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1년 변리사 수석 합격 윤지수씨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법에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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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1년 변리사 수석 합격 윤지수씨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법에 매력”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11.16 15: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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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제58회 변리사시험 수석 합격 윤지수씨장유고 졸업/한양대 생체공학과 3학년 재학
2021년 제58회 변리사시험 수석 합격 윤지수씨
장유고 졸업/한양대 생체공학과 3학년 재학

수험 적합적 공부·탄탄한 기본기 등 어우러져 고득점
“입체적이면서 간결하고 정교한 답안 작성 위해 노력”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땅 위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나무는 어지간한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킨다. 인고하며 무럭무럭 자라난 나무는 그늘을 드리워 지친 이들의 쉬어갈 공간이 되어주기도 하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어 주림과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그런 뿌리 깊은 나무를 사람으로 바꾸어 본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아닐까. 2021년 제58회 변리사시험 수석 합격의 영광을 거머쥔 윤지수씨의 수험생활과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건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장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생체공학과에 진학해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윤씨는 대학 2학년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변리사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연구직을 하기 위해 석박사로 더 공부를 해야 하나, 취업을 해야 하나, 고시에 도전을 할까 등등 여느 대학생들과 같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중 시험에 합격한 선배를 통해 변리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성격상 내 몫을 해내는 일이 좋았고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있었다. 변리사라는 직업은 매 출원마다 새로운 발명을 접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를 하며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내가 대할 고객들이 자신들의 발명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니 거기서 느껴질 긍정적인 에너지도 좋을 것 같아 직업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2학년을 마치고 1년 정도의 휴학을 예정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2018년 3월 1일부터 시작한 변리사시험 도전기는 3년 6개월간 3번의 2차시험 도전 끝에 수석 합격이라는 값진 성과를 내며 마무리됐다.

합격 소감을 묻자 윤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말 합격할 수 있을까’ 긴장하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발표날 큐넷 홈페이지에서 바로 합불을 확인하기 겁나서 합격 축하 SMS만 기다리고 있다가 9시 정각에 합격 알림을 받고 ‘아 드디어 끝났구나’ 하고 점수를 확인하러 들어갔더니 합격을 한 걸로 모라자서 내 점수가 합격자 공고에 수석 점수로 표시돼 있어서 정말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런 타이틀이 달릴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너무 과분한 결과고 아직도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 실감이 안 나는 것 같다”고 합격 소감을 전했다. 겸손한 소감과 달리 이 같은 성과는 그가 걸어온 수험생활을 통해 이미 예견된 일이었던 것 같다.

“고향이 장유라는 도시여서 학원 GS에서도 닉네임을 ‘장유’로 했었다. 합격 후 가르쳐주신 강사님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렸는데 내 닉네임을 기억하고 계셨다. ‘장유는 붙을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뿌듯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합격의 기쁨과 함께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수험생활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합격을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실하게 쌓아올린 노력의 시간들, 그의 공부 방법은 어땠을까. 먼저 1차의 경우 ‘객관식’이라는 시험의 방식에 초점을 두고 공부했다. 첫 번째 1차시험 막바지에 와서 2차와 달리 1차 공부는 양이 방대하지만 눈으로 하는 공부라는 점에서 충분히 컴팩트하게 준비를 끝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윤씨는 올해 삼시를 준비하면서 그 깨달음을 공부 방법에 반영했다. 그는 “이번 1차시험을 위해 민법과 산재법의 법 과목들은 기출문제집으로 단권화해서 시험장에 들고 갔다. 기득 후 1차시험까지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음에도 고득점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차시험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자연과학이었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좀처럼 점수가 오르지 않았던 것. 이에 자신에게 맞춰 전략적으로 공부 방향을 수정했다. 일단 지구과학을 10개 맞히는 것을 목표로 삼고 물리, 화학, 생물 중에서 출제가 돼도 풀 수 있을 것 같은 단원의 문제만 객관식 문제집을 풀었다. 2019년 첫 1차 때는 자연과학 50점, 법 과목 95점을 목표로 공부했고 목표대로 민법 95점, 산재법 95점, 자연과학 55점을 얻어 합격할 수 있었다.

