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생생한 형사법 사례와 해결- TV부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자의 불복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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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생생한 형사법 사례와 해결- TV부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자의 불복 사건
  • 이창현
  • 승인 2018.10.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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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 사건 개요

A는 2015.11.19. B와 결혼하였는데, 결혼하기 전인 2015.5.초순경 조립PC를 판매하는 곳에서 중고로 TV모니터를 15만원에 구입하였다.
그러다가 2016.1.24. 04:00경 A는 자신의 집 안방에서 TV모니터로 무료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찾고 있었는데, B가 갑자기 짜증난 말투로 A에게 “그런 곳을 검색하면 여자 연예인 사진이 팝업으로 뜰 수 있으니 검색하지 마라.”며 듣기 싫은 소리를 하였다. 이에 A가 순간 화가 난다는 이유로 선반 위에 놓여 있던 TV모니터를 넘어뜨려 화면유리를 깨뜨리고 말았다.
이후 B의 신고로 경찰서에서 A는 재물손괴죄로 입건되었고 인천지검의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는데, A는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검사의 처분이 잘못 되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였다(헌법재판소 2017.4.27. 선고 2016헌마160 결정).

- 법적 쟁점

먼저 기소유예 처분이란 검사가 피의자의 범죄사실이 인정되고 소송조건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라도 ① 피의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② 피해자에 대한 관계, ③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④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 굳이 피의자에게 재판까지 받게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되어 처벌을 하지 않고 한번 용서해 주는 불기소 처분이다.

실제 초범이나 전과가 별로 없는 사람이 경미한 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와 합의가 되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재판을 통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매우 좋은 것이지만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괜히 억울한 처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A도 억울하여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하게 된 것이다.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다’는 것은 타인과 공동으로 소유하는 재물을 손괴하는 경우도 포함되므로 A에 대하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A가 망가뜨린 TV모니터가 ① B의 소유이거나 ② A와 B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우이어야 한다.

그런데 민법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민법 제830조 제1항), TV모니터는 A가 B와 결혼하기 전에 구매한 것이므로 A의 고유재산으로 인정된다.

그리고 A가 2015.11.19. B와 결혼한 다음부터 TV모니터를 B와 함께 계속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A가 TV모니터를 망가뜨린 2016.1.24. 당시는 B와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2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이고, 결혼 후 그 소유권이 B에게 이전되었다거나 공동소유관계로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도 않는 것이다. 따라서 A가 손괴한 TV모니터는 A의 소유이므로 재물손괴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A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피의자였던 자이기에 그 불복 제도가 문제된다. 고소인과 일정한 범죄에 대한 고발인은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검찰에 항고를 할 수 있고 이어서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가 있지만 피의자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의 지위가 아니므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위와 같은 불복제도를 이용할 수가 없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기소유예 처분은 법원의 재판이 아닌 검사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되고, 이러한 기소유예 처분으로 인하여 A와 같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자는 검사의 잘못된 수사권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받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하면 실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계속되는 법적 절차에 지치고 귀찮다는 생각에서 그냥 불복하지 않고 단념하고 말았지만 점점 시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져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 억울함을 해결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은 ‘권리를 위한 투쟁’으로 높게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유사한 사례 : 헌법재판소 2017.5.25. 선고 2017헌마1

결정헌법소원심판 청구인(61세)이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소인(41세)에게 “you are fucking crazy”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모욕죄로 고소되어 피청구인(고양지청 검사)이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사안에서 ① 청구인의 영어표현에 다의적인 해석가능성이 존재하고, 청구인이 당시 위 표현을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및 상황 등을 종합할 때 그 의미는 ‘당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당신 정말 말도 안 된다’ 정도의 의미로서 청구인에게 고소인을 모욕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위 표현이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② 청구인의 영어표현을 들었다는 아파트 경비원 A의 사실확인서만으로는 A가 당시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을 듣고 보았다는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기에 부족하므로 그 내용만으로 청구인의 행위에 공연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워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은 법리오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자의적인 처분으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취소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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