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2021년 제58회 변리사 수석 윤지수씨 “매일 조금의 차이가 결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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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 2021년 제58회 변리사 수석 윤지수씨 “매일 조금의 차이가 결과를 만든다”
  • 윤지수
  • 승인 2021.11.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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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제58회 변리사시험 수석 합격 윤지수씨장유고 졸업/한양대 생체공학과 3학년 재학
2021년 제58회 변리사시험 수석 합격 윤지수씨
장유고 졸업/한양대 생체공학과 3학년 재학

Ⅰ. 들어가며

불과 일주일 사이에 제 인생에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불합격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던 제가 이제는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합격 수기를 쓰고 있습니다. 시험 결과가 나오고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바뀌었지만, 아직도 저에게 붙여진 타이틀이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저를 보면서 ‘저렇게 평범한 사람도 해냈는데, 나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해낼 수 있겠구나’ 하고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보다 훨씬 더디고 부족했던, 한 수험생의 3년 6개월간의 이야기가 힘든 하루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Ⅱ. 1차 공부방법

1. 첫 번째 1차 (민법: 95 / 산재법: 95 / 자연과학: 55)

첫 번째 1차의 경우 2학년을 마치고 3월부터 1년간 준비했습니다. 이때 저는 변리사 시험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한빛학원의 설명회를 동영상으로 듣고 계획을 세웠던 것 같습니다. 민법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의 기본강의를 하나씩 순서대로 들었고, 매일 저녁 시간에는 자연과학을 공부했습니다.

첫 번째 1차를 공부할 때, 저는 법 과목을 이해 위주로 깊이 있게 공부했습니다. 시험 막바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컴팩트한 준비가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평소에 공부할 때는 조금의 분량을 나가더라도 차근차근 하나씩 이해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확실하게 이해가 된 것들은 다음번에 볼 때 빠르게 읽고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시험 직전 1회독을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저의 법 과목에 대한 기본기가 처음 1차 공부를 하던 1년 동안 많이 쌓인 것 같습니다.

2. 두 번째 1차(삼시) (민법: 92.5 / 산재법: 97.5 / 자연과학: 70)

(1) 총론

이번 삼시는 기득 2차 시험이 10월 말에 끝났기 때문에 곧바로 1차 공부를 시작하기에도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습니다. 시험 연기로 인해 기득 수험기간도 길어진 터라 이미 많이 지친 상태이기도 했고, 쉴 틈 없이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저는 첫 번째 1차 시험 막바지에 1차의 감을 확실히 잡았기 때문에 실전에만 최적화된 형태로 컴팩트하게 두 번째 1차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2) 민법

시험 직전의 최신 판례강의를 제외하고 강의를 별도로 수강하진 않았습니다. 예전 1차 때 공부했던 알짜 민법 책과 법전을 보면서, 기출문제 400제를 풀었습니다. 제가 3년 전 1차 공부를 하면서 민법 공부에 대해 막바지에 확실히 감을 잡았던 건, ‘방대한 양이라도 강약조절을 하면 적은 분량으로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시험장에 들고 간 민법 단권화 자료는 ‘기출문제 400제’라는 책과 ‘최신판례 프린트물’이었습니다. 기출문제 400제에는 변리사 시험의 10개년 기출문제가 단원별로 분류되어 짤막한 풀이와 함께 수록돼있습니다. 알짜민법을 한 번 쭉 1회독 하고 나서부터는 바로 이 기출문제 400제를 풀면서 어느 단원에서 문제가 많이 나오는지, 즉 중요한지를 선별했고, 어느 단원은 방어적으로만 봐야 하는지 분류했습니다. 매년 출제될 정도로 빈출되는 파트는 알짜민법을 펴서 기출 선지에 나오지 않은 판례까지도 꼼꼼하게 학습하고, 10년간 한두 번 밖에 기출되지 않은 파트는 해당 기출문제의 선지만 눈에 바르는 식으로 차등을 두었습니다.

민법이 특히 기출된 선지들이 2~3년 텀을 두고 돌려가면서 계속 출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출로 단권화를 하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기출문제집은 깨끗한 노트에 답을 표시하면서 2번 정도는 깨끗하게 풀었고, 답이 어렴풋이 기억날 때쯤 단권화를 했습니다. 단권화는 문제의 선지 아래 여백에다 추가적인 판례나 헷갈리는 개념을 적어두고, 다른 해 문제와의 비교를 적어두는 등의 방식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시험 직전에도 기출 400제를 쭉 훑어보면 10년간의 변리사시험 기출 선지를 모두 익힘과 동시에 오답노트, 추가 판례 문구까지도 학습이 되도록 컴팩트하게 준비했습니다.

