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과 손잡고 처리를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이 이번 정기국회 최대 쟁점 법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소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말한다.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하자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천 원이 담긴 노란 봉투를 보낸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무리한 손배‧가압류로 인해 노동자의 파업권이 심각히 침해받고 있어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과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22개 입법과제에 포함했고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을 통해 강행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은 법안의 취지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법안은 한 마디로 선의로 포장한 전형적 대중영합주의 법안이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유일한 불법 파업 대항 수단을 제거하고 불법 쟁의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청 노조의 대우조선해양 불법 점거로 8천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사태가 재발해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노조의 정당한 쟁의 행위가 아닌 불법 행위까지 면책함으로써 불법 파업을 조장할 우려까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취지라면 왜 이 법안을 문재인 정부에서 밀어붙이지 않았던가? 민주당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하에서 그것도 거대 의석을 가지고도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시도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도 이 법안이 불법을 조장하고 현행 노동법 체계를 뒤흔드는 등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제 야당이 되고 나서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노골적인 정략적 의도로 읽힌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외치지만, 행동으로는 하나같이 포퓰리즘 법안에 골몰하고 있다. 노란봉투법도 나라 경제가 거덜 나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귀족 노조의 지지만 얻으면 된다는 계산이다.
발의된 노란봉투법 법안을 보면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이라도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가 아니라면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민주당은 폭력·파괴 행위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변명하지만, 노조원들이 회사 시설과 기물을 파괴해도 노조 차원에서 계획한 것이라면 회사는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또 소송으로 노조 존립이 불가능해지면 소송을 청구할 수 없게 돼 있는 등 폭력‧파괴로 인한 손해도 사실상 배상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들이 담겨 있다. 대형 폭력·파괴 사태를 일으켜 회사 손해액이 커질수록 노조가 소송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경우로 확대하고, 노동 쟁의 대상 범위를 넓히는 조항도 기존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든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회사가 망하든 노조 천국을 만들 이런 일방적인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국민을 볼모로 벌이는 거대한 귀족 노조의 불법 파업은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여론의 비판이 따갑다. 기울어진 노사 관계의 불균형으로 기업 하기 힘들다는 기업인들의 하소연도 잇따르고 있다. 노조 천국으로 만들 노란봉투법은 헌법과 법치를 부정한다. 불법행위로 피해를 보았는데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면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불법행위에 면책을 주는 건 법치 파괴일 뿐이다. 민주당은 야당이니 기업과 노사 관계가 엉망이 되고 불법 천지가 돼도 책임이 없다는 식이면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