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2년 변리사시험 수석 김주안씨 “고시는 전략게임, 최적의 루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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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2년 변리사시험 수석 김주안씨 “고시는 전략게임, 최적의 루트 찾아야”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11.0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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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59회 변리사시험 수석 김주안씨선덕고등학교 졸업/연세대 생명공학과 3학년
2022년 제59회 변리사시험 수석 김주안씨
선덕고등학교 졸업/연세대 생명공학과 3학년

“모든 수험생이 만나는 한계, 자기객관화 통한 디버깅 작업 필요”
“행복이 가장 중요…다른 이들 끌어안을 만큼 커다란 사람 되고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Because it is there.”

목숨을 걸고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려고 하는 조지 말로리에게 한 기자가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하는지를 묻자 그가 한 대답이다. 그게 거기 있으니까.

2022년 제59회 변리사시험 수석 합격을 차지한 김주안씨의 인터뷰에서 조지 말로리의 대답이 떠올랐다.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공대생이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변리사시험에 도전했다. 그에게는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산이 필요했고 저기 변리사시험이 있으니 올랐을 뿐이라고.

김주안씨는 99년생(24세)으로 선덕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에 진학했다. 공대생으로는 특이하게도 글을 쓰는 것을 즐기고 주로 시를 적곤 한다고 했다. “둥둥 떠다니는 마음을 잡기엔 글이 좋은 것 같다”는 그가 어떤 이유로 변리사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심했을지 궁금했다.

김씨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늘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으로 ‘나는 정말 실력 있나?’라는 의문이 어느샌가 짙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필요했고 이를 얻을 수 있는 정로이자 편법 없는 수단은 시험 합격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김씨는 “시험을 보기까지 수도 없이 무능함을 마주하며 괴로웠고 또 많이 쓰러졌으나 끝내 의미를 얻어 다행”이라는 그에게 마침내 합격이라는 이름의 정상에 오른 소감을 물었다. 그는 “직선적인 소감으로는 기쁘면서도 안도감이 든다. 더 이상 힘듦에 온몸 부수어나갈 일이 없다는 안도감, 이제는 소중한 이들의 마음을 감싸줄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안도감, 그런 기분이 든다”고 답했다.

김씨는 2020년 7월 중순부터 1차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해 약 7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1차시험에 합격했다. 첫 2차시험을 치른 후에는 휴식을 갖다가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11월 초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약 2년의 시간이 걸려 수석 합격이라는 성과를 낸 셈이다.

고득점도 대단하지만 수험기간도 통상적인 기간에 비해 짧은 편이라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지는 않은지 그의 공부 방법에 관심이 갔다. 김씨는 1차시험에 대해서는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길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기본강의 및 암기에 이어 문제풀이, 최신 판례 수강까지 딱 3단계의 공부 과정만을 밟고 그 외에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기타 강의 및 다른 책을 일체 접하지 않았고 그 시간에 복습을 했다. “근본 있는 ‘다회독’이 1차 합격의 정도”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문제를 풀면서 나오는 중요한 판례와 최신 판례를 기본서에 단권화하고 그것만 반복해서 읽었다.

1차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자연과학 중 물리, 화학이었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껄끄러웠다”는데 그럼에도 1차시험에서는 ‘극복’하기보다는 ‘방어’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5개 이상만 맞힌다는 관점에서 욕심보다는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 개념을 암기만 해도 5개 이상은 맞힐 수 있다”며 “자존심은 상하지만 합격이 우선”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2차시험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전략적으로 공부를 이해와 암기, 풀이의 3단계로 나눠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많이 고민해보면서 ‘아주 차근히 눈에 안 보일만큼씩’ 성장했다. 그는 이 같은 공부법을 ‘지루하지만 가장 튼튼한 방식’이라고 전했다.

학원에서는 오직 실전 GS만을 수강했다. 기본, 판례, 사례 강의는 따로 듣지 않고 책만을 독학했다. 평일에는 책으로 암기와 이해를 다지고 주말에 학원에서 적용해보는 루틴을 유지했다. 1차와 같이 2차도 단권화를 통한 다회독을 하는 방식으로 공부했고 그 결과 시험이 임박한 7월 무렵에는 전 과목을 눈을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다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암기가 됐다.

2차에서는 민사소송법에서 애를 먹었다. 동차 때 열심히 하지 않았던 탓도 있었고 특허법, 상표법과 다소 다른 답안 풀이도 낯설었다. 민소법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김씨는 우선 “두문자와 정독을 병행한 암기로 잔을 채우고 강사 답안과 모범 답안을 참고해가며 물을 우아하게 따르는 방법”을 익혔다. 다른 과목과 달리 사고보다 암기의 비중을 더 크게 둔 방식이다.