(3) 산재법

마찬가지로 최신 판례를 제외하곤 강의를 듣지 않았습니다. 책은 이지 기본서와 기득 때 공부했던 2차용 서브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특상은 제 서브를 봤고 디자인 보호법만 1차 때 공부했던 김인배 변리사님의 시험용 자료를 봤습니다. (디자인 보호법의 경우 2018년도에 봤던 책이기 때문에, 학원 홈페이지에서 2년간의 추록을 오려 붙여 보충했습니다)

2차를 공부하던 수험생이 다시 1차를 칠 때 산재법에서 부족한 것은 특상디의 기본 개념이라기보다는 ‘지엽적인 법조문’과 ‘절차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은 2차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기 때문에 휘발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1차에서는 ‘월과 일을 바꿔서 출제’한다든지, ‘특허청장과 특허심판원장을 바꿔서 출제’한다든지 하는 지엽적인 부분들이 매년 기출됩니다.

따라서 제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특상 ‘기출문제집으로 단권화’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책의 여백이나 문제를 실어놓은 방식들이 제 기호에 맞는 기출문제집을 골라서 민법 기출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단권화해서 컴팩트하게 1차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또한 기득이었을 때 어려웠던 테마들, 예를 들어 특허의 PCT나 상표의 지표단, 지표증, 마드리드 등을 이지 기본서를 참고하여 깊이 있게 공부했습니다. 이런 테마들은 한 번 날 잡고 정리를 해두면 향후 복습을 할 때도 빠르게 회독이 되어서 자신감이 생깁니다. 기득 때는 매주 반복되는 GS 시험 사이클을 버텨내기에도 벅차서 시간이 없었는데, 삼시 때 1차 공부를 하면서 해당 파트들을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실제로도 삼시 때 실전 GS에 들어가면 위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모두 학원 모범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4) 자연과학개론

자연과학개론은 범위도 광범위하고 예전 1차 때도 공부를 하나 안 하나 점수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방어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과목별로 단원의 목차를 보고 나와도 풀 수 있을 것 같은 단원만 객관식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시험장에서 확인할 공식들을 A4에 몇 장 정리해서 시험장용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대신 지구과학은 공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공부시간에 비례해서 점수를 올리기 쉬운 과목인 것 같습니다. 객관식 문제집도 다 풀어보았고, 이민경 강사님의 기출문제 자료를 3번 정도 풀었던 것 같습니다. 친오빠가 지구과학 전공의 과학 교사여서 매일 오빠한테 전화나 문자로 질문을 하면서 공부했습니다.

(5) 기타 팁

제가 생각했을 때 1차는 눈으로 하는 공부이고, 내용 암기가 2차처럼 되어 있지 않더라도 답만 찾아내면 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히 고득점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는 제가 그동안 쌓아온 법 과목에 대한 기본기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완전히 처음 1차를 진입하시는 분들께서는 차근차근 법 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올리는 것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다만 삼시를 시작하여 시간이 많이 촉박하신 분들은 저처럼 실전에만 최적화된 형태로 준비를 하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Ⅲ. 2차 공부방법

1. 동차 (민소: 33 / 특허: 29 / 상표: 46 / 회로: 33)

(동차 때의 점수는 파일을 찾을 수가 없어서 생각나는 대로 적었습니다) 저는 동차 생활을 수험에 적합하지 않은 방법으로 그저 열심히만 했습니다. 이때는 쓰기 연습도 거의 해보지 않았는데, 내용만 알고 있으면 답안지를 쓰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GS 자료는 점점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데 단권화의 요령이 없어서 마구잡이로 공부하다 보니 파이널 때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습니다.

결국 시험장에서도 법 과목 모르는 문제는 아예 백지로 냈었고, 시간이 남아서 옆 사람 쓰는 걸 구경하다가 ‘내년에는 나도 저렇게 쓰자’ 하고 다짐만 하고 왔던 것 같습니다. 동차 때는 수험용 공부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해서 저조하게 성적을 받았습니다.

2. 기득 (민소: 59.33 / 특허: 49.66 / 상표: 51.33 / 회로: 34.66)

(1) GS 시즌 전 공부

1) 기본기 쌓기

본격적인 GS 시즌 (1~2월)이 시작되기 전에 저는 기본기를 쌓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기본기란 ‘내가 고른 서브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이해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기간에도 공부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는 것을 지양했습니다. 수험적으로 요구되는 기본기는 그렇게 깊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부족한 법 과목의 기초 GS를 들으면서 제 서브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해'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2) 단권화의 밑작업

12월이 되면 새로운 서브들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제가 선택한 서브를 구매하여 단권화의 밑작업을 했습니다. 책의 목차별로 다른 색깔 형광펜을 칠하고, 각주는 시각적으로 도형표시를 해두는 등으로 제 눈이 몇 초라도 서브를 더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밑작업을 했습니다.

