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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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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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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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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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하나가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의료나 보건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나서 사람은 다른 사람을 경계하고 불신하여야 하는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의 사회적 존재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어느 사이인가 방역이 지고지선의 가치가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신상정보를 추적하고 여기에 협력하지 않으면-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경우는 제외하자-그것만으로 사악한 존재인양 다수의 비난을 받기 일쑤이다. 내가 움직이는 흔적을 의무적으로 남겨야 하는 세상에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물론 지금까지 방역을 위하여 기울인 노력과 성과는 높게 평가하여야 한다. 방역의 성공은 당연히 중요하다. 어떤 여건에서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빛나는 노력과 성과의 이면에 담긴 인권 침해의 측면, 아니면 적어도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기억하고 방역만능의 시대에서 국가가 어떻게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반드시 성찰해야만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더하여 기후이상도 심상치 않다. 어떤 사람들은 지구가 회복불가능한 상태로 돌입하기까지 7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그런 예측이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따져보면 세상은 위기 아닌 적이 없었고, 종말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내내 들려왔다. 그렇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 지구의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그로 인하여 빙하가 녹고 이곳저곳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기후이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객관적 데이터로 확인되는 사실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식량위기가 닥치는 경우이다. 식량자급률이 형편없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1인당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절약하여 쓰레기를 덜 만들어내기, 화석연료 사용 줄이기, 육식 줄이기(엄청난 규모의 육식인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키우는 가축이 뿜어내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라고 한다),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정치세력이나 시민단체에 참여하거나 후원하기 등등이 있겠지만, 어쩐지 나 하나 잘 해서 해결될 것 같지는 않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상기후 현상에 세상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 아,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호황을 누리느라 즐거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교수(또는 학생) 얼굴을 보기 싫어하거나 학교가기 귀찮던 학생(또는 교수)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 즐거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생존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로 짓눌려오던 차에, 코로나 19 사태가 계속되고 이상기후 현상도 나타나니 우울감과 무력감이 깊어지기도 한다. 고도 경쟁사회에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고 걱정하도록 습성화된 사람들의 불안은 더 증폭되고 마음은 더 힘들어진다. 상태가 심각해지면 숨쉬기가 곤란해질 정도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내가 생각하는 소박한 답은 이렇다. 저마다 ‘마음의 숨통’을 찾아야 한다. 어떤 것이 마음의 숨통인지는 누가 가르쳐 줄 수가 없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래도 이것은 깨달음에 이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쉬운 일이다. 마음은 스스로 생존하는 길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마음의 숨통’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기도, 명상, 절에 머물기(템플 스테이)와 같이 영적 영역일 수도 있고, 상담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것처럼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영역일 수도 있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나 연극, 뮤지컬,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것처럼 예술 영역일 수도 있다. 고금의 권장사항인 책을 읽는 것도 좋다. 우표나 동전, 음반, 그림, 고서 등을 수집하는 것도, 여행이나 등산, 테니스, 축구, 골프, 자전거 등을 즐기는 것도 다 좋다. 난초 가꾸기나 뜻 맞는 친구와의 수다도 괜찮다. 이런 목록은 얼마든지 계속 만들 수 있다. 여러 가지를 한 번에 해도 좋고, 하나만 해도 좋으며, 이것저것 번갈아 해도 좋다. 다만 그냥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말고—그리 되면 진짜 마음의 숨통이 될 수 없다—조금 더 집중하여 애정을 갖고 제대로 깊이 체험해볼 때 내 마음의 숨통이 열리는 순간이 온다.

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차용석 공저 『형사소송법 제4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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