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왜 분노해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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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분노해야만 하는가
  • 최진녕
  • 승인 2021.03.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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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실패했다. 성공한 것이라고는 부동산 광풍으로 인한 ‘불로 소득 주도 성장’ 뿐이다.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불평등 구조를 후진국형 소득 불평등에서 선진국형 재산 불평등으로 구조화 시켰다는 점이다. 지난 4년 동안 소득과 고용의 개선은 없이 국민의 재산 격차만 키워 상당수 국민을 벼락거지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 대사(전 고려대 교수)는 지난 2015년 선진국이 아니라 ‘한국’의 불평등에 대한 의문과 답을 구하기 위해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장하성 대사는 한국에서 불평등한 상황으로 인하여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 것은 재산 불평등보다는 ‘버는 것’의 격차, 즉 소득 불평등으로부터 온다고 분석한다. 즉 선진국의 불평등은 재산의 격차에서 오는 반면(21세기 자본론, 피케티), 한국의 불평등 근원은 재산의 격차보다는 소득의 격차에 있고, 소득의 격차는 임금의 격차로 만들어 진다고 진단했다. 대책으로 재분배 정책인 정부의 복지정책 보다는 원천적 분배, 즉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업은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지지부진하고, 자영업 중 무인점포, 고객 직접 주문 기계가 늘었다. 아파트 단지들은 경비원을 줄이거나 이들의 휴게 시간을 줄였다. 몇 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대학에서는 조교나 근로학생들의 근무시간을 최저임금 인상 폭만큼 줄였다. “마차(소득)가 말(성장)을 끄는 격인 소득주도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주류경제학자들의 예언이 현실이 된 셈이다.

반면 재산 격차는 어떤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월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아파트 값은 6.6억원에서 5.3억원이 오른 11.9억원이 됐으며, 상승률은 82%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 정부 5년간의 상승률 83%에 육박하는 것으로 노무현 정부 상승액 2.6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정권별 상승액은 노무현 정부 2.6억원(83%), 이명박 정부 마이너스(-)4000만원(-8%), 박근혜 정부 1.3억원(25%)이다. 경실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3400만원이고, 이 분석을 토대로 박근혜 정부 말기와 비교해보면, 아파트 값이 5.3억원(82%) 오르는 동안 임금은 300만원(9%) 증가했다. 임금의 30%를 저축한다고 가정하면 서울 아파트 구입에 118년이 든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해서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간이 무려 47년이나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국민의 재산 격차가 심화되었다.

장하성 대사는 자신의 책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질은 ‘가진 것’보다는 ‘버는 것’이 결정한다. ‘가진 것’의 격차가 의미가 있는 경우는 ‘가진 것’의 차이로 인하여 ‘버는 것’의 차이가 만들어 질 때다.”라고 하면서 “재산이 소득을 만들어서 재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만드는 원인이 될 때 빈부의 격차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이라고 썼다. 문 정부 4년 만에 한국의 불평등을 선진국형으로 구조개혁한 셈이다.

이번 정부 들어 생긴 유행어가 있다. ‘벼락거지’란 말이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한 집 빼고는 다 팔아라”는 정부의 주택 정책을 믿었다가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내 집 빈곤층’을 말한다. 코로나로 인해 생긴 우울증을 ‘코로나 블루’라고 하듯이, 내 집 마련하지 못한 국민들이 걸린 마음의 병을 ‘부동산 블루’라고 부른다. 왜 그때 집을 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자책, 집 사자는 부인과 그 제안을 거절했던 남편 사이의 갈등, 폭등한 전세금 마련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자산 격차에 따른 위화감 등이 겹치면서 전 국민이 신종 감염병, ‘부동산 블루’를 앓고 있다.

한국의 불평등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이번 정부는 임금 격차에 따른 소득불평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선진국형 불평등이라 불리는 재산 불평등까지 단기간에 구조화 시키면서, 쌍끌이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어이없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게다가 한국토지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2030 청년층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어려운 현실에서 공공 기관종사자와 정부 여당 의원들의 투기 의혹에 청장년층은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사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논란 등을 겪으며 무너지고 있던 한국 사회의 공정성과 정의감은 이번 LH 투기 의혹 사태로 치명상을 입었다. 정부의 정책 실패에 분노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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