3) 민소 / 선택과목 준비

민소는 본격적인 GS 시즌에 앞서서 조금 더 풍부하게 공부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민사소송법 대형 강사님의 두꺼운 책을 하루에 40페이지씩 이해하고 해당 파트를 핵심 민사소송법으로 확인하면서, ‘실제 답안지 분량은 이 정도로 쓰는구나’ 감을 잡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선택과목의 경우에도 본격적인 GS 시즌이 시작되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시기에 테마회로를 풀면서 최대한 문제를 많이 풀었던 것 같습니다.

(2) GS 시즌 후 공부

GS 시즌이 시작되고, 시험의 막바지로 갈수록 저는 ‘양을 줄여나가는 공부’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올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주제들을 실전 GS를 들으면서 매주 분류했고, 이를 S급, A+급, A급으로 나눠서 1회독을 하더라도 차등을 두도록 했습니다. 중요한 주제는 반사적으로 나오도록 날카롭게 다듬고, 덜 중요한 주제는 출제가 되더라도 어떻게든 써낼 수 있도록 서브를 회독할 때 눈에 익혔습니다. 즉, 강약조절을 하면서 올해 시험에 최적화된 공부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시험 두 달 전

시험 두 달 전, 저는 지금까지 풀었던 실전 문제들을 한 번씩 목차를 빠르게 잡아보면서 GS 단권화를 했습니다. 다시 풀어도 틀리는 문제들은 선별해서 반복적으로 풀었고,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문제들은 버렸습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그동안 들었던 GS 문제를 풀고 버리기를 반복하면 과목별로 제가 약한 문제들이 10문제 안팎으로 추려졌습니다. 그 문제들은 자투리 시간에 반복해서 머릿속으로 목차를 잡아보면서 정복을 하여 빈틈없이 준비했습니다.

(4) 시험 한 달 전

시험 한 달 전, 저는 서상철 변리사님께서 수업 시간에 알려주신 ‘Shadowing’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Shadowing 이란, 시험 전 일주일과 동일한 패턴으로 미리 몇 번을 살아보는 것입니다. 주중에 계획해둔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실제 시험장이었던 여의도중학교 근처 스터디 카페에 가서 시험을 쳤습니다. 그렇게 첫 주를 살면서 수정해야 할 부분을 피드백하여 그 다음 주도 살아보고, 또 다시 피드백하여 실제 시험 전 일주일을 살았습니다. Shadowing 덕분에 저는 실제 시험 전 일주일을 거의 시행착오 없이 보낼 수 있었고, 시험 장소인 여의도중학교가 익숙하게 느껴져서 긴장감도 거의 없이 시험을 칠 수 있었습니다.

3. 삼시 (민소: 74.33 / 특허: 60 / 상표: 55 / 회로: 55)

(1) 삼시를 결정한 계기

저는 기득 회로 시험을 치르는 고사장에서부터 ‘아, 패스 못 하겠구나’ 직감을 했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기득 시험을 회로 과락으로 합격을 꿈꿔볼 수도 없게 되니 박탈감이 밀려왔습니다. 더욱이 작년 2차 시험의 연기로 인해 다음 해 1차 시험까지도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 놓이게 돼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삼시를 결정한 계기는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가 제가 그만두는 것을 말려서도 있고, 저 역시 이 공부를 하면서 쌓아온 저만의 노하우들을 버리고 나가기 아깝게 느껴졌던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기득 시험을 치고 나서 저는 ‘합격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에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고, 세상에서 저라는 사람이 소외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시험을 준비했던 시간 때문에 작아진 제 자신을 보는 것이 그 당시에는 참 힘들었습니다.

저의 삼시는 공부법 자첸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었지만, 지난 시간의 트라우마들을 떨쳐내고 저를 치유하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험기간 중에도 ‘결국 불합격으로 이 시험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내가 하는 공부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 시간 속에서 의미를 찾으면서 공부했습니다.

