3항의 취지와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절차적 권리로서,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② 대법원은 1989.3.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집단적 동의 요건을 명문화하기 전부터 이미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한다는 법리를 확립하였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은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 입각하여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 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에서라고 보아,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위와 같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정신, 기득권 보호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된다. 이러한 집단적 동의는 단순히 요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 유효요건이다.

나아가 현재와 같이 근로기준법이 명문으로 집단적 동의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취업규칙의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은 취업규칙의 본질적 기능과 그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절차적 정당성의 요청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③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변경 권한을 인정하고 있고, 나아가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 시에도 그 적용을 받는 모든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아니라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근로자 다수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근로조건의 유연한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와 같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있는 경우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반대한 개별 근로자에 대해서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근로조건의 통일적 결정에 관한 요청이 충족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경우에까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이유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 근로조건의 통일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근로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의 유효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고 하여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이 항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④ 대법원은 단체협약에 사용자의 조합원에 대한 인사처분 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을 때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조합원에 대한 인사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다만 노동조합이 동의권을 남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그 인사처분은 유효하다는 견해를 취하였다(대법원 2012.6.28, 선고 2010다38007 판결 등 참조).

단체협약은 법률보다 하위의 규범임에도 대법원은 단체협약에 의하여 발생한 노동조합의 동의권을 침해하여 행해진 인사처분을 무효라고 보았고, 다만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유연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동의권 남용 법리를 통해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는 단체협약보다 상위 규범인 법률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이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되, 다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 한하여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단체협약에 의한 노동조합의 동의권에 관한 위 대법원 판례의 태도와 일관되고 법규범 체계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⑤ 종전 판례는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 관련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 노동관계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인정 여부의 기준으로 대법원이 제시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판단 역시 사후적 평가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에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그 유효성이 확정되지 않은 취업규칙의 적용에 따른 법적 불안정성이 사용자나 근로자에게 끼치는 폐해 역시 적지 않았다.

⑥ 그럼에도 종전 판례의 해석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일정한 경우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으로 기존 근로조건을 낮추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의 명문 규정에 반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예정한 범위를 넘어 사용자에게 근로조건의 일방적인 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헌법 정신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된다.

나) 이와 달리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하여 근로자에게 기존보다 불리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하였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적용을 인정한 종전 판례를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4)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

우리 민법은 신의성실과 권리남용의 금지를 민사법의 중요한 원칙으로 선언하고 있고, 이는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서 실정법을 형식적이고 엄격하게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는 작용을 하므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행사할 때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의성실 또는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은 강행규정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그 위반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1989.9.29, 선고 88다카17181 판결, 대법원 1995.12.22. 선고 94다42129 판결 등 참조),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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