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질 비켜 간 국가직 9급 공채 고교 과목 개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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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본질 비켜 간 국가직 9급 공채 고교 과목 개편 추진
  • 법률저널
  • 승인 2019.06.0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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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현신처가 ‘공시의 꽃’으로 불리는 국가직 9급 공개채용시험의 선택과목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9급 공채에 포함된 수학·사회·과학 등 고등학교 교과목을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9급 공채의 고교 과목은 고교 졸업생의 공직 진출 기회를 넓혀준다는 명목으로 2012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정책 기대효과가 나오지 않고 고졸자 합격률은 되레 떨어졌다. 이는 고교 과목이 대학 졸업 응시생의 ‘전략 과목’이 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무원 전문성도 떨어져 행정서비스의 질도 저하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고교 과목의 폐지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각계의 개편 요구에 그동안 인사혁신처는 수험생을 비롯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31일에는 공청회도 열면서 ‘9급 고교 과목’은 퇴출 기로에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고교 과목 폐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4월 올해 9급 공채에 응시한 수험생 72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73.1%가 고교 과목 폐지에 찬성했다. 같은 내용으로 지난달 국민 38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987명(77.3%)이 고교 과목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해 수험생들보다 더욱더 높았다. 공시생을 포함해 국민 10명 중 7명은 이미 공시에서 고교 과목이 사라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국회 및 감사원에서도 행정업무 수행능력 검정이 미흡하기 때문에 9급 선택과목 제도를 조속히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직무 교육만으로는 전문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고교 과목 도입 이후 전문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 기관에서 신규 공무원 교육 기간을 연장했다. 세무직의 경우 종전 6주에서 12주로 연장했고, 관세(6→14주)와 검찰(4→6주)직도 교육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이러한 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 향상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복잡한 세법을 정확하게 알아야 기본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세무직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심각했다. 세무직 임용 1년 이내 ‘회계실무’ 자격증 취득자 비율이 2012년에는 92.9%에 달했으나 고교 과목 선택 도입 이후 줄곧 하락해 2017년에는 47%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합격 후 일선 현장 배치 때 직무전문성 약화로 인한 업무 부적응 등으로 임용을 포기하거나 임용 후 퇴직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신규자 이탈 증가에 따른 인력관리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험과목 개편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인사혁신처가 개편에 나섰다. 하지만 인사혁신처의 개편은 세무‧검찰‧교정‧관세‧출입국관리‧보호 등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 중심으로 업무와 직결되는 전문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컨대 세무직은 세법개론과 회계학, 검찰직은 형법과 형사소송법, 교정직은 교정학개론, 형사소송법개론 등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다만 일반행정직에서는 여전히 고교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두되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을 반드시 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1안)과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을 반드시 선택하는 방안(2안)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본란에서 여러 차례 공무원 시험과목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7급 개편에 이어 9급 공채도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개편의 방향은 직무 전문성과 더불어 민간기관 채용 시험과의 호환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혁신처의 9급 공채 개편안은 본질을 비켜 간 임시방편이다. 물론 인사혁신처가 중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호환성을 중요한 요소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는 밝혔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급변하는 행정환경에서 점진적 개편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마당에 땜질식 처방은 행정 낭비다. 새로운 시대의 행정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다가오는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방식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연 국어·영어·한국사와 추진하는 선택과목들이 공직자에게 평가할 과목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전면적이고도 신속한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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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저 2019-06-09 09:33:17
법저는 어떻게든 9급까지 psat 도입해야한다고 생각하는거죠. ㅋㅋㅋㅋㅋ 자기들 밥 그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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