(2) 2차로 다시 돌아왔을 때의 적응기

‘1차 공부를 하다가 다시 2차 공부로 돌아와서 실전 GS를 쓸 때 어떻게 적응을 했는지’ 에 대해 삼시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의 경우는 이번 삼시가 기득 2차 종료를 기준으로 11월부터 2월까지의 공백기밖에 없었기 때문에 답안지를 쓰는 감각이 많이 휘발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삼시 1차 준비를 하면서는 따로 2차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각 과목의 실전 GS를 처음 들어갔을 때는 당연히 버벅거리기도 하고, 최신 이슈에 대해서 완전히 논점 이탈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삼시생이 되어서 각 과목별로 실전 GS를 처음 들어갔을 때 첫 주 (1,2회차)는 멘탈관리 차원에서 답지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일주일 정도 주중에 지난해 실전 GS 문제들의 목차를 잡아보고, 제 서브를 1회독 하고 실전을 들으러 가니까 2주차부터는 기득 막바지의 실력으로 시험을 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회로스터디

저는 기득 때 회로 과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삼시를 준비하는 내내 회로이론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삼시를 시작하면서 선택과목을 바꿔볼까 고민도 했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게 느껴져서 바꾸지 못했습니다) 회로이론의 공부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처음으로 스터디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58회에 합격하신 이재량 변리사님과 주 2회 학교도서관에서 만나서 실전 GS를 풀고 서로 틀린 것을 설명해 주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원래는 서로의 풀잇법을 공유하려는 취지이긴 했으나, 이재량 변리사님께서 공학적 감각이 굉장히 뛰어나셔서 거의 일대일 과외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회로 스터디를 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은, 회로이론과 같은 공학과목은 공부시간과는 별개로 센스가 탁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통해서 빠르게 실력을 키워가는 게 굉장히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재량 변리사님의 문제 접근방식, 계산기 사용법 등을 옆에서 보면서 최대한 따라 하면서 공부했고, 덕분에 이번 시험에서 회로 패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Ⅳ. 교재 선택 및 단권화 방법

1. 교재 선택 기준

우선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느 책을 선택하든 ‘모든 내용이 포함된 책도 없고, 모든 내용이 빠져있는 책도 없다’는 점입니다. 모든 서브가 완벽하진 않기 때문에, 저는 빠지거나 미흡한 부분을 GS를 들으면서 하나씩 채워가며 저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책을 보지 않는다고 불안해하지 마시고, 본인이 선택한 책과 그 책을 쓰신 강사님을 믿고 시험에 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선택한 기준은 ⅰ) 여백이 충분히 있어서 추가적인 필기를 할 수 있는가 ⅱ) 목차 배치가 내 답안 스타일과 부합하는가 ⅲ) 컴팩트하게 바로 답안지에 쓸 수 있는 분량으로 적혀있는가 등 이었습니다. 특히나 저는 컴팩트하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ⅲ의 기준을 중심으로 책을 선택했습니다.

2. 민사소송법 : 핵심 민사소송법(심영식 저)

대형 강사님의 책도 정말 좋은 책이지만 저는 얇은 책이 좋아서 핵심 민사소송법으로 단권화했습니다. 민사소송법의 단권화 방법은 ⅰ) 목차를 색깔을 달리하여 형광펜 칠하고 ⅱ) 실전 시즌에 여러 강사님 GS를 들으면서 알게 되는 최신 판례를 간단하게 여백에 인쇄해서 붙이고 ⅲ) 어떤 강사님의 몇 년도 GS 출제 논점인지를 책에다 표시해두고, (예를 들어 재판권의 물적범위 파트가 21년도 심영식 변리사님 강의에 나왔다면 해당파트 옆에 21심이라고 표시했습니다) ⅳ) 판례들의 두문자를 직접 따서 표시하고 ⅴ) GS에서 틀린 문제는 내가 왜 틀렸는지 표시 (예를 들어 소취하랑 상소취하를 헷갈려서 틀렸다고 하면 소취하 부분에다가 ‘상소취하랑 헷갈리지 말자’고 간단히 적어두었습니다) 등의 방식으로 했습니다. 실전 GS에서 강사님들별로 중요하게 뽑는 주제를 참고해서 제가 직접 S급, A+급, A급 주제를 분류했고, 주제별 차등을 두어 암기의 정밀도를 높이도록 했습니다.

저는 한 과목씩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길면 한 달 이상 다른 과목을 못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다시 민사소송법을 보게 됐을 때 얇은 서브의 1회독으로도 방대한 민소에 대해서 실전 감각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저만의 책을 만드는데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시험 일주일 전 회독과 1일차 시험날 저녁에는 제 서브를 4시간에 1회독 할 수 있도록 평소에 성실하게 암기와 이해를 해두었습니다.

