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합, ‘동기설’ 폐기…“피고인에 유리한 신법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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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동기설’ 폐기…“피고인에 유리한 신법 따라야”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12.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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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적 고려에 의한 변경인지 따지지 않고 재판시법 적용”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동기설’을 폐기하고 형벌법규 개정의 이유에 관계없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놔 주목된다.

‘동기설’은 범죄행위 당시 적용되는 형벌법규 등이 범죄행위 이후 변경돼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 행위시법과 재판시법 중 어느 것을 적용할지에 관해 법 개정의 ‘동기’를 고려하는 학설이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범죄행위가 있던 때의 법률을 적용해 처벌하도록 하는데, 범죄 후에 법 개정으로 해당 행위가 죄가 아니게 되거나 형을 낮아지는 경우 신법을 따르도록 하고 재판이 확정된 후에는 해당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도록 변경됐을 때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형법 제1조)며 행위시법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동기설에 따라 “종전 법령이 범죄로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했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경우”와 “단순히 사실관계의 변화, 정책의 변화에 의한 경우”를 나눠 전자에만 신법을 적용하고 후자의 경우 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명백한 형법 문언을 축소해석함으로써 가벌성을 확대하고 동기를 판단하는 데 있어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비판을 받던 동기설을 폐기,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1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므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신법에 따라야 한다”며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했다.

그 이유로 대법원은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문언상 범죄 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법령이 변경된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을 적용한다는 취지임이 명백하다는 점을 들었다.

대법원은 “종래 대법원 판례는 법문에 없는 추가적인 적용 요건을 설정한 것으로 목적론적 축소해석에 해당하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규정에 대한 축소해석은 불가피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로 최대한 제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법자가 법령의 변경 후에도 종전의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경과규정을 둘 수 있다는 점도 동기설 폐기의 근거로 제시했다.

동기설이 최소 판시된 1960년대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법제도적·기술적 발전이 있었고 국회 또는 행정부의 입법절차와 입법환경에도 많은 개선과 정비가 이뤄지는 등 입법자가 적법하고 적절한 형태로 경과규정을 둘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졌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입법자는 법령 변경 과정에서 종전 법령에 따른 처벌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법령의 변경과 동시에 적절한 경과조치를 취해야 하고,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면 입법자의 의사는 가벼워진 신법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다만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은 해당 형벌법규의 가벌성에 관한 형사법적 관점의 변화를 전제로 한 법령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이 아닌 다른 법령이 변경돼 결과적으로 해당 형벌법규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지 않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법령 자체가 명시적으로 예정한 유효기간의 경과에 따라 효력을 상실한 경우는 재판시법이 적용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조재연, 안철상 대법관은 “형벌법규 자체가 변경된 원칙적인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들은 추후 해당 사건에서 기본 법리를 기초로 한 균형 잡힌 해석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돼야 하므로 다수의견이 이 사건의 직접 쟁점이 아닌 예외적 유형들에 관해 설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또 노태악, 천대엽 대법관은 “다수의견이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한 법령이 이를 경과한 경우’를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소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일률적으로 행위시법을 적용하도록 판시한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별개의견을 제시했다.

한시법의 유효기간이 경과된 경우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됐다는 관점에서 법령이 개정·폐지된 경우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이 적용돼야 하며 예외적으로 변경된 법령이나 고시 등 규정을 형사법적 관점으로 평가해 행위시법을 적용할 여지를 남겨둘 수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수범자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행정청과 사법기관의 자의적인 법해석을 방지하여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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