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합격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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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합격자 발표
  • 김용욱
  • 승인 2021.11.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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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김용욱 <br></strong>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얼마 후면 5급 공채 최종 발표가 있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발표도 앞두고 있는 듯하다. 남들 다 붙는다는 운전면허 시험도 합격하면 무척 기쁘다.

합격자 발표 방식도 그간 조금 바뀐 듯하다. 필자가 기억하는 가장 클래식한 합격자 발표는 명단을 서점이나 학교 운동장에 게시하는 것이다. 대학 입학할 당시 합격자 명단이 학교 운동장에 걸렸다. 지금 세대는 도저히 실감이 안 되겠지만, 나의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학을 직접 버스를 타고 찾아가야 했다. 사법시험, 행정고시를 봤다면 족보에 나올만한 핫플레이스인 S모 서점에 걸린 명단을 두 눈 빠지게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는 과정은 매우 피말리는 잠깐의 순간이었다. 종이에 적혀있는 내 이름을 찾아야했으니 검색기능이 있을 리 만무하다. 다른 합격자의 이름 하나하나를 보면서 내 이름이 어디 있는지를 찾는 것인데,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명단을 보다가 드디어!!! 내 이름 석자가 눈에 들어오면 자동 반사적으로 환성부터 터지게 되었다. 펄쩍 펄쩍 뛰는 친구들도 있다. 대입 때에는 아직 어린 시절이니 부모님과 직접 확인하게 되어 그 기쁨을 생생하게 같이 누리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한 것이 합격자 명단 확인하면 더 볼 것도 없는데... 몇 번이고 보고 또 보곤 했다. 수험번호와 이름을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혹시나 동명이인이 아닐지, 내가 내 수험번호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되묻곤 했다. 합격자 명단이 손으로 쓰는 것에서 타이핑한 서면으로 대체되는 시기를 보냈는데, 합격의 기쁨은 손으로 휘날린 명단에서 내 이름을 발견할 때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연식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지금도 운동장에서, 서점에서 내 수험번호와 이름을 확인하던 시절 합격의 기쁨이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등에서도 그 방식으로 한동안 합격자 명단을 공개했다. 실제 발표 시점이 오전 10시쯤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발표 때까지 잠도 안 오고 기다리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방식 중 하나가 같이 공부한 친구들끼리 밤새 술을 퍼마시는 것이었다. 같이 공부한 동료와 밤새 오전까지 진탕 마시고 혼미한 정신으로 비틀비틀 합격자 명단이 걸려있는 S서점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명단을 확인한 뒤에는 바로 졸도. 그 졸도와 함께 합격의 기쁨도 불합격의 슬픔도 비몽사몽간에 해소가 된다. 물론 음주를 권장할 것은 절대절대 아니지만 나름 구디즈 올디즈 낭만 시대의 합격 확인 방식이었다.

어렴풋한 기억에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합격자 확인 방식은 지금과 유사해졌다. 인터넷에 명단이 뜨는 것이다. 그러면서 합격자 명단이 걸리던 명당의 지고지엄한 위엄도 사라져갔다. 감정적으로 달라진 가장 큰 차이는 내 운명의 결정 시간이 너무 짧고 허무하게 결정난다는 것이다. CTL+F 키를 누르고 그 다음 내 이름을 쓰고 엔터를 탁 치는 순간 0.1초도 안되어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합격이면 무엇인가 창이 뜰 것이고, 합격이면 화면에서 위치가 찾아질 것이다. 어렸을 적 명단에서 다른 합격자 이름까지 하나하나 읽어 가며 상당시간 동안 내 이름을 계속 찾았던 그 느낌과는 참 많이 달랐다.

예전과 달리 개인별로 안내를 한번 보내주는 서비스가 생긴 것도 꽤 오래되었다. 앞으로 합격자 발표 방식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합격자 발표 방식이 어떻게 바뀌든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합격하느냐 마느냐” 일 것이다.

되돌아보면, 우리 삶에서 10대와 20대가 힘들었던 것은 시험이라는 제도에 나를 맡겨야하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모든 노력의 성과물을 그때그때 확인하지 못하고 오로지 합격자 명단에 있는 내 이름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우리의 일년을 힘들게 했다. 물론 합격 이후에는 많은 것이 달라지는데 그런 기쁨을 누리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맛일 것이다.

수험생 하나하나의 수험생활 이야기를 들으면 밤을 새도 끝이 없다. 어쨌든 합격자 발표는 될 것이다. 곧 다가올 떨리는 진실의 순간에 각자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혹여나 아직은 나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용기와 힘을 잃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비록 험한 세상에 던져졌을지라도, 젊음 하나만이라도 가졌다면 언제고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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