3. 특허법 : 상상 특허법(서평강 저) + Top10 자료집(서상철 변리사님) + 기출 11개년

특허는 첫째 날 첫 과목이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될 것 같아서 3법 중 단권화를 가장 열심히 했습니다. 저는 상상 특허법과 서상철 변리사님의 Top10자료집, 기출 11개년의 자료로 단권화를 했습니다.

서브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상상특허법은 ⅰ) 수험 내용이 컴팩트하게 기술되어있고, ⅱ) 두문자도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ⅲ) 목차 배치가 답안지 서술용으로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서 기득 때 선택을 했습니다. 삼시 때 아쉽게도 상상특허가 절판이 됐는데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직접 추록을 만들었습니다. (상상특허와 유사한 스타일의 책으로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은 서상철 변리사님의 ‘정상특허법’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쭤보니 상상특허법의 업그레이드 개념으로 제작한 책이라고 합니다) 서브에는 강사님들께서 GS에서 알려주시는 최신 이슈를 붙이거나, 추가적인 두문자를 따거나 했고, 마찬가지로 테마별 중요도를 S, A+, A급으로 분류해서 서브 회독 때 차등을 두어 공부했습니다. 특허는 유독 예상 논점이나 출제 사이클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이 중요도 분류를 굉장히 고민하고 공을 들여서 했던 것 같습니다.

Top10 자료는 어느 강사님 실전 GS를 들어가든 나눠주시겠지만, 저는 서상철 변리사님 자료가 마음에 들어서 기득 때부터 해당 자료로 공부했습니다. 서상철 변리사님의 Top10자료에는 판례의 원문과 더불어 해당 판례를 어떻게 답안지에 현출해야 하는지까지 정리가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답지에 쓸 목차를 차용하기에 좋았고, 판례의 분석 및 답안 현출법을 배울 수 있어서 새로운 판례를 스스로 분석할 때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출문제는 큐넷에서 11년 치를 전부 인쇄해서 소책자처럼 만들었습니다. 저는 특허 기출문제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서 반복적으로 목차를 잡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2개년 정도씩 한 년도당 40분 정도 목차를 잡아서 11년 치를 모두 풀어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텀을 두고 두 번째 때는 하루에 3개년씩 한 년도당 30분 정도 목차를 잡았습니다. 다음 번에는 하루에 4개년을 목차를 잡습니다. 이때 아무리 반복해도 틀리는 건 또 틀렸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문제들이 얼추 다 기억이 나서 시간을 재고 목차 잡는 것이 의미 없겠다 싶을 때 쯤에 기출 단권화를 했습니다. (기출 해설은 정상특허법 사례집 뒷부분의 ‘기출문제 풀이편’을 참고했습니다)

기출 단권화의 방식은 각각의 문제별로 옆에다가 코멘트를 다는 것입니다. 이때 코멘트는 올해 시험에 최적화된 형태로 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51회 때도 나왔는데 올해 시험에서도 S급 주제였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문제 옆에 ‘올해 128조 2항 개정법 이 유형으로 나올 수 있음’ 이렇게 적고 S급 형광펜을 칠했습니다.

FRAND 같은 짱돌 문제는 현재 그 문제를 풀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해당 문제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해당 년도의 ‘이슈’여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올해 나올 수 있는 이슈들 즉, AI 발명자성, 특허괴물 등을 코멘트로 적어 놓았습니다. 민소를 응용해야 하는 재심 같은 짱돌 문제도 출제된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게 나오면 법조문을 펴서 풀어라’ 처럼 실제 시험장에서 제가 어떻게 대처할지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올해 시험에 최적화된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시험 막바지에는 기출 11개년을 쭉 훑으면서 머릿속으로 목차를 잡고 코멘트를 읽어보는 식으로 회독을 했는데, ‘11년 동안 어떤 해의 특허 시험을 쳤어도 나는 합격할 수 있을 만큼 준비된 상태다’ 라는 긍정적인 자기암시가 됐던 것 같습니다.

4. 상표법 : 길 상표법(정진길 저) + 판례집 직접 제작

저는 상표 서브로 정진길 변리사님의 길 상표법을 선택했고, 판례 공부를 위해서 주요 판례를 선별해 원문을 분석한 저만의 판례집을 직접 제작했습니다.

상표는 판례를 풍부하게 공부하는 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민소나 특허에 비해서 요구되는 기본 개념은 굉장히 적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차 때부터 길 상표법을 기본서로 삼고, 상표법의 기본 개념들은 가능한 한 컴팩트하게 공부했습니다.

