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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1)-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정명재  |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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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4  13: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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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가끔 중얼거린다. 벌써 1년이 지났고 작년 봄 이맘때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때는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자신에 찬 표정으로 서울 노량진으로 짐을 챙겨 왔었다. 독한 마음으로 시작한 서울생활이지만, 어색하고 불편하게 다가왔던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고 안락함으로 자리한 지도 1년이 된 것이다. 이번 주는 지방직 시험이 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야 할 중요한 시간이지만 아직 그는 자신이 없다.

독서실에서 보낸 고독함과 하루 종일 혼자서 중얼거리며 음악으로 달래던 하루가 외로움을 넘어 무덤덤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지도 오래다. 공무원 수험생이 되기로 결심하고 1년 안에 끝내겠다던 자신감은 마음 속 심연(深淵)으로 가라앉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늘 떨어지던 경험은 상처로 다가와, 남아있던 힘마저 사라질 무렵 얼굴에는 메마른 웃음기도 찾기 힘들다. 오늘도 그는 책상에 앉지만 책상에 앉아있을 뿐이다.

   

불안한 마음에 진정할 수 없는 가슴을 추스르며 시험장에 도착했다.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파 평소 먹던 진통제 한 알을 입에 넣었다. 시험장에는 이미 많은 수험생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의 표정과 똑같은 누군가가 있음에 작은 안도감마저 들었다. 그들도 나처럼 불안하며, 그들도 나처럼 잠을 설친 표정으로 교실을 두리번거린다. 그들도 나처럼 말이다. 종이 울리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국어, 영어 그런데 역시 영어가 어렵다. 시간 안배를 잘 해야 하는 과목이기에 답이 확실한 문제를 먼저 풀고 모르는 것은 표시를 한 후, 한국사로 넘어갔다. 한국사는 고득점을 해야 한다.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문제를 차근차근 읽었다. 이제 전공(선택)과목 2과목만이 남았다. 시간을 보니 빠듯하다. 앞에서부터 조금씩 시간이 밀렸기 때문에 답안지 마킹 시간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풀어야 했다. 초조하고 불안하다. 최대한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다. 남은 시간은 10분, 마킹 시간을 할애하고 남은 문제를 풀려고 하니 벌써 3분 전이다. 타종이 울리고 이렇게 시험이 끝이 났다. 얼굴은 상기된 채 심장은 뛰고 있었고, 손에는 축축한 물기가 느껴진다. 2018년 5월 지방직 시험은 끝났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험이 끝났다. 발표까지는 한 달이나 남았지만 커트라인 점수에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 다음 달 있을 서울시 시험을 공부해야 하는데 마음의 불안은 여전하고 실낱같은 희망조차 놓기가 힘들다. 다른 수험생들의 반응과 점수가 너무 궁금해 수험생커뮤니티를 들락거리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내 손은 이미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그렇게 피 마르는 한 달이 지나간다.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것도 친구들의 연락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발표날짜만이 달력에서 크게 보일 뿐이다.

그렇게 서울시 시험일이 성큼 다가왔다. 만일 결과가 먼저 나왔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고,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 시험에 몰입해야 하는 것도 알지만, 마음은 여전히 합격과 불합격에 목이 마른 것이다. 나도 내 마음을 잡기가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시험공부에 몰입감은 떨어지고 있다. 다시 서울시 시험일정을 살펴본다. 지방직보다 어렵다는 서울시 시험이 아닌가! 마음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슬며시 고개를 든다. 그래 2%의 합격을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공부를 하는 내내 회의감마저 찾아온다. 지방직 시험의 결과발표와 서울시 시험일정이 오버랩(overlap)된다.

필자는 3년 전부터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전과목을 가르치며 그들을 합격으로 인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수험생들만 보이지 않는 총성이 난무한 전장으로 가라고 하지는 않았다. 나는 늘 그들과 함께 갔다. 그렇게 시험에서 5번의 합격을 하였고 올해도 시험현장으로 가서 시험을 치르고 올 것이다. 필자는 강사(講師)이지만 이날은 수험생이 되는 것이다. 시험장에서 펼쳐보는 시험지는 밖에서 풀어볼 때의 시험지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긴장감과 숙연함 속에서 마주하는 시험지는 떨림 속에서 펼쳐진다. 그 떨림과 긴장감은 결코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머리가 아니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그럴 것이다. 시험장에서 시험지를 펼칠 때까지 기다리는 30여 분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시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하더라도 어렵고 힘든 문제에서는 마음이 무너지고 쉽고, 자신 있는 문제에는 희망이 생겨 끝까지 레이스(race)를 놓기 힘든 경기(game)처럼 손에는 땀이 차고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시험현장이다.

오는 토요일은 지방직 시험이다.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는지 그대의 안부를 묻는다. 내 곁에는 글을 쓰고 있는 이 새벽녘까지 책을 보는 수험생이 있다. 그리고 꿈나라에서 일찍부터 잠을 청하는 수험생도 있다. 누가 잘 했고 누가 잘못하는 건 없다. 공부가 덜 된 수험생은 바쁜 마음에 한시가 급할 것이고, 미리 준비된 수험생은 조금은 여유 있게 이번 주를 보낼 것이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이 아니고, 누가 잘 하고 누가 못함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공부방법이란 정답이 없다. 다만, 내가 필요해서 시작한 공부여야 하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심으로 밤을 새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공부가 재밌고, 그래야 시험이 기다려지고, 설레는 마음이 앞서게 된다. 나는 시험이 즐겁다고 늘 이야기했다. 적어도 나는 시험일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천 일(千 日)동안 밤을 새우며 지냈으니 결과가 궁금한 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쓴 교재와 내가 강의한 내용으로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잘 하고 오는지가 기다려지는 것이고, 내가 최선을 다한 1년이 평가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험은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많은 수험생들에게 시험은 고통스런 기다림이고, 시험이 끝나면 더한 고통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시험을 기다린다.

수험생의 숙명(宿命)이란 기다림이고 인내(忍耐)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거북이가 한 발 그리고 한 발씩 앞으로 전진해 바다를 향하듯, 날아가는 새가 허공을 가로지르되 뒤를 돌아보지 않듯 우리의 운명은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독자의 대부분은 수험생일 것이다. 이번 주 토요일이면 시험장에 앉아 있으리라. 나의 자리가 그곳이고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힘을 빼고 담담하게 맞이하라. 아직 시간이 남아있을 오늘, 우리의 임무(mission)는 운명의 날이 밝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 날갯짓을 준비하자.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고 시험장에서 쓸 무기로써 마무리 확인학습도 필요할 것이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더라도 일단은 마무리하자. 완벽한 공부를 모두 하고 시험장에 갈 수는 없다. 나 역시 시험 5관왕을 하였지만 공부를 하다가 들어가는 것이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최선을 다한 지난 시간과 묵묵히 버텨온 지난날을 믿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더한 고통이 찾아올 것을 알지만 그것은 그때 고민할 몫이다.

봄이면 시험이 시작되고 5월이면 시험의 몸살을 앓는 공무원 수험가(受驗街)는 늘 반복되는 계절처럼 찾아오지만, 그 계절을 지나는 주인공들은 해마다 다르다. 현실에 안주하고 주저앉는 것이 싫어 선택한 것이 공무원시험 준비였을 것이다. 배짱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는 마음으로 담담해지도록 노력하자. 순리(順理)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대가 흘렸던 마지막 땀 한 방울을 신(神)은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시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가? 앞서 적은 글처럼 시험의 긴박함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미리 겁내지도 말고 미리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일 테니까. 최선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그대에게 신의 가호(加護)가 함께 하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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