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수표 선거 만든 정치권 반드시 심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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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수표 선거 만든 정치권 반드시 심판하자
  • 법률저널
  • 승인 2020.04.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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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바짝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은 투표용지를 받는 순간 어리둥절할 것이다. 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를 맞닥뜨리게 된다.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의 길이가 무려 48.1cm에 달한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과 비교해 보면 당시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는 33.5㎝였다. 그때도 역대 최장이었는데 이번에 그 기록마저 깬 것이다. 투표지 길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표란의 세로 폭은 1cm 기표란 사이 여백도 0.2cm로 좁아져 예전보다 더 집중해 찍어야 한다. 특히 눈이 나쁘거나 손놀림이 둔하면 제대로 찍기가 어려워 자칫 무효표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기표란이 좁아 고령자들 중심으로 무효표가 크게 는다면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심히 헤치는 일이다.

게다가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 전자개표기도 쓸 수 없어 모두 수작업으로 개표해야 할 상황이다. 전자개표기에는 길이 34.9cm 이하의 투표용지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표용지가 길어진 것은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개나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거대 양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에다 듣도 보도 못한 비례정당들이 난립한 형국이다. 이렇게 수십 개 정당이 난립하다 보니 헷갈릴 정도로 복잡하다. 당명도 많지만 이 중에서 딱 하나만 찍어야 무효가 안 된다는 점에서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의 고심은 이래저래 깊을 수밖에 없다. 북한도 이번 4·15 총선에 대해 “전례 없는 정당 홍수” “선거판이 아닌 난장판”이라며 조롱을 쏟아낼 정도다.

이런 난수표 선거를 만든 주범은 민주당과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 정당 등 범여권이다. 이 혼돈이 벌어진 것은 여권이 선거 규칙인 선거법을 미래통합당을 배제한 채 강행 처리한 것이 근원이다. 정치개혁이란 명패를 달고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되레 국민의 정치 이반을 부추기고 갈등을 심화시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독일식 선거 제도를 50%만 연동한다면서 한 번 비틀고,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제를 적용하는 상한제로 또 한 번 비트는 바람에 새 선거법은 일반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돼버렸다. 국민 대다수가 상식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 같은 선거 제도는 반(反) 민주이자 공작이나 다름없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이에 동조해 강행 처리한 범여권에 선거가 희화되는 전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와 맞닥뜨려야 했다. 내로남불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은폐 등으로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겪었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되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책임질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다”고 하면서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자 국론 분열이 심화되면서 대규모 집회로 확산하였고, 결국 임명된 지 35일 만에 조국은 사퇴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광화문과 서초동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이 몰려나와 정반대 구호를 외치면서 대립했다. 나라가 분열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처럼 나라가 완전히 두 동강 난 적은 없었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며 통합의 장(場)이 돼야 할 국회에서 여야는 ‘패스트트랙’을 놓고 내내 평행선을 그렸다. 민주주의의 경쟁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과 나라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새로 짜는 공수처법마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번에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번 총선을 통해 나라의 진로를 다시 정하게 되는 절체절명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증이 만연된 상황에서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는 바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날임을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이 어떤 선택을 통해 민심의 경종을 울리느냐에 따라 나라의 진로가 요동치게 된다. 제대로 선택하지 않으면 그 대가는 우리 세대와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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