판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저는 판례의 분석방법을 김세원 변리사님의 실전 GS 수업을 들으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판례의 원문을 보다 보면, 어느 정도 판례의 기본 구조가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유사판단을 하는 판례라면, 유사판단의 일반적인 방법에 대해 정형화된 문구가 나옵니다. 그리고 해당 사안에서 쓰는 판단 방법 (요부관찰 혹은 분리관찰)이 나오고, ‘설시한 법리를 활용해서’ 풍부하게 사안포섭을 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판례는 기본적인 판례입니다.

이제 시험에 출제될 수 있는 판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글리아타민 판례의 경우 똑같이 유사판단을 하는 판례이지만, 이 판례만의 특유한 판단 법리가 있습니다. 바로 ‘유사판단의 주체적인 기준’을 의사나 약사와 같은 전문가의 인식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허니버터칩 같은 판례는 34조 1항 11호의 판단 부분에서 저명상표의 판단기준 설시에 앞서 ‘저명상표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구들은 그 판례에서 설시한 특유한 부분이기 때문에 저는 이를 반드시 목차로 현출시켰고 (이를 목차 네이밍이라고 불렀습니다), 판례 문구를 직접 두문자를 따서 암기하여 풍부하게 기술하였습니다. 또한, 판례의 ‘판시사항’을 통해서 해당 판례가 어떻게 문제화될 수 있는지까지도 예상 해가며 미리 목차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저만의 상표 판례집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판례가 주요 판례인지는 실전 GS에 들어가면 강사님들을 통해 알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5. 회로이론 : 공식 암기노트 직접제작

회로이론의 경우 작은 노트에다가 단원별 기본 개념과 공식을 정리해서 암기노트를 직접 제작했습니다. 개념의 뼈대는 양진목 강사님의 교재를 참고했습니다.

Ⅴ. 답안작성법

1. 총론

3법 공통으로 답안 작성 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답안지가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즉 암기식 답안이 아니라, 내 앞의 문제에만 집중을 해서 푼 느낌을 주도록 했습니다. 묻는 바에 충실히 답하는 답안지는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일반론과 메인 논점의 분량 조절, 풍부한 사안 포섭, 민사소송법의 경우 문제의 소재 작성, 특허의 경우 문제에서 묻는 바를 목차로 세우는 등의 방법을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단순함이야말로 궁극의 정교함이다)’ 제가 좋아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입니다. 저는 이 말처럼 답안 작성 시에도 필요한 내용이 들어간 문장들을 최대한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기득 때는 답안지가 소위 ‘있어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저도 여러 기교를 부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삼시로 넘어오면서 제 답안지를 스스로 피드백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다 보니, 결국 간결함이 가장 정교하다는 것을 깨닫고 최대한 담백하게 답안지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2. 민사소송법

저는 개인적으로 민사소송법의 답안지 작성법에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특허나 상표는 완벽히 문제에 집중한 목차를 썼지만, (예를 들어 저는 특상 목차 자체에서 ‘乙에 대한 조치’, ‘甲이 A를 판매하는 것이 간접침해 여부’ 등 문제를 풀어가는 인상을 주도록 노력했습니다. ) 민소는 강사님이나 모범답안을 확인하더라도 목차를 컴팩트하게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목차는 특상보다 간략하게 기술을 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형식을 반드시 지켜서, ‘문제점’ 목차로 시작해서 ‘설문의 해결’로 끝맺음을 짓도록 했습니다. 문제점의 경우에는 2~3줄 정도로 간략하게 적되, 이하 논의할 논점을 소개하는 식으로 기술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동소송참가의 경우, ‘乙이 소송에 참가하는 경우 ‘합일확정의 요청’ 이 있어서 공동소송 참가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와 같이 간략하게 기술을 하되, 공동소송 참가의 요건 중에서도 ‘합일확정의 요청’을 중심으로 다룰 것임을 문제점을 통해 나타냈습니다. 설문의 해결 또한 1~2줄 정도로 짧게라도 반드시 기술하여 문제의 정답이 한눈에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사안포섭의 경우 저는 가능하면 풍부하게 작성을 했습니다. 이번 시험 문제 1의 경우에도 대위소송의 적법 요건(피보전채권의 존재, 보전의 필요성, 채무자의 권리 불행사)을 각각 독립된 소목차로 구분하여 사안포섭만 10줄 정도를 기술했던 것 같습니다. 사안포섭시에는 문제의 문구, 인물 등에 대해서 가능하면 자세히 포섭을 했는데, 이러한 경우 전체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어서 답안지의 인상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일반론의 경우 메인논점 대비 분량조절을 했습니다. 의의, 취지, 요건 같은 일반론은 메인 논점이 10이라면 2~3 정도로만 기술해서 ‘내가 이걸 충분히 암기해왔지만 메인 논점에 집중하기 위해 간략히 서술한다’는 인상을 주도록 했습니다.

