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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확의 계절
안혜성 기자  |  elvy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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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1  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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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역대급 무더위도 어느새 지나가고 가을이 완연해지고 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비단 농부에게 있어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수험생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각종 고시와 전문자격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기자는 합격자 인터뷰 기사를 쓰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년 뛰어난 실력을 지닌 합격자들을 만나지만 올해는 하나 합격하기도 어려운 2개의 고시에서 모두 수석을 차지하는 등 두드러진 성과를 낸 이들이 많았다.

사실 수석이나 최연소 합격자들 대다수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워낙 역량이 출중한 인재들이라 수험 기간도 평균치에 비해 짧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듭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꿈을 이루는 칠전팔기의 노력형 인재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마지막 사법시험에서 수석 합격을 했던 이혜경씨는 13년간 수험생활을 하며 1차에 4번 합격했고 2차시험에 8번 도전한 끝에 최종 합격이자 수석 합격의 영광을 차지하게 됐다.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전에 기자의 눈에 언급한 적이 있던 기자의 후배도 그런 사람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열람실 지박령처럼 밥을 먹을 때를 빼곤 잠도 책상에서 자면서 공부만 하는데도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아 주변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았지만 한 해 두 해 조금씩 꾸준히 실력을 쌓은 끝에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사연이다.

조금 다른 사례인데 다른 후배 하나는 어린 나이에 고시에 뛰어들었지만 공부 보다는 다른 일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당연히 성적도 나빴다. 여러 해를 최하위권에 머물던 그 후배를 보며 저 친구는 공부가 적성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학교를 떠나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년이 더 지난 후 들은 놀라운 소식은 그 후배가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그것도 10위권 이내에 드는 훌륭한 성적을 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후배는 올해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험에 마지노선을 그었다. 성실하고 실력도 갖췄지만 왠지 모르게 매년 간발의 차로 합격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지금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도전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농사가 농부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인간의 뜻으로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은혜가 더해져야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수험도 같다.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하고 실력이 좋아도 수많은 변수에 의해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 사례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자의 주변에도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데 당일 컨디션이 나쁘거나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하는 여러 변수에 휘말려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내내 부진하다가 갑자기 실력이 뛰며 좋은 성과를 내는 이들도 많이 봤다.

돌아온 수확의 계절, 합격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수험생들도 있지만 그 이상 훨씬 더 많은 수험생들이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선택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도전에 뛰어드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다른 길,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해도 안 되면 어떡하지”,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큼 했어” 등등 온갖 상념이 머리와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수험생들이 자신의 신념과 판단에 따라 가능한 한 후회가 남지 않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 길을 즐겁고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진심을 담은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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