‘수험에 적합한 공부’는 2차시험을 준비할 때도 중요한 키워드였다. 윤씨의 경우 학원 GS 시즌(1~2월) 전후로 공부 방법을 달리 했다. GS 시즌 전인 11~12월에는 민사소송법의 기본기를 쌓고 선택과목을 공부하는 데 주력했다. 이때의 기본기는 수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GS 시즌 이후에는 매주 반복되는 시험 사이클을 버텨냄과 동시에 양을 줄여가는 공부를 했다. 2차는 논술형 시험인데다 범위가 광범위하다 보니 간혹 공부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경계한 선택이다. 그는 “내가 생각한 2차시험의 접근법은 ‘남들이 아는 건 더 잘 쓰고 남들이 모르는 건 하나씩 방어하자’였다”며 “모든 주제를 동일하게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2차 공부에도 강약 조절이 필수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2차에서는 선택과목인 회로이론이 윤씨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법 과목은 어느 정도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회로이론은 공부 시간을 아무리 투자해도 점수가 잘 오르지 않았다. 기득 때 회로 과락으로 떨어져서 삼시 때도 늘 불안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삼시 때는 공부 방법을 바꿔 회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윤씨는 “58회에 합격하신 이재량 변리사님과 주 2회 학교 도서관에서 실전 문제를 풀었는데 이 변리사님이 공학적 감각이 뛰어나셔서 거의 일대일 과외처럼 스터디를 한 것 같다. 이 때 회로 같은 공학 과목은 공부 시간과는 별개로 센스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자신과 다른 강점을 갖고 있는 동료의 풀이 방식과 계산기 활용법을 최대한 보고 따라 하려 했고 덕분에 이번 시험에서는 무사히 회로이론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고.

답안 작성에는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윤씨는 “3법 공통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답안지가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즉 암기식 답안이 아니라 내 앞의 문제에만 집중을 해서 푼 느낌을 주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민소법에서 채권자 대위소송의 주제 아래 을과 병에 대한 각각의 결론에 대해 묻는 경우 모든 수험생이 대위소송의 법적 성질에 대해 선결적으로 기술한다. 윤씨도 그런 정형 목차들은 놓치지 않고 썼다. 다만 그 비중은 메인 논점이 10이라면 1~2 정도로 압축해서 쓰려고 함으로써 ‘암기도 충실히 해왔지만 이 문제에서 묻는 바를 좀 더 부각해서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간결성’도 윤씨가 답안 작성에서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이다. 그는 “기득 때는 답안지가 소위 ‘있어 보이도록’ 하기 위해 여러 기교를 부리려고 했지만 삼시로 넘어오면서 내 답안지를 스스로 피드백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다 보니 결국 필요한 내용이 들어간 문장들로만 쓰는 간결함이 가장 정교하다는 것을 깨닫고 최대한 담백하게 답안지를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수험에 적합한 공부와 답안 작성 방법 등이 모두 그에게는 고득점 합격의 비결이 됐다. 수석 합격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윤씨는 “법 과목에 대한 수험적합적인 공부 방식과 두문자를 활용한 정밀한 암기, 논리적인 목차 배치, 예상 밖의 문제까지도 풀어낼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가 모두 어우러져 고득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공부하는 내내 어떻게 해야 더 좋은 답안지를 쓸 수 있는지 연구했고 그렇게 완성된 나만의 스타일로 답안지를 쓰고 나와서 시험 후에도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시험장에서 쓴 법 과목 답안지가 지금까지 써본 답안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 역시 ‘운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어떤 하루든 헬스장에 가서 30분간 5km를 달렸다. 코로나로 인한 제한 때문에 러닝머신에서 달릴 수 없었던 삼시 막바지 두 달 동안에도 클라임밀을 30분간 타는 등 수험 기간 내내 꾸준히 운동을 했다.