답안작성의 경우 일률적인 목차를 모든 문제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문제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는 있어도 큰 틀은 개념, 판례, 사안포섭 3가지로 크게 나누어 유지했다. 김씨는 목차가 곧 답안의 인상과 결부된다며 중요시했다. 또 모범답안의 틀을 많이 베낄 것을 권하며 “좋은 것들만 모방하다 보면 그것이 고유의 방식이자 요령이 된다. 혼자 고민해서 참신한 걸 창조하기엔 시간이 우릴 쫓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한 질문에 “AI 프로그램이 되어 봅시다”라고 답하며 ‘자기객관화’, 다른 말로 ‘메타인지’를 언급했다. 그는 “모든 수험생들이 어느 시점에 반드시 ‘한계’에 봉착한다. 더 오르지 않는, 높은 벽을 무조건 만난다”며 “다행스럽게도 그 한계는 시간을 들이면 넘을 수 있다. 자기객관화가 이를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쉽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설명이라 고개가 갸웃해지는데 그는 자기객관화의 예를 들며 설명을 해줬다. 어떤 문제를 틀리거나 답안에 부족함이 있을 때 ‘논점을 오해했는데 그 이유가 된 지점이 뭐지?’, ‘왜 누락한 걸까, 급했나? 덤벙덤벙 읽었나? 까먹었나?”, “왜 틀렸지? 조급해서 그런갑다 하고 혼자 결론을 무지성으로 단정지었나?’ 등 “왜 그렇게 풀었을까”를 아주 세심하게 재조립하는 과정이 바로 자기객관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사고 과정에서 안 좋은 습관, 단점, 자주 놓치는 포인트들을 디버깅하듯이 하나하나 고쳐 나가야 한다”며 “슬프지만 수험기간만큼은 스스로 AI가 됐다고 생각하고 이해 단계에서 코드 작성 및 리뷰, 암기 단계에서 코드를 직접 돌려 보고, 풀이 단계에서 디버깅 작업을 거쳐 버그 없는, 어긋남 없는 온전한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 적어도 그런 방향성을 가지면 좋겠다”고 수험생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수석 합격자라고 해서 수험생활이 쉽고 즐겁지는 않다. 당연한 일이다. 김씨도 학원 등수가 낮게 나오면 자신의 무능함에 힘겨워하기도 하고 또 높게 나오면 좋아했다. 그가 힘든 순간을 견딘 방법은 정공법이었다. 공부를 해서 성적을 높이는 것.

‘슬럼프’에 대해서는 너무 두려워하거나 기피하지 않으려 했다. 슬럼프가 오면 억지로 이겨내려 하기보다 마음을 다스리며 푹 쉬고 차라리 슬럼프가 ‘아닌 기간’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김씨는 “슬럼프 때 공부 못 할 걸 걱정하지 말고 슬럼프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정도의 공부를 평소에 쌓아 놓는 게 이상에 가까운 현실”이라며 중독되지 않는 수준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되 다만 건강 관리에는 신경을 쓸 것을 조언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 불안을 느끼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김씨는 “나도 두렵고 불안했다. 켜켜이 보이는 빈틈에 마음이 새 나간 날들은 세기도 어렵다”며 공감을 표현하며 “많은 걸 내걸고 또 포기하고 열심인 마음들을 안다. 실은 다 부질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상적이고 수험에 맞지 않는 말로 들리겠지만 그럼에도 행복하길 바란다. 귀한 마음들을 허튼 곳에 버려두지 않길 정말 그러길 바란다. 꼭 빛나는 별이 되지 않아도 된다. 한낱 돌덩이도 그 별빛 바라보며 달이나마 될 수 있으니까. 그저 소중한 자신이다”라고 진심을 담은 응원을 전했다.

수험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억으로 김씨는 “평소에는 서로 놀리기 바쁜 막역한 친구들이 시험 때는 진중하게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많이 짙다”고 했다.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드러나는 대답이다. 이 같은 마음은 앞으로의 포부 안에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부와 명예를 양손 가득 넘치도록 담은 변리사도 좋다. 하지만 행복하는 데 온전함을 쏟고 싶다. 무엇보다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혼자 행복하긴 싫어서 그들을 끌어안을 만큼을 위해 기어코 커다란 사람이 돼야 한다면 그것은 비로소 나의 포부가 될 것”이라는 그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행복한 커다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펼칠 시간이다. 어쩌면 수험생활보다 더 고될 수도 있는 길의 시작점에서 김씨는 고마운 이들에게 간결하면서도 열렬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글을 읽으실 저의 모든 지인 여러분들에게 발끝부터 끌어올린 감사를 드립니다. 한 분 한 분 저의 지탱이자, 의미이셨습니다. 그 옆으로 이제 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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