학설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학설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고 수험생 때도 학설의 이름과 논거 1~2개 정도만 암기했고, 따로 두문자를 따서 암기한다기 보다는 학설의 이름으로부터 생각나는 의미대로 기술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학설 이름이 곧 학설 내용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 반면 판례의 경우는 대부분 두문자를 따 외워서 워딩을 정확히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3. 특허법

특허법은 서상철 변리사님의 실전 수업과 기출 특강을 통해 답안 작성법에 대한 감을 많이 잡았습니다. 서상철 변리사님께서 특허법 시험은 논리적 서술과 기계적 답안 사이에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기출 문제를 분석하다 보면 2~3년에 걸쳐서 반복해서 출제가 되는 논점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결합발명의 진보성 판단방법, 판례의 제항변, 조약우주, 국내우주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준비해둔 목차를 아무 생각 없이 적어낼 수 있을 만큼 연습을 했습니다. 중요하면서 빈출되는 주제는 시험장에서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특상은 특히나 매년 예상치 못한 유형의 문제가 반드시 출제되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그런 문제를 풀 시간을 벌기 위해 중요한 유형은 목차까지도 미리 암기를 해두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특허법의 경우 민사소송법과는 다르게 답안지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기술을 했습니다. 배점에 따라, 주어진 질문에 따라 그에 맞는 답안을 적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의 소재도 소배점의 경우나 논점이 이미 주어진 질문에서는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사례형 문제에서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목차에 현출시키거나, 날짜 등을 사안포섭에 꼭 활용하는 식으로 서술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허법에서 검토의 기술에 대해 저한테 질문을 주셨던 분들이 많았는데, 제가 정답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학판검의 틀이 있는 논점 (예: 특허권 공유의 법적성질, 일사부재리 판단시점, 중복소제기 판단시점)은 당연히 검토도 함께 기술을 하였지만, 나머지 주제에서 검토를 자주 적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수험생 때도 검토는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경우(판례의 태도에 대한 분석을 준비해둬서 적고 싶을 때)에만 기술했고, 준비한 검토 문구가 있더라도 배점이 적다면 과감히 생략하는 등으로 유연하게 기술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본인이 판례의 문구를 검토에 나눠서 기술하는 스타일이라면 자주 적으셔도 무관할 것 같습니다.

4. 상표법

저는 김세원 변리사님의 답안 작성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기득 때부터 변리사님의 스타일대로 답안을 썼습니다. 김세원 변리사님께서 기출특강에서도 말씀하신 바 있는데, 상표법은 문제의 유형별로 답안지 서술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상표법 문제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ⅰ) 판례형 문제 ⅱ) 사례형 문제 ⅲ) 단문형 문제로 준비했습니다.

우선 판례형 문제의 경우 하나의 판례가 대대적으로 출제되는 문제입니다. 저는 판례형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판례 원문을 읽고 치밀하게 분석했습니다. 판시사항을 통해 어떻게 문제화 될지를 예측해서 목차도 미리 만들어두었고, 해당 판례에서 설시한 특별한 문구는 판례 원문에 나온 분량을 통째로 옮겨 쓸 수 있을 만큼 풍부하게 암기했습니다. 다만 모든 판례를 이렇게 준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떠한 판례가 주요한 판례인지 여부는 강사님들의 실전 GS를 들으면서 확인했습니다.

다음으로 사례형 문제입니다. 사례형 문제는 소배점 다목차 형태로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상표법에서 대표적인 사례형 문제는 캐릭터/캐릭터 명칭, 지표단, 지표증, 특유상표, 마드리드입니다. 이러한 테마는 특별한 판례가 없기 때문에 항상 ‘등록가능성’과 ‘침해여부’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각 주제별로 조금 더 구체적인 정형 목차를 준비해두고 연습했습니다. 사례형 문제에서는 한 목차당 평균 1점, 최대 2점 정도의 분량으로만 작성하면서 ‘문제와 관련된’ 여러 논점을 가능한 한 많이 치고 지나가는 식으로 기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문형 문제입니다. 단문형 문제란 서브의 내용을 그대로 적고 오는 유형인데, 기출에서 소배점으로라도 꽤 빈번하게 출제되는 것 같아서 따로 준비했습니다. 저는 34조 1항 4호나 34조 1항 12호 같은 일반 조항, 상표의 유사판단, 상표권 공유의 법적 성질 등과 같은 주제들을 선별해서 단문으로도 적어낼 수 있을 만큼 암기했습니다. 올해 1번 문제에서도 ‘상표 사용에 대해 설명하시오’를 20점으로 낸 것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고배점이라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이러한 유형이 충분히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관련 지식을 최대한 써낼 수 있었습니다.