그는 “운동을 하면서 학교 다닐 때보다 체력이 길러졌고 몸도 좋아졌다. 가장 좋았던 건 멘탈적인 부분인데 일단 운동을 하고 나면 어떤 감정이든 리셋이 된다. 지나치게 과열되거나 혹은 너무 우울할 때 5km 달리기를 하고 나면 성취감이 들어서 약간 기분 좋은 상태로 바꿀 수 있었다”고 운동이 수험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울러 “수험생활은 언더페이스나 오버페이스도 좋지 않고 항상 일정한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동은 매일 적당히 기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력적으로도, 멘탈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때로 운동으로도 풀리지 않을 만큼 스트레스가 많을 때에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카페에서 공부를 하면서 기분을 전환시키는 방법도 도움이 됐다. 윤씨는 “아예 공부에서 손을 떼면 마음 한편이 불안해져서 소소하게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했다”고 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을 단단히 다스리며 수험생활을 했지만 위기도 있었다. 그는 동차에서 기득으로 넘어가는 겨울을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했다. 동차 때 2차에 대한 감을 전혀 잡지 못해 ‘물기득’으로 기득 수험을 시작하게 됐고 그 시기에 민소법을 공부했는데 동차기간 동안 실력을 쌓은 다른 수험생들과의 실력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그들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생각에 슬럼프가 왔지만 이는 실력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뒤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는 “수험생활 동안 항상 현재의 위치에 자만하거나 주눅 들지 않으려고 했고 주어진 하루에만 집중하면서 발전하려고 노력했다. 그 당시에도 그렇게 몇 개월간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적어도 동차생들 간의 실력 차는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회했다.

윤씨는 “법 공부가 좋다”고 했다. 법은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라고 윤씨는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심도 있게 법 공부를 해보고 싶고 수험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그게 그동안 받았던 도움을 갚을 수 있는 일”이라는 그의 포부에 신뢰와 기대가 생긴다.

다른 이들을 돕고 싶다는 윤씨의 마음은 수험생들을 향한 응원에도 가득 담겼다. 윤시는 “수험생활 중 힘든 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나도 이 공부를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다고 좌절하고, 공부를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끝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내가 꿈꿔온 모습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 반 동안 ‘왜 그랬을까’ 하는 실수도 많았고 ‘아프지 않고, 상처주지 않으며 살았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미숙함 역시 그때의 내게는 최선이었음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여러분도 앞으로 많은 고비를 넘길 것이고 매 순간 여러 선택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선택으로 인해 아쉬움이 남더라도 그게 그 때의 최선이었다면 ‘잘했다. 수고했다’ 스스로 다독여주면서 건강하게 수험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수험생활을 이어가 마침내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힘이 돼 준 이들에게 진심이 가득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길었던 수험생활 동안 언제나 내 옆에 있어 준 어머니, 당신이 있어서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나의 아버지, 멀리서도 항상 함께하는 마음으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지게 임용 합격하고 매달 교촌 기프티콘 보내준 오빠, 항상 고마웠어, 사랑해.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가 드디어 해냈어요. 사랑하는 외할머니, 설명회 준비 때문에 바로 못 찾아 봬서 죄송해요, 내려가면 꼭 안아주세요.

불합격해도 함께 헤쳐 나가자고 말해주고 발표까지 힘든 시간 같이 버텨준 남자친구 예성아, 우리 앞으로 많은 시간 서로만 보면서 사랑하자. 기득 떨어지고 공부 그만둔다는 거 붙잡아준 지선아, 수석이라고 발표 났을 때 울어줘서 고맙다, 내년엔 꼭 네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어. 2년간 저의 생활 전반에 대해서 매주 지도해주신 서울대학교 황농문 교수님, 늦었지만 정말로 감사합니다. 흔들릴 때마다 나를 위한 말을 해준 마이 베스트 프렌드 희령아, 얼른 올라와서 같이 살자.

수험생 때 많은 질문도 늘 정성껏 답변해주신 이준 변리사님, 서상철 변리사님, 김세원 변리사님, 황준수 변리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올해 회로 패스 일등공신 재량아, 같이 합격해서 너무 기쁘다, 너도 정말 수고 많았어. 4년간 잊지 않고 연락해준 승윤이, 병원 일 바빠서 정신없을 텐데도 신경 써줘서 항상 고마웠어. 대학 와서 만난 소중한 친구 형욱아, 졸업까지 같이 학교 다닐 수 있게 돼서 정말 행복하다, 우리 남은 학교생활 즐겁게 하자. 항상 아낌없는 응원 보내주신 고모, 고모부, 슬기 언니, 재훈이 오빠, 합격하고 그렇게 기뻐해줘서 고마워요. 합격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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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2021-12-01 12:38:46
후배님 축하합니다

이재석 2021-11-18 23:21:52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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