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으로 작동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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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으로 작동돼야
  • 이형규
  • 승인 2018.03.23 14:26
  •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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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올해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1월 9일, 2018년도 제7회 변호사시험이 전국 5개 권역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이번 변호사시험에는 역대 최대 인원인 3,240명이 응시 했는데, 이는 전년도 응시생(3,110명)보다 130명이 증가한 것이다. 수험생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변호사시험에서 탈락한 수험생들이 매년 누적된 결과이다.

2012년 처음 시행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87.17%(응시자 대비)에 달했다. 그러나 합격률은 해마다 낮아져 작년에 치러진 제6회 변호사시험에서는 전체응시자의 51.44%만이 합격하였다. 특히 변호사시험은 ‘학위취득 후 5년 5회’로 응시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던 오시생들은 탈락하면 다른 진로를 찾아야만 한다.

정부는 사법시험 제도로 인한 학부교육의 황폐화, 고시낭인의 폐해 등을 극복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였다. 로스쿨 입학정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법조인 양성이 로스쿨로 일원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수만큼 통제하여 수많은 탈락자를 양산하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로스쿨 교육과정의 운영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어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 로스쿨은 정부의 설치인가 기준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교육 시설, 교육 과정, 교원 확보를 하였으며, 미국과 일본과 비교했을 때에도 법조인 양성제도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둘째, 정부는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2,000명(학교당 40~150명)으로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학 전형 시에는 특별전형, 지방인재전형 등의 규제를 덧붙이고 있다. 특별전형 제도의 경우 취약계층을 입학전형의 5% 이상 선발하도록 하였으나, 내년부터 7%로 확대 선발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방인재육성법으로 인한 선발 역시 입학정원의 20%(강원대와 제주대는 10%)를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로스쿨의 입학 시에는 이러한 규제를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 지방대 출신자를 선발하도록 하면서도, 정작 변호사시험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합격자를 정원제로 결정하니 이들은 로스쿨에 입학하였다가 오히려 낙오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러다보니 변호사시험 탈락자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에는 214명이던 변호사시험 탈락자가 2015년에는 996명, 2017년에는 1,510명으로 2012년 대비 6배(1,296명)나 증가하였다.

셋째, 로스쿨의 교육과정에는 특성화, 전문화 및 해외 연수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정원제 방식만을 고수하여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떨어지고 있으니, 학생들은 특성화나 전문화보다 우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다. 전문화를 위한 선택과목 간에도 난이도, 출제범위 및 학습 분량 등에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합격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여 시험을 본다. 이로 인하여 특정과목의 편중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것은 법조인의 전문성 강화라는 로스쿨의 취지와도 어긋날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법률전문가의 양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넷째, 정부와 로스쿨평가기관인 법조단체는 로스쿨에 대한 제재와 비판만 할 뿐 지원과 협조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이행점검, 평가, 입학전형 요소 및 방법,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등 로스쿨을 규제하는 정책만 있을 뿐 진정으로 로스쿨을 위한 지원 및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섯째,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교육과정’은 철저히 법률전문가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의사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인 의과대학도 학생이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대부분 의사고시에 합격하고 의사면허증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의과대학과 마찬가지로 로스쿨에서도 학생이 충실히 교육과정을 이수했으면 대부분 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로스쿨의 설립취지에도 부합된다. 그러나 법조단체는 기득권 침해를 우려하여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의 증가에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에서는 수급에 대한 정확한 근거 없이 정원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배출된 법조인의 수는 총 2,481명[변시 합격자 1,451명, 사법연수원(사시 합격자) 1,030명]이었지만, 5년이 지난 2017년에 배출된 법조인의 수는 1,800명[변시 합격자 1,600명, 사법연수원 200명]으로 37.8%나 감소했다. 정부는 전체 법조인의 배출이 수년간 해마다 큰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만은 1500~1600명으로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자격시험의 취지에 맞게 결정되어야 하며 로스쿨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은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로스쿨을 졸업한 학생이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는 데 지원과 협조를 하여야 한다. 그 일환으로 현재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하는 6개월간 실무연수를 그동안 실무연수에 관한 노하우를 축적한 사법연수원에서 주관하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시험 과목도 종전 사법시험보다 많으므로 학생들의 시험과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록형 시험을 폐지하고, 사법연수원 연수과정으로 대체하며, 전문법 분야인 선택과목의 시험은 학점이수제로 전환하여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맞게 특성화 과목과 전문분야 과목의 이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단체의 일부 관계자는 미국 변호사시험 역시 60% 이하의 합격률을 보인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 주에 국한된 것이고, 51개 주 전체의 평균은 70% 이상의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있으며, 80% 이상의 합격률을 보이는 주도 11개나 된다. 우리나라에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원제 방식으로 합격자를 선발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60% 이상의 합격률을 유지하는 자격시험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기고문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로스쿨 창> 2018년 ‘03/04’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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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죄송합니다. 2018-03-27 15:52:58
저같은 서민은 법조서비스마저 싸구려 저질로만 받아야 합니까?

싼 거 먹고, 싼 거 입고, 좁은 집에서 살고, 멀리 통근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제 신체의 자유와 전 재산이 걸린 송사를 로스쿨 출신에게 그것도 지금보다 더 대강 배우고 더 대강 시험 본 싸구려 저질 변호사에게 맡기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서민은 봉이 아니고 바보가 아닙니다. 변호사 싼 값에 저질로 썼다가 전 재산 잃는게 현명합니까, 제대로 된 변호사 덕분에 구속 면하고 재산 지키는게 현명합니까.

서민서민 서민 농락하는 시위문구 내세우지 마세요. 역겹습니다.

2018-03-27 11:11:35
본문"기록형 시험을 폐지하고, 사법연수원 연수과정으로 대체하며, 전문법 분야인 선택과목의 시험은 학점이수제로 전환하여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맞게 특성화 과목과 전문분야 과목의 이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 그냥 "프리패스+연수원"처럼 보이는데... 이럴거면 왜 로스쿨 했나? 그냥 사시로 하면 될문제 아닌가?

황당 2018-03-26 16:22:28
본문 중 ....
"기록형 시험을 폐지하고, 사법연수원 연수과정으로 대체하며, 전문법 분야인 선택과목의 시험은 학점이수제로 전환하여"
.... 이렇게 하려면 왜 로스쿨을 도입했는가? 후안무치....그 자체다.

d 2018-03-26 15:08:11
로스클 폐지하라!

이럴바엔 차라리 사시존치하던가 2018-03-26 02:34:49
와 전부 제가생각했던걸 그대로 쓰셨네요ㅠㅠ
문제의식을 가진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제도 개선이 전혀!! 안되는걸보면
어떤 강력한 세력이 막고 있는듯합니다ㅠㅠㅠ
차라리 사시존치 외치게끔
로스쿨제도 ㅂㅅ만드려는 세력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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