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등 4문항 '이의제기' 인정
수험생들, "변별력 없다" 맹비난
법원행정처는 지난 4일 치러진 제23회 법원행정고등고시 제1차시험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검토한 결과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4문항에 대해 '정답없음' 및 '복수정답'을 인정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제1차시험의 정답가안에 대한 정답이의제기를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받은 결과, 33문항 중 135건의 정답이의제기에 대해 정답확정회의를 통해 정답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형법 등 4문항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하고 나머지 문항은 정답가안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복수정답으로 인정된 문제는 △헌법 1책형 37번(2책형 19번)은 '정답없음'으로 의결하여 모두 정답으로 처리되었고 △민법 1책형 28번(2책형 38번)은 정답가안 ①번 외에 ⑤번도 복수정답으로 △형법 1책형 9번(2책형 29번) ①⑤, 1책형 29번(2책형 3번) ④③번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됐다.
역대 최고의 경쟁률에 합격선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시험에서 복수정답마저 4문제나 인정되자 일부 수험생들은 "이게 시험이냐", "변별력이 전혀 없다"며 법원행정처의 시험관리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한 수험생은 "120문제에 4문제나 복수정답이 나오고, 무슨 시험관리를 제대로 하는 거냐"며 "복수정답이 나와서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 양산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올해처럼 했으면 예년 문제들도 복정 몇 개 더 나왔을 텐데 하나도 인정 안하거나 어쩌다 하나 하더니 이번엔 3과목에서 복정 4개라...출제위원이 교수이긴 할까? 그냥 대학원 석사들한테 알바줘서 만든 거 아니야"며 "4문제 복정이면 컷 2점은 올라간다. 98점대 맞고 불안해 하긴 내 평생 처음이다"고 힐난했다.
특히 한 응시자는 형법 1책형29번의 복수정답 인정에 대해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대립되는 양 판례가 존재하고 있으면, 주관식 시험도 아닌 객관식 시험에서 수험생들은 대법원의 객관식문제 풀이에 대한 판례처럼 '가장 옳은' 또는 '가장 틀린' 정답을 골라야 하지 않습니까?"라며 "복수정답을 요구하여 이의제기한 수험생 못지않게, 가답안대로 정답을 고른 수험생들의 이익을 도외시하고, 제3자 입장에서 공평하게 처리해야할 출제당국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이없이 복수정답을 인정하다니..."며 출제당국의 엉성한 국가고시 관리를 꼬집었다.
복수정답이 크게 늘어나자 과연 합격선이 어느 선까지 치솟을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어졌다는 게 수험전문가들의 평이다. 본지가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95점 내외'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 복수정답이 합격선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험생 김모(34)씨는 "95점대 점수라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4문제나 복수정답이 나와 이젠 완전히 포기했다"며 "올해 선발인원이 줄어든데다 시험과목이 사법시험과 똑같아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대거 몰려 특히 변별력을 요하는 시험이었는데도 평이한 문제와 복수정답으로 얼룩지게 한 출제위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올해 이의제기가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나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근래 가장 많은 복수정답에 자칫 당락이 바뀔 정도로 시험의 공정성이 왜곡될 여지가 있어 출제위원 공개 등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험행정 전반에 대해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법원행정처 인사제2 담당관은 "수험생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며 "앞으로 출제위원 공개, 문제의 세련미를 더욱 높이는 등 수험생들의 요구 사항들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차시험 합격자 발표는 10월 6일에 있을 예정이다.
◇최근5년간 이의제기와 복수정답 현황◇
연도 이의제기건수 복수정답
2001 93 0
2002 88 1
2003 38 0
2004 32 1
2005 135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