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실심 변론종결 후 정정심결 확정, 재심사유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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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실심 변론종결 후 정정심결 확정, 재심사유 아니야”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1.2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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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무효심판 심결취소소송’의 ‘정정파기’ 판례 변경
특허권 침해 민사소송에 대한 심결 확정 등에도 적용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정정심결이 확정돼도 재심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이같이 판단(대법원 2020. 1. 22. 선고 2016후2522 전원합의체 판결)하고 정정심결의 확정을 재심사유로 본 기존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하기로 했다.

원고(심판청구인)는 피고(특허권자)를 상대로 A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됨을 주장하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으나 특허심판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했다.

이에 원고는 특허심판원의 심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과 달리 A특허발명이 선행 발명들에 의해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고 심결을 취소했다.

피고는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 상고를 했으며 상고 직후 청구범위를 변경하는 내용의 정정심판청구를 특허심판원에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피고의 정정심판 정구를 인용하는 심결을 했고 상고심 계속 중 정정심결이 피고에게 송달돼 확정됐다.

피고는 정정심결의 확정으로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해 변경됐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있으니 원심판결은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안에 대해 종래 대법원은 “정정 전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대상으로 하여 무효 여부를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1항 제8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어 판결에 영향을 끼친 법령위반의 결과로 되었다”며 이른바 ‘정정파기’를 인정(대법원 2001. 10. 12. 선고 99후598 판결), 특허결정의 당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정정심결의 확정만을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정정파기를 인정함으로써 대법원에서 정정파기한 사안이 그대로 특허법원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상고가 이뤄지는 등 ‘캐치볼 현상’이 발생해 특허소송의 종국 지연이 유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 대법원의 견해를 뒤집는 것으로 다수의견은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변경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심결과의 관계에서 원처분으로 볼 수 있는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것.

정정심결이 확정됐다고 해도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발명의 내용이 ‘확정적으로’ 변경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허의 정정제도는 종전 특허발명과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정정사항은 정정 후 명세서 등의 내용을 구성하게 되고, 정정심결이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이뤄진 경우 정정된 명세서 등이 사실심 법원의 심리·판단의 대상이 된다.

또 정정심결은 특허권자에게 송달됨으로써 확정되지만 이해관계인이나 심사관은 그 때부터 정정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특허의 정정은 특허무효 절차에서 특허권자의 주된 방어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특허무효 분쟁은 필연적으로 정정의 무효심판절차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대법원은 “결국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의 무효 여부는 여전히 특허권자와 제3자 사이에는 계속하여 특허무효 분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므로 정정을 인정하는 내용의 심결이 확정됐다고 하여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발명의 내용이 그에 따라 ‘확정적으로’ 변경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허법 제136조 제10항이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 확정됐을 때에는 그 정정 후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따라 특허출원, 출원공개, 특허결정 또는 심결 및 특허권의 설정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명세서 등을 정정하더라도 이미 진행된 특허심사·심판절차의 내용과 효력을 정정 후 명세서 등에 일체성을 유지하면서 승계시킴으로써 특허심사·심판절차와 조화를 유지하면서 정정제도의 실효성을 추구하고 특허권자가 정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지,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라 발생된 모든 공법적, 사법적 법률관계를 소급적으로 변경시킨다는 취지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법원은 “특허권자는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는 정정청구를 통해, 그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는 정정심판청구를 통해 얼마든지 특허무효 주장에 대응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청구의 원인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송절차뿐만 아니라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상의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 정정청구에 대한 심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며 이와 배치되는 종전 판례를 모두 변경했다.

정정파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특허발명 자체의 진보성에 대해서는 원심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 사건 특허발명은 선행발명 1, 2, 3에 의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한편 원심의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은 같았지만 정정파기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인 별개의견도 제시됐다. 조희대, 박정화 대법관은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결정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의 대상인 ‘심결의 기초가 되는 처분’에 불과하다”며 “법원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결’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지 ‘특허결정’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어 “정정심결의 확정에도 불구하고 특허무효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 변론이 종결됐다는 이유만으로 정정 후 명세서 등에 따라 무효사유가 제거될 수 있는 기회를 종국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특허권자에게 가호한 결과”라며 “특허법 제136조 제10항에 E라 정정심결의 효력은 특허출원 시에 소급하게 되고 처음부터 정정 후의 명세서 등으로 특허출원 이후의 절차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의하면 상고심은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한 원심 판단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미 정정심결이 확정돼 명세서 등이 변경됐음에도 ‘정정 전’ 명세서 등을 대상으로 판단할 실익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정정심결의 확정으로 심리·판단의 대상이 변경됐는데도 상고심이 종전의 심판대상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처분에 대한 불복수단인 항고소송뿐만 아니라 일반 소송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은 “앞으로 대법원은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의 정정심결 확정을 상고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므로 향후 특허소송의 사실심에서 집중적인 심리작 이뤄지고 이로써 특허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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