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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과 현실 그리고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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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과 현실 그리고 로스쿨
  • 법률저널
  • 승인 2020.06.12 11:0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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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영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신영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변호사시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자, 교과과정을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구성원들의 여러 논의를 거쳐서 민법 중 재산법을 1학년 과정에 전면 배치하였다. 교과과정을 변호사시험에 적합하게 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선택과목이 애먼 피해를 입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법무부가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산정방식이 제각각이라 어떠한 합격률이 진정한 합격률인지 평가가 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몸담고 있는 로스쿨에서는 모의고사 성적이 낮은 학생이라도 본인이 시험장에 가기를 원하면 졸업을 승인해 왔기에 응시자대비 산정방식을 적용하면 그 결과가 신통치 않지만 다른 방식을 적용하면 좀 나은 합격률이 나온다. 올 해 초까지 학생지도센터장을 맡았던 필자로서는 모수를 줄여 합격률을 올리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으나, 성적이 부진한 학생이라도 졸업하기를 원하면 졸업을 시키는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왜냐하면 지난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 10월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못했던 학생 2명이 합격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도 학생들을 믿고 시험장에 보내는 결정을 하였다. 결과적으로 3년 동안 학생 유출 없이 충실한 교육을 시켰는지 여부를 평가하려면 입학인원 대비 합격률이 가장 공정하고, 그 외 사정을 고려한다 해도 초시자 대비 합격률이 타당하지만, 시험장에 보내지 않는 방식인 응시자대비 합격률 산정방식은 가장 공정성이 떨어지는 방식이다.

다시 돌아와 로스쿨 교육문제를 논해 보겠다. 과연 로스쿨 3년 과정으로 양질의 법률가 양성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일선에 계시는 교수님들의 상당수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일례로 1학년을 마치고 힘겨워 하다가 휴학을 하고,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는 학생이 점점 늘어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어떤 학교는 3분의 1이 휴학을 한다고 한다. 학교마다 학생마다 그 이유가 다르겠지만 사실상 로스쿨 4년제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법률가의 기본적 능력은 변호사시험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고, 직업학교인 로스쿨은 헌법, 민법, 형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이다. 처음 로스쿨이 출범할 때는 고도의 법률가적 소양, 즉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따뜻한 양심과 고도의 법학적 실력을 겸비한 국가적 리더의 양성이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특성화를 내걸고 글로컬한 전문적 법률가 양성이라는 목표도 설정하였지만 지금 그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담론이 되어버렸다. 이 모든 원인은 바로 변호사시험 때문이다. 변호사시험의 중요성은 두 가지의 풍선 효과를 낳았다. 그 첫 번째가 바로 3년 내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학부 때 법학을 선행하여야 한다고 하여 학교마다 사실상 유사법학과를 운영하는 현상이다. 공공인재학부 등 각양각색의 명칭을 가지고 있는 이 학과는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한 사관학교처럼 운영되고 있다. 두 번째로는 학부 때 법학을 접하지 못했던 학생의 경우, 로스쿨에 들어와서도 1년 정도 휴학하여 보충학습을 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되었다. 법학공부의 방대한 양에 비춰볼 때 이러한 현상은 로스쿨 설계 당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당시 설계자들은 로스쿨에 대하여 지나치게 이상적 접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발표하여 학교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3년 노력의 결과로서 공식적인 성적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더하여 예전의 사법시험처럼 성적순위도 발표되어야 한다. 교수들도 제자의 전국수석합격이라는 영광스런 기회를 얻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줄을 세우는 것이 비교육적이라 말씀하시는 이상적인 분들도 계시지만, 노력한 보상은 주어져야 하며, 그 보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학교와 학생이 많아질수록 로스쿨은 더욱 튼튼하게 서 갈 수 있다. 경쟁은 불가피하며 선이다.

다음으로 오탈자(五脫者)나 졸업을 못하고 학교에 묶여 있는 학생들을 위해 고민을 해야 될 때가 되었다. 오탈이 된 학생을 생각하며 마음을 아파해 보지 않은 교수는 없을 것이다. 교수의 마음이 이럴진대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랴. 오탈자 문제는 고시낭인의 폐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설계된 것이다. 졸업 후 5년에 5회 응시제한으로 낭인축소의 효과는 얻었으나, 졸업을 미루는 재적생 낭인이 늘어났다. 후자는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학교가 계속 붙잡고 있는 형국이다. 제도가 만든 청춘들을 이 제도가 다시 보듬어 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오탈자의 경우 7년에 5회나 7회 등으로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 육전칠기(六顚七起)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졸업시험에 묶여 있는 학생의 경우, 수료 후 2년 내에 무조건 졸업시키는 것으로 로스쿨간의 합의가 있으면 좋겠다. 청춘들에게 주어진 1년은 나이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10년과 바꿀 수 없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더 주거나 아니면 빨리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분모의 비율을 줄여 합격률을 높인다는 둥 쓸데없는 비판이나 논쟁거리도 줄일 수 있다. 필자는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면 합격한 제자들 보다는 떨어진 제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3년 내내 어떻게 공부 좀 더 잘 해 보려고 발버둥 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추신영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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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2020-06-30 05:55:07
그래도 양심이 있으신 교수님이시네요. 오탈자 관련 눈 감고 있는 교수는 정말 못된 사람. / 5년이든 7년이든 연수로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네요.

ㅁㅁ 2020-06-25 13:38:45
https://youtu.be/DCEIncpMBp8

위헌 2020-06-25 01:07:40
명백히 위헌성이 있는 조항을 단순히 7회로 한다고 될일인가...

판례 2020-06-12 14:45:36
이론 아닌 판례 중심으로 수업하시는 몇 안 되는 교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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