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이 채워지는 순간...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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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이 채워지는 순간...멍해졌다"
  • 이상연
  • 승인 2006.09.01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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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이 발전하면서 복제기기가 보편화하고 인터넷 광대역화로 대규모 불법 복제도 쉬워져 저작권의 무덤이 될 정도로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 올라 있는 각종 정보와 콘텐츠 등의 저작권 침해 유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동영상 중심의 이용자제작콘텐츠(UCC·User Created Contents)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것도 저작권 침해의 산물이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신문기사와 사진도 블로그 등을 통해서 출처가 사라진 채 유통되고 있다. 이용자가 기사의 글과 사진에 원래 있던 바이 라인(by-line)을 없애 필자와 신문사의 권리를 스스럼없이 침해하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이 보호받아야 할 수험가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저작권 침해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저작권 침해의 양태는 교재나 잡지, 모의고사를 복사하거나 강의테이프를 복제하는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동영상 강의가 보편화되면서 P2P(개인간 파일공유) 사이트와 웹하드, CD 등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장래 법조인이 되겠다는 수험생들이 단지 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아무 거리낌없이 불법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데 있다. 더욱이 일부 수험생들이 단순히 이용하는데 머물지 않고 불법 저작물을 유통시켜 영리를 취하다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인터넷 서점과 시험관련 사이트들이 생겨나면서 고시신문의 뉴스뿐만 아니라 콘텐츠 무단도용으로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정도다.


본지 395호(9월 1일자)에는 일간지에서나 간간이 볼 수 있는 '사과문'이 실린 광고가 게재되었다. 상품이 될 만한 최신의 강의를 CD로 복사하여 유통시키다 적발된 수험생의 글이다. 그는 사과문에서 "체포되어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에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면서 세상이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멍해졌다"며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부모님 얼굴, 고시 준비를 하면서 쏟아 부은 28년의 인생도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회했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괜찮을 거라는 안이하고도 무서운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며 "그냥 장난삼아 가볍게 시작한 처음 한번의 행동이 너무도 후회가 되었다"며 그는 뼈저리게 반성했다. 그는 "만약 이런 경험 없이 운 좋게 다른 자리에 갔더라면 아무 생각 없이 또 다른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 했을 것 같다"며 "이번 일을 앞으로 남은 삶을 반듯하게 세우는 값진 교훈으로 삼겠다"고 사죄했다.


법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중에 법을 무시하는 경향은 비단 이 수험생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처벌 같은 것은 거리가 먼 상관없는 일로만 생각하고 지금도 불법을 자행하는 수험생이 한 둘이 아니다. 그저 '운 없이' 걸려 혹독한 대가를 치르느냐, 요행히도 단속이 안됐느냐의 차이 뿐이다. 세상에는 공짜는 없으며 모든 것에는 값이 있는 법이다. IT 기술의 발달에 따른 저작권의 무분별한 침해는 질 좋은 저작물 생산을 가로막는 환경을 만들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 보호는 참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불법 저작물은 법ㆍ제도적 규범과 단속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작자와 이용자가 이익과 효용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정한 이용문화를 만들어 나아가려는 의식이 절실하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그동안 범람했던 불법 저작물을 막고, 향후 정상적인 저작물 거래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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