5. 회로이론

회로이론은 답을 맞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별한 답안작성법은 없는 것 같고, 어떻게 해야 계산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2시간 시험 시간 중 20분은 반드시 검산 시간으로 확보하여 실수를 방지했습니다.

6. 분량

답안지의 분량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기득 때는 답안지를 2권씩 쓰는 분들이 훨씬 실력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답안지의 분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실제 시험에서 ‘정확한 목차와 내용을 담은 16장짜리 답안’과 ‘두루뭉술하게 적어낸 20장짜리 답안’을 써야 하는 상황 중 선택을 한다면 저는 적게 쓰더라도 16장을 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올해 시험이 삼시였고, 그동안 목차연습을 충분히 한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한 목차’를 잡더라도 시간이 얼마 안 걸려서 답안지를 많이 써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시험 기준 3법 모두 18~21장 사이로 써냈습니다.

Ⅵ. 기타 수험생활 팁

1. 운동

저는 수험기간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운동’이었습니다. 어떤 하루든 헬스장에 가서 30분간 5km를 달렸습니다. (삼시 막바지에 두 달 정도는 헬스장 코로나 제한 때문에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못 해서 클라임 밀이라는 기구를 30분간 탔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학교 다닐 때보다도 체력이 길러졌고, 몸도 좋아졌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멘탈적인 부분입니다. 일단 운동을 하고 나면 어떤 감정이든 리셋이 됩니다. 지나치게 과열되거나 혹은 너무 우울할 때 5km 달리기를 하고 나면 성취감이 들어서 약간 기분 좋은 상태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활은 언더페이스나 오버페이스도 좋지 않고, 항상 일정한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은 매일 제가 적당히 기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력적으로도, 멘탈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2. 시간관리

(1) 자투리 시간

수험생활 동안 저는 법과목 암기를 책상 앞에서 하지 않고 모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했습니다. 자투리 시간이란, 길을 걸을 때, 밥 먹을 때, 양치질할 때, 머리 말릴 때,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잠들기 전까지 등 일상 속의 작은 시간들입니다. 저는 이때 두문자를 찍어둔 휴대폰을 보거나, 글자를 도저히 보고 싶지 않을 때는 제 목소리를 암기해둔 두문자 녹음파일을 반복재생하면서 암기를 했습니다. 녹음파일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간단합니다. 그날그날 외우고 싶은 두문자들을 20~30초 정도 되는 짧은 녹음파일로 만들어서 1.5~1.7배속 정도로 반복 재생해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10분만 멍하니 듣고 있어도 하나의 두문자를 20~30번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두문자가 외워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1배속으로 재생했을 때 녹음파일과 동시에 입으로도 말해지는 두문자들은 바로 지워가면서 암기 파일들이 휴대폰에 쌓이지 않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2) 공부시간

저는 집에서 공부를 했어서 독서실의 오픈 시간 등에 구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를 일찍 시작했습니다.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오후에는 공부하고 저녁 먹기 전까지 헬스를 갔습니다), 저녁 4시간의 12시간을 기본 틀로 공부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피곤해서 지켜지지 못한 날도 있었고, 열정이 앞서서 한참을 오버한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얼마나 공부하느냐’ 보다는 ‘얼마큼 집중해서 공부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순수 공부시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Ⅶ. 마치며

시험장에서 모든 걸 쏟아 붓고 나오는 길, 멀리서 보이는 가족들의 모습에 ‘드디어 끝이 났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길고도 긴 공부, 영원 같았던 저의 하루들이 정말로 끝났습니다. 끝은 기대했던 만큼 기쁘지도, 혹은 아쉬움에 씁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남지 않는 후련한 마음으로 ‘이제야 내일로 향할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8월의 저는 그런 기분으로 시험장을 나왔던 것 같습니다.

서툴고 부족했어도 최선을 다해 살아낸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어제보다 한 걸음씩만 더 나아가면 됩니다. 그런 하루가 10번, 100번, 1000번이 모여서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결국 가능한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제가 지난 3년 반의 수험생활 동안 얻게 된 교훈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어떤 힘든 상황 속에 있더라도, 결국엔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그 모든 것을 이겨낼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이 내년엔 꼭 빛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면서, 저는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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