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도대체 변호사시험의 정체는 무엇일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제정 당시까지만 해도 합격률 ‘70~80%’의 황금빛 청사진를 두고 모두가 흥분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디, 사람일이 그리 녹록하기만 하겠는가. 결국 법무부가 ‘정원 대비 75% 이상’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만 내부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합격률 규명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물론 대한민국 모든 자격시험 역시 합격률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어느 것도 없다. 내로라는 굵직한 법률관련자격시험은 합격률이 5%안팎이며 전형적인 선발시험인 사법시험 역시 3~5%에 불과했다. 공무원시험은 1~3%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에는 운전면허시험 등과 같은 보편적 자격증을 제외하고는 ‘자격시험’이라고 표방하지만 실력검증과정에서는 일정인원만 선발하는 정원통제식 선발시험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변리사시험을 꼽을 수 있다. 각 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맞으면 합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 최저합격인원(매해 200명)까지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험은 상상 이상의 난도를 형성하면서 결과적으로는 200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운영 중이다. 수십만명이 응시하는 공인중개사시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난도 조절을 통해 일정 규모로 합격자를 묶어 둔다는 것.
물론 의사, 약사 고시같이 평균 합격률 90%를 넘는 자격시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철저한 도제식 교육 등에 기초한 사회적 합의에 가까운 특이한 경우다. 변호사시험 역시 ‘전문대학원’으로서 도제식에 가까워 의사고시처럼 대다수가 합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를 사회적 합의로써 완성할 수 있는가는 요원해 보인다는 점이다.
“변호사시험은 절대평가인가 상대평가인가?”, “교육은 미국식인데 시험은 왜 일본식이냐?” 등과 같은 질문이 출범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3년 동안 정말 충실했다면 누구든 합격할 수 있지 않겠나”라는 정부측의 애매한 답변만 들린다. 법조현장의 목소리가 애초부터 경시된 탓인지, 재야법조단체들은 ‘합격률 제고’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매해 4월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과정에서 변호사시험관리위원간에 심각한 설전이 오가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지금이라도 그 성격을 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법무부가 전국 25개 모든 로스쿨의 1회부터 7회까지의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합격률, 기수별 합격현황 등을 공개했다. “없는 자료”라며 고집하던 법무부가, 법원으로부터 “생성가능한 자료”라는 엄중한 경고를 받고서야 결국 공개를 한 셈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기관과 공직자들의 경직성을 방증하는 것이며 이를 확대하면 변호사시험 성격에 대해서도 누가 하나 책임을 지지 않을 듯해 보인다.
결국 이번에도 법무부는 관행대로 세 가지 합격자 안을 제시했다. 이는 사법시험과 동일한 합격자 결정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안 1593명, 2안 1600명, 3안 1630명이 제시됐고 이 중 1, 2안의 절충선인 1,599명으로 정해졌다는 것이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확인됐다. 이를 두고 로스쿨측, 대한변협측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고 결국 로스쿨측이 표결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6회 합격자 결정을 위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심의과정에서는 1안 1,581명, 2안 1,588명, 3안 1,596명이었고 한양대 고사장에서의 조기벨 사태로 인한 7명을 구제하는 과정에서 1,593명+7명으로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제시된 인원 중에서 의견을 모아 결정했고 결국 대한변협의 주장대로 1,500명선을 유지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5년내 5회 응시’라는 오탈자가 증가하면서 내년부터는 응시자가 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인원은 이대로 항구적으로 1,500명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반해 로스쿨측의 “필수적 증원”과 대한변협측의 “1,000명으로의 감축”은 평행선을 달릴 것은 불보듯 뻔해 보인다. 이럴거면 차라리 “변호사시험은 선발”이라고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는 게 맞다. 로스쿨생 또는 로스쿨준비생들에게 괜히 ‘희망고